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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메_우리

어쩔까~ 지금은... 할 건 없어보이지?
... 응, 없어보이네. 심심해?

음~.... 조금 심심하네에. 그래도 방금 막 들어왔으니까 괜찮아! 에이키도 있고, 재미있는 사람들도 잔뜩이야. 에이키도 즐거울 거 같지?
다음에는 좀 더 재밌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네. 새하얀 맨션이라 잘됐다, 누가 곧 무언가 부숴줄지도 모르니까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아.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뭐라 했을 소리를 버젓이도 흘린다...) 내가 즐겁다면, 나도 즐거워.

맞아. 색도 깔끔하고 예쁘잖아? 보기 좋은 게 기분에도 좋은 법이니까. 아... 하지만 에이키는 별로 안 좋아하려나. 에이키의 색은 없으니까. 그치만 그러면 내가 너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괜찮지? (소맷자락으로 입을 가리곤 웃는다.)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야~ 갔더니 난리가 났어~ 그런 거? 재미있을지도오. 아, 저택에서는 그런 일이 있으면 다들 엄청 눈치보고 그랬지.
아냐, 온통 까만 것보다는 하얀 것이 낫지 않을까. 어두컴컴하고, 음침해. 집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지루할 거야. (사실 자신의 색이 있든없든 상관없다는 쪽에 가깝지만, 네가 웃고 있으니까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한테, 내가 날 찾고 있으면 내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나보네. (눈을 깜빡였다) 응, 누가 벽을 부쉈다거나... 창문을 깨고 뛰쳐나갔다거나. 저택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다른 의미로 시끄러워지니까, 나는 싫지 않아? 여기 있는 사람들의 시끄러움과 달리.

이런 온통 새하얀 곳이면 너를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올테니까. 반대로 나는 찾기 힘들지도... (에이키는 알려나, 없으면 없는대로 혼자 돌아다니는 편이라서 남한테 묻진 않는다는 걸. 말하진 않고 그저 방긋 웃는다.) 저택에서 일이 일어나는 건 너무 귀찮아. 특히 내 방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면 눈치보기 바쁘고, 이상하게 수근거리고... 재미 없어. 여기 사람들은 그냥 시끌벅적한 거니까 괜찮지만! 에이키랑도 놀아줄 사람들도 보이고.
응, 하지만 나니까 찾기 어렵진 않을거야. 나는 언제나 눈에 보이는 걸. (그게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건, 아마 둘 다 알고 있겠지. 당신이 자신을 찾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면서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을 알리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랑 놀아줄 사람은 상관 없는데도. 응, 여기에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보자. 내가 재미있는 곳이면 나도 좋아. (계기가 있어야 사람은 변한다,라면 나는 어떻게 될까. 짧게, 그것만큼을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네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아. 그러니까 곁에 있다. 단지- 절박하게 필요로 하진 않는다. 나는 존재할 뿐이니까.)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으니까 재미있을 거야. 우리 저택의 어른들은 재미없는 사람들 뿐이었잖아? (그러고는 당신의 옆에 서서 손을 꼭 잡았다. 익숙하다는 듯,) 오자고 한 건 에이키니까 물어볼래. 여기 마음에 드니?
(태어났으니 살아감에, 그럼에도 너는 나와 다르다고 알고 있으니까. 나는 너의 편이니까.) 나이가 어려보이는 사람도 있었어, 청소년. 이야기하면 즐거울거라고 생각해. 우리 저택과는 다르게. (익숙하게 당신의 손을 맞잡는다. 서늘한 냉기가 금세 제 손을 뒤덮어도 변화없이, 꼭.) 물론이야, 나.

...됐어. 에이키가 마음에 든다면, 나도 마음에 들어. (손을 잡으면, 차가운 냉기 때문에 당신의 손이 시릴텐데도... 한번을 피하는 적이 없다. 때가 오면 알아서 내가 손을 놓지. 하지만 너는 그것도 싫어할 때가 있어. 차라리, 이대로 얼어붙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걸까.) 후후, 하지만 나는 역시 에이키랑 노는 게 제일 즐거워. 에이키도 그렇지?
... (당신을 부르려다가, 멈춘다. 마음에 들지 않아? 무엇이? 잠깐의 정적을 함께 흘려보낸다.) 나는, 내가 즐겁다면 그걸로 됐어. (너는 바라지 않겠지만 말이야. 너와 나는 분명 서로를 정말로 소중히 생각하니까, 차가운 손은 항상 자신을 서늘하게 뒤덮어도 절대 얼리지는 않았다.) 웃는 나를 보는 건 좋아. 함께 있는 것도. 하지만 '항상'은 아니어도 괜찮아. (느릿하게 당신에게로 기댄다. 검은 머리카락이 흰 옷 위로 흩어진다.)

...항상이라는 건 말이야. 너무 어려운 거야. (익숙하다는 듯, 토닥이듯이 당신의 머리를 기대게 해준다.) 너는 너, 나는 나. 우리들은 분명 타인他人. 다른 육체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항상이라는 전제는 들어맞지 않지. (괜찮아, 라는 말은 어딘가 서글퍼서... 반대로 웃는다. 언제나 그랬다.) 우리를 걱정하는 어른이 있어, 에이키. 정말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야. '항상'이 아닌 우리들... 어디서부터 걱정을 받아버린걸까.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들은, 같으면서도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음양을 닮았던 걸까. 가끔은 생각하고 있어, 나. 그날 너는 무언가 빼앗겨 버린 걸까. 빼앗기는 것은 나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도.) 일상이 어려운 것처럼, 보통이 어려운 것처럼. ... 그럼 우리는 뭐라고 불렸어야 했을까. (당신의 손길을 따라 눈을 감았다) 슬프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있어. 정말 이상한 일이야. ... 소중한 사람이, 행복한 것을 바라는 것은 똑같은데.

으응, 글쎄. ...너의 행복을 바라면서 나의 행복은 쏙 빼두고 논하고 있어. 그런 점이 걱정을 사는걸까. 아하하, 그치만 우리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없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듯이.) 우리는 우리. 하지만... 우리들은 분명 아이들... 아무것으로도 불리지 않을, 이름도 남겨지지 않을 그릇. 그런걸까.
'우리'는 정말, 그런 면은 잘 통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상대의 행복을 빌면서 자기자신은 행복해질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 묘한 지점이 타인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나, 허나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 나는 그릇, 아무것으로도 남겨지지 않을 그릇. 하지만 말이지, ... 지금도, 사라지고 싶어? ('너'는 다르다는 듯이 입에 담는다. 움직이지 않는 발은 여전히, 땅에 붙박여있다.)

(그 소망을, 기원을. 깨우치고 공유하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고도 말하는 것과도 똑같아서. 나는 가끔 당신이 가엾다. 그러면 나는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가엾게 생각하는 것인가?) 흔들흔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만 같아. 나의 의지가 아니야. 하지만 그건 그렇게 될 것만도 같은 일. (그래, 그렇게 맞닿은 순간부터 소실된 나의 간절한 삶을 향한 욕구. 그럼에도 제 옆에 있는 것을 소중하다는 듯이 쓰다듬어.) 에이키로 남지 않는다면... 다른 이름으로서, 사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어.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그 마음 자체가 결국 자기자신을 가리키는 기원이기도 하다면, 우리는 대체 어디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가. 그때, 신의 조각과 맞닿은 순간 남겨진 것은 그 무엇도 아니었고 정작 사라진 것은 우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연결된 '나'와의 유대감은 여전히.) 그 또한 나의 의지는 아니야. ... 너는 달라, 코우키. 코우키... (짧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아직도 과거를 붙잡고 있다.) ... 돌아가지 못해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나를 소중히 여기는 너라면.) ... 변하고 싶어? 모든 걸 제치고서 말이야. '만약'이 있다면, 행복해질래?

(흔들흔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동시에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그것은 목숨만치나 소중한 것인가?) 있지, 에이키. 나는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 세계의 다른 사람은 아무래도 상관 없어. 설령, 적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정말이지, 요만큼도 흥미가 없어. 그것이, 나의 바램. 그것이, '나'의 소망. (그래, 사그라들은 '내'가 마지막으로 외친 그 소망... 너의 행복을 찾아서.) '만약'이 있다면, 분명 그런 것. ...나? 글쎄. 변하고 싶어? 전혀 그렇지 않아. 아무것도 그럴만큼 원하지 않는 걸. 온다고 한다면, 그래, 그렇구나, 싶은 정도의 감상일까. 후후, 미적지근한 온기야.
... 응,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말이지 코우키, 나는 옛날을 기억하는걸. (사그라들어버린 언젠가를, '인간'다웠던 너의 그 형상이 눈에 맺혀있으니 잊을 날 있을까. 분명 나는, 처음부터 '너'밖에 없었던거야.) 코우키, 네가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행복인걸. 아무것도 상관없고, 필요없어. '나'는, 변하지 않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 그러했어. (하등 쓸모없는 것을 위해 잃어버린 행복은 어디로 흘러갔나, 돌고도는 나선에 빠졌다면 그것은 다시 돌아올 것인가. 느릿하게 손가락을 얽어 깍지낀다.)

(따스한 온기와는 정반대의 차가운 결정과도 같은 냉랭함만이 당신의 손을 파고든다. 그저 그럴 뿐이다. 이미 한참이나 멀리, 멀리 떨어져 버린 우리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영원히 이 유년기에 있는 거구나. (그것은, 어쩌면 쓸쓸할지도 모르는 말.) 행복을 찾을 수 없더라도 괜찮아. 행복이라는 건 결국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개념이니까. 일평생 행복만을 누리고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자각할 수 없겠지. '나'에게는 네가 있어. 네가 있으면... 세계는 아직, 우리들에게 존재하고 있으니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대로, 그저 이대로 있는 거구나. (그것은 마치, 모형정원에라도 장식되어버린 것 같아 쓸쓸함이 느껴진다. 냉랭한 손을 매만진다. 그 손이 따뜻해질 날은, 없을 것을 알면서도) ... 응, '나'에게는 언제나 내가 있을거야. 이건, 약속. 행복이란건 참으로 추상적인 개념이고, 존재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쥐고자 해. ... 하지만 세계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언제가 되더라도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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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주무시나요~ (잠이 안오는 듯, 잠깐 쭈욱~ 몸을 핀다...)
넌 안 자나? (쭈욱 기지개 피는 거 옆에서 건드려봄)

잠이 오기에는 글러버린 느낌이네요... (휘청거림....)
이미 잠이 온 것 같다만. (휘청거리는 것을 잡아보곤) 졸리면 그냥 자지 그래~ 인간은 자야하는 법이야.

에이가 건드려서 휘청거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보죠? (....) 언젠가는 자지 않을까요. 지금은 잠에 들지 않아도 괜찮은 거 같은데.
오오? 그렇게 약할 줄은 몰랐지. (킬킬거렸다) 그럼 그동안 뭘 할 생각인가? 심심하다면 산책이라도 할까.

네에, 저는 약하다구요~ 엄살이 아니라 정말 약하거든요. (진짜. 진짜. 라는 듯 표정 지음.) 그럴까요. 요 근처는 거의 다 둘러보긴 했지만, 한적하니 산책로로 쓰긴 좋을 거 같더라고요. 평소의 도쿄 한복판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겠지만.
이리 허약해서야...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래? 도쿄를 산책하다가도 픽 쓰러지겠군, (표정 보고 쯧쯧... 혀 찬다.) 도쿄는 원래 사람이 많다고 했던가. 하긴 그러면 한가롭게 돌아다니긴 힘들겠어~ (이참에 많이 돌아다니게. 그리 장난치면서 먼저 앞서나간다.) 뭐해? 오지 않고.

(한가로이 발자국을 옮긴다, 당신의 뒤를 따라가듯 움직이고.) 어디까지나 경계기록대에 비하면, 이에요. 저 정도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니까요. 음, 그리고 운이 나쁘고-좋기도 하다는 것 정도?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주변에 있는 시설물들을 손으로 쓸어낸다. 벽, 가로등같은 것들. 주인 잃은 것들에 상처라도 내듯이.) 후후, 나중에 알 수 있겠지. 운이 나쁘면 나쁜거고, 좋으면 좋은 것일텐데 번갈아가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에요. 저는 '운이 나쁜 다음에는 운이 좋다'라는 법칙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까요? 뭐, 보통은 운이 나쁜 게 더 눈에 띄니까 곧잘 저를 운이 나쁜 사람으로 보지만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찍을만한 경치는 달리 없다.)
마치 행운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 같군. 공평하게도 느껴지는데? (말하는 것부터가 이기적이다,라고 해야할지. 당사자의 생각은 신경도 쓰지 않은 평가를 흘린다.) 그게 자네의 특성이라면, 너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시선이 네 카메라로 향한다. 찍지 않느냐 묻는 듯한 표정)

그쵸. 이른 바... 등가교환의 법칙에 가까운 수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익숙하고요. (카메라는 들지 않는다, 찍을 것은 없다. 피사체를 당신으로 할까 싶다가도 그러지 않는다. 흐릿해서, 찍히지 않을 것 같았다.) ....글쎄요. (느릿한 답이 흘러나온다.) 태어날 적부터 부여된 체질이라서, 이제와서는 뭐라 할 생각조차도 없네요. 한없이 익숙하고, 동시에... 내 자신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부러 말해보지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다던데? 불운이 일어나면 너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장난같은 일이군. (키득거리고는 몸을 뒤로 돌린다. 몸놀림이 날쌘지, 용케 휘청이거나 넘어지지도 않은 채로 계속 걸어나가) 카메라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자네는 그럴 생각은 없어보이는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상관없다는 투다.) 태어날 적부터 부여되었다...라. 무슨 운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하네. 선천적인 체질, 이라 말하는가.

이 도시(이상)에 낭만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잖아요. 이 카메라는 낭만을 담는 도구. 그러니까 쓸 일은... 그다지 없어보이는군요. (담담히 읊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 후후, 그러네요.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도, 맞아요. 타자가 내게 부여한 운명이고, 저주이지요.
낭만을 담는 카메라라~ 좋은 말을 하는군. 이전까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는 볼 수 있나? (그렇게 말하면서 너에게로 다가간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면서) 확실히 이 도시는 삭막하기 그지없군. 무채색이야, 현대의 건물들이란... 다음에 낭만을 찾아낼 때는 오겠나. (입꼬리를 쓱 올렸다.) ... 호오, 태어날 때부터 지고 있었다는 특성을 타자가 부여했다... 피를 타고 흐르는 저주기라도? 혹은, 매개체가 된 것인가.

보실래요? 음, 지금은 필름을 갈아끼워서 남아있는 게 있으련지. (자연스럽게 인화된 사진 몇장을 건낸다. 자연물, 사람의 사진 같은 것들이 주르륵 찍혀 있다.) 매개체가 된 쪽이 조금 더 적합하겠네요. 피를 타고 흐르는 저주... 대를 잇는 저주는 아니고, 그저 저를 향해 내려온 저주라서요.
오오, 보여줄테면 보여줘봐라. (보여주는 사진들을 눈에 담는다. 자연물, 사람의 사진. 이들에 낭만이 담겨있다는 건가.) 꽤나 실력이 좋네. ... 그거, 써봐도 되나? (흥미가 돈 얼굴이다...) 특이하군, 너 하나를 목적으로 둔 저주라니 말이다. 그런 게 의미가 있나? '무언가'를 탄생시키려고 한 것이라면 몰라도.

.....제 꺼는 말고요, 양도 받은 카메라가 있는데, 이걸로 쓰세요. (왠지 당신은 물건을 부숴먹을 거 같으니까... 라는 생각은 일단 삼킨다. 다른 카메라 하나를 건내고서는,) 글쎄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 것은 맞겠지요.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만. ... 뭐, 줬으니 봐주도록 할까! (눈을 잠시 가늘게 떴다가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이리저리, 모양을 살피는 듯 기능을 살피는 듯 싶더니... 이내 찰칵, 시험삼아 도로를 찍어보았다. 꽤 잘 찍히는 군,그리 중얼거렸다가) 흐음... 그 '무언가'는 성공한건가? 내가 봤을 땐, 미묘하다만.

아하하, 미묘한가요. 타인의 감상은 처음이네요. ...성공, 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요. 적어도 지금은 완벽한 상태라고는 할 수 없어요.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그 지점에... ....
그렇고말고, 네가 완벽한 성공작이라면 '존재 의미'를 파악할 필요성 또한 없었겠지. 고민할 필요성도,말이다. (그리 말하면서 카메라 렌즈 너머 너를 담는다. 한 겹, 껍질이 덮어진채로) 도달할 생각은 있는가? 네 그것을 바라는 자가 사라졌다면, 그럴 생각도 없을 듯 한데.

(카메라 렌즈에 담긴 제 인상은 흐릿하던가. 아마도 그럴 것이었다. 마술적 처리를 거친- 만들어낸 이미지(실루엣)만이 넘실거릴 뿐이었다.) 글쎄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 라는 것만은 사실. 그러니, 도달하는 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겠다, 라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는요, 에이. 딱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살아가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저,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그 찰나가... 너무나. 좋아서. 기뻐서. 누군가, 그것을 보는 것으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진리에 닿아보려고 합니다. 그것뿐입니다.
(뚜렷하지 않은 형상이 비친다. 마치 안개낀 제 길에 녹아든 것 같군, 카메라를 내리고는) 류, 계속 그리 있을 셈인가. (뒤이어 들리는 말엔 작은 웃음소리를 내고야 말았지만.) 너, 악을 몸에 지고 있다고 낭만을 너무나 사랑하는 것 아니냐. 그것이 제가 정한 존재 의미인가?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그 찰나를 누군가에게도 보이기 위해 진리같은 것에 닿는다고. 아름다운 찰나를 보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던가. 빛을 보고 멀어버린 것처럼...

후후, 어쩌면 악을 몸에 지고 있기에 정반대의 것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지요. 인생이라는 건 정말이지 알 수가 없네요. (자신이 정한 의미인지는, 이제와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스스로가 무엇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요. 저는 정처없이 길을 헤매이는 것 같지요.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렇다면... ..적어도 저보다는 더 나은 뜻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드니까. 동시에, 아름다운 것을, 누구나가 보았으면 하니까... 그 찰나(세계)를 영원(기적)으로 만들고 싶은 걸까요.
세상은 가지지 않은 것에 매혹되는 법이니 말이지. 그 또한 욕심이지 않겠나. (그것이 본능의 영역이라해도.) 찰나를 영원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지표'라도 될 셈이냐, 너는. 정말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로군... 스스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정처없이 황망하여서. 허나 간과하는구나, 아름다움을 곧이곧대로 아름다움이라 느끼는 것은 흔치 않아. (선성과 악성이 섞인 것처럼 말이다.)

낭만을 가지고 싶다, 라. 하기사, 낭만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으니까요. (사진작가로서의 삶, '나'의 삶. 그 무엇도, 아마.) 그야 저는 결국 짧은 시간만을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죠. 당신과, 타인과 대화할 수록 느껴요. 다른 시야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혹은, 달라져도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방금 보았던 것이 너의 낭만이라면, 퍽 나쁘지 않은 모양새 아닌가. (사진들을 떠올린다. 역시, 낭만이라는 것은 와닿지 않지만.) 일차원적으로만 걸어가면 의미가 없는거라네.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그걸로 끝인가? 생각하는 것이 닿는 것이지. 그러지 않고서야 관망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류. (툭,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리고는) 정해졌다.라고 확신하기엔 글쎄, 인간은 참으로 잘 바뀌는 존재라. (경험담을 말하듯 담담한 말투. 내용과 달리 어조는 한없이 가볍다. 속이기라도 하듯이)

....태어날 때부터 그랬거든요. 뭐라고 해야할까... 후후. (카메라를 집어넣는다. 이제는 찍을 것이 없었다.) 보아야할 것은 정해졌다. 가야할 곳은 정해졌다. 되야할 것은 정해졌다. -운명, 숙명은 여기에. 라고. 그것을, 누군가는 가여워했던가, 라고. 궁금해지네요, 에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주를 들이부어 만들어진 존재에 대해, 당신은 본 적이 있나요?
(가여워했던가, 그 말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운명이라는 것은 나에게도 참 야속한 것이라. 당신과 달리 카메라를 집어넣지 않은 채로 툭툭 손가락만을 튕겼다.) 너와 같은 저주는 아니라도 그와 같은 무게의 것을 업고 태어나는 것들은 본 적이 있지.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네. 예언이 판치는 세상이었으니 말이야. ... 그러니 글쎄,

글쎄, 인가요. (...도쿄의 한복판. 네온사인이 빛나는가 하면은 또 그렇지도 않았다.) 저, 곧 죽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수명이요. 후후, 영생(불멸)하는 당신과는, 전혀 다르지요?
──저주의 악영향이라는 건가. (도쿄의 한복판. 빛이 사그러들었다.) 아아, 너는 필멸자니 당연한 일이군. 그런가, 죽는 건가. ... 후후, 살고 싶진 않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건 이미 정해진 결말(엔딩). 그러니 그 찰나의 사이에,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은 것 뿐이네요. ...필멸자이니 당연하다는 것보단, 저는 단명하는 축이겠죠. 고작해야 28번의 해를 본 것 뿐이니까.
이녀석, 배짱도 좋군. 단명을 업고서 내게 그런 내기를 건 거냐?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다. 보이지 않는, 가려진 눈. 그 속에 있는 것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 먹겠나? (시험하듯이 말을 내뱉는다. 언제부턴가 제 손에 쥐어져있는, 사과를 굴리면서.)

맛있어보이긴 하네요. (장난스럽게 웃을 뿐, 낚아채갈 생각이라고는, 전혀.) 당신의 그것. 젊음을 위한 사과이지요? 제가 먹어도, 수명은 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되었습니다.
후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들고 있는 사과를 몇 번 던졌다가 받기나 한다.) 혹시 모르지, 그들은 나의 사과를 먹고 불로장생을 이루었거든. 28년의 세월이 아쉽지는 않은가. 이제 곧, 끝난다면. 다시 염원할 생각은... 없겠지, 욘석.

아하하! 신이라고 해도 혼에 걸린 저주는 어찌할 바가 아니지요. 저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될 셈이니까요. 그러니 확신할 수 있지요. 인생이라는 것이, 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돌고 도는 윤회 속, 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인물...이라고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저는 세계의 끝에서까지 '영생'하는 존재와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나오는가. (눈이 가늘게 떠진다. 제 앞에 있는 생명을 파악하듯이, 판정하듯이 굴러간다. 그래봤자 '이 눈'으로는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결국엔 몇 번이고 윤회하는 혼에게 내 스스로 시선을 던지라는 말이 아닌가. (원래부터 그런 거래였으니 불만은 아니다.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를 흘리다가 가볍게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곤) '영생'을 흉내내는 인간아, 찰나를 반복할 인간아. 다음 윤회의 이름으로는 원하는 것이 있느냐?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긴 했어도, 시야를 뺏어보는 건 난생 처음이라 떨리네요. (전혀 그렇지 않은 어투로 느긋하게 말한다.) 글쎄요, 이름이라는 건 혼에 새겨지는 가장 오래된 술식. 하지만 저는... 저를 구별할 수 있는 이름이라면 되었다 싶네요. 오래 쓸 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의 삶에서야, 한순간일텐데.
이쪽도 빼앗겨보는 건 처음이군, 뿌듯한가? (능청스럽게 받아치고는) 그 말대로 이름이라는 건 혼에 새겨지는 법, 간혹 혼을 구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 그러니, 나는 한낱 육체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윤회를 반복할 네 혼, 그 위에 새겨질 이름을 말하는 것이지. ... 내가, 지켜볼 것을.

....그러면 당신이 지어주세요. (느긋하게 웃었지만, 이번만큼은, 덜 가벼운 웃음이 스쳐지나간다.) 이 이름은, 찬란함과 불길함이 공존하는, 아라이가 제게 내린 의식의 이름. 하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니, 별의 이름이든 무엇이든... 당신이 한번 생각해봐요. 오래도록 쓸 이름이라면. 이건 신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에요. 가장 인간다운 행동이겠죠. 곧 태어날 존재(사람)에게, 한없이 가까운 존재(애정)에게, 붙여주는 것. 그 이름, 무엇으로 하실래요?
마치 소중한 아이를 사랑하듯, 애정하는 자의 길을 축복하듯... 이름을 선물하라고, 그저 하사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 마음이 앞섰구나, 너. (툭, 가볍게 이마를 건드려봤다가) ... 에이하즈, 새로운 이름을 받고 받아 수많은 육체를 거쳐가면서도 시간을 잊지 않을 자. 이건 신의 흉내도 인간의 흉내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나'의 것이야.

네, 그렇다면 잊지 말아요. 당신 앞에 설 자 누구인지. 저는 받고 받아 수많은 세계를 거치면서도 그 이름으로 나타날테니. ...근데, 무슨 뜻인지 영 모르겠네요~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에이, 에이... 알파벳 가장 처음의 A. 그러면서도 영원의 에이엔永遠. 세이가 아니에요. 무한을 의미하는 불멸의 이름을 가지더라도, 그것은 더이상 축복도 저주도 아니겠지요. 당신, 이제와서야 더블 캐스팅의 주인공이니까요.
모를 수밖에 없지, 에이하즈ᛇ-ī(h)waz-라는 것은 본디 우리의 대, 오래된 문자 중 하나이다. ... 원초에 해당하는 것은 이미 소실된지 오래인 것 같다만 이를 이용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정도는 이제 와 나정도라도 할 수 있겠지. (후후, 웃고는)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것, 몇 번이고 반복할 너의 육체의 삶. 그와 동시에 언젠가 이 세계의 끝을── 맞이할 생명. 그저 정의다, 영원과 반복. 그러므로 '에이'. 너 또한, 이제와서야 더블 캐스팅의 주인공이니 말이다.

원초의 룬 같은 것은 잊혀진지 오래에요. 괴짜들이나 발굴하려고 애쓰려고 한다고 해야할까. 쓰는 법을 알아도 그 효용(신비)는 이미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저 가볍게 웃는다.) ──잊지 않아요. 다음의 내가 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혼이 기억하는 증명. 고맙습니다, 오래된 신이여. 그러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될 사람이여. 당신을── 기억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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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조_시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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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조_不滅

───신의 시선을 빼앗은 자 과연 어디로 향하나. 정처 없는 걸음은 멈춰선다. 1999년, 작열하는 도쿄의 한가운데는 여전히 겨울의 계절임을 표독스럽게 시사한다. 그러므로 알고 있다. 만남은 이 찰나 뿐이라고. 이별은 코 앞이라고. 그럼에도 불과하고 소년은 불멸을 감히 약속하고자 하니, 과연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그것 또한 내뱉을 자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아니하니, 서로의 말과 행동은 모든 것을 스스로가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알고 있다. 소년은 알고 있었다. 불멸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 당신,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었던 당신. 찰나조차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당신과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어보이겠다는 소년. 얼마나 치기어린 시도이고 또한 우스운 행각인가. 그러나 무대가 시작되었더라면 끝을 보아야만 한다. 주역은 당신과 나. 그래, 당신汝과 나我. 결코 자신의 인생에서조차 주역이 될 수 없었던 우리는 무대가 끝난 것만 같은 뒤 마주해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장을 연 것이다. 시나리오조차 존재하지 않는 더블 캐스팅.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연기.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자신만의 것이 되어 이 한순간을, 함께.



"저의 혼에는 이미 저주가 가득 담겨 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니, 그 어찌 신과의 맹약을 두려워 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저는 오만하고 만용으로 가득 찬 행각을 내보일테니, 신이여, 세계의 종말을 기대하세요. 당신은, 세계의 끝을 볼 자격이 있어. 세계가 끝나도록 둘 이유가 있어. ───세계의 끝, 너머는 차가운 겨울이 아닌 마침내 꽃이 필 봄. 한참의 세월을 넘어 세계의 바깥에서 누구도 관측하지 못할 이야기를 그려요. 결말엔딩의 이후에는, 우리들은 분명 자유니까. 그때에는, 당신을, 그렇게 부를 거에요. 사람이라고. 신도, 인간도 아닌, 그저 자유로운 한 사람이라고."



신을 쏘아 떨어트리면, 그것은 무엇이 되는가.

신이 아닌 당신은, 무엇이 되는가.

그것은, 바야흐로 사람이었을 것이다.



사람, 그 둘 중 누구도 사람이 될 수 없어서, 사람처럼 살아갈 수 없어서 전전긍긍 하였던 세월 속에 파묻히기만 하고 끝나버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결말 뒤의 세계우주에서 이윽고 봄을 맞이하리라. 2000년도 아닌, 아득히 먼 세월의 봄을. 행복을 모른다. 찰나를 넘은 감정은 없다. 소년 또한 그러했다. 그러니 찰나세계를 넘어서 영원기적을 바랬다. ───그러니,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없었던 당신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인정과도 같다. 이것은 연민도, 동정도 아니었다. 그래, 이것은─── 아득히 머나먼 우리들을 위한 여정, 스스로를 긍정하는 가장 첫번째의 시작.



"그러니까 행복하시기를. 그러한 미래에서, 저는 기다리고 있을게요. 찰나의 사람이여."

영생조_永遠

─── 이 만남은 찰나. 있을 수 없는 시간. 세상의 멸망을 말하는 이가 이끌어낸 일종의 외전일 뿐. 어느 쪽의 세계도 아닌 1999년, 오버카운트를 뜻하는 세기말의 도시 속에서 태양만이 뜨겁게 겨울을 달구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곳은 떠도는 소문의 도시가 되었으니, 이 거래 또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거짓 아닌 진실을, 무엇보다도 거짓같은 진실을 담아내는 그들은 어리석은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자신의 생조차 제대로 주역이 되지 못하고 떠돌며 헤매었다. 저주받은 소년과 도구로서 태어난 신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찰나를 보았다. 세계의 틈새, ‘아무것도 아닌 어딘가’를 배경으로 삼아 마주보지 않았던가. 자신과 닮은 타인을, 비슷한 삶을 살았던 타자를. 끝을 앞둔 공간에서 그 둘만이 시작을 알렸다. 나汝는 너我와 함께, 너我는 나汝와 같이.

세상의 끝은 멀고도 멀다. 이전, 자신의 신대가 멸망하고 또다른 세상이 시작됐을 때에도 그러하였다. 끝은 마냥 끝을 말하지 않아서 여즉 나의 혼이 이어져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헤매이는 소년은 어떠한가. 악성의 이름을 받고 재해처럼 살아오던 소년, 맞지 않은 옷을 뒤집어썼던 소년, 그럼에도 찰나의 선성을, 아름다움을 잊지 못했던 소년, 그리고 나아가, 신을 쏘아떨어뜨리겠다 선언한 소년.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고 표준에서 동떨어진 존재였으나, 신은 그렇기에 판정했다. 오만하고, 건방진 저 존재는─── 기적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맹약이로다, 선언이로다. 네 혼에 새겨진 흔적은 이제 저주뿐만이 아니다. 말로 이루어진 거래 또한 몇 번이고 혼이 윤회할 동안, 세계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 있겠지. 설령, 우리가 서있는 축이 다르다고 하여도 말이다. 이곳은 아직 끝나지 않은 무대의 중간, 이윽고 막이 내렸을 때 너는 그 만용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 그래, 너는 자격이 있는 것이다. 만들어진 존재야, 작은 소년아. 이윽고 사람이 될 것아.”

“세계가 끝나고 반복 아닌 진실된 종말이 다가왔을 때 이윽고 우리는 맞닿을 수 있다. 거짓도, 허물도 아닌 그저 ‘본인’으로서 시선을 마주할 수 있겠지. 그러니 기다려라, 그러니 살아가라. 내가, 네 삶을 지켜보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찰나는 곧 끝나는 잠시, 하지만 이는 영원을 그리는 찰나. 기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자의 의지이니, 신은 알고 있다. ‘거짓은 없다.’라고. 세계가 끝난 그 공허, 어둠만이 아닌 봄의 내음이 자리할 그곳에서 마주할 그 기적만큼은, 그것만큼은 기대해도 되지 않는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거짓과도 같아서 제 스스로의 행복을 규정할 수 없었다. 그깟 것 하나 느낄 수 없던 자신이 너를 부추겼던 것은, 진실된 행복을 느낄 수 없던 네가 나를 잡았던 것은, 그것들은 결국 모두─── 스스로, 자신 스스로 행복하고 싶었다는 반증이어서. 우리는 아득히 먼 미래에서 봄을 본다. ‘사람’들의 봄을 본다.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행복해라, 영원의 사람아. 봄의 꽃을 기다리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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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조_시선

영생의 룰러, 영생, 룰러, 괴한, 이방인, 불명... 어느쪽이든 좋지? 편하게 가자고, (별 해괴한 호칭을 늘어놓는다. 분명, 어느 것으로 불러도 대답해줄 것이다.)

괴한 A 씨는 어떤가요. 멋지지 않나요. (자기 마음대로 붙이고는 뻔뻔스레 웃고....) 룰러라니, 그리 부르면 퍽 정 없어 보이겠어요.
괴한 A? 어딘가 스탭롤에 나올법한 이름인걸.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가볍게 목소리를 흘리면서 웃었다) 흐음, 가장 많이 불리는 호칭이 그거다만. 그럼 널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정 없어지는가?

저는 안타깝게도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없답니다아. 성으로 불리는 편이 더 잦네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기야 하겠네요. (정론이라는 듯, 웃고.) 하지만, 룰러, 라는 건 이름이 아니라 단어에 가까운 뉘앙스니까요, 아무래도
호오, 그럼 류세이라고 불러볼까. 아니지... 류세이라, 괴한 A라는 멋진 이명을 받았는데 평범하게 보낼 순 없군. 류, 세이. 세이. 세이. 좋아! 세이로 하지. 다른 사람이 부르지 않는 것으로 말이야. (이름은 또 어디서 주워들었나? 아마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겠지) 하하! 재밌는 말이네.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인데도 말이지. 클래스 명은 편리하거든. (눈을 찡긋거렸다)

어허, 어디서 알아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비밀이었다고요~ (능청스럽게 덧붙이고.) 류도 세이도 불리지 않으니까 색다르긴 하네요. 괴한 A라는 호칭은 적어도 당신이 진짜 이름을 말할 기분이 될 때까지 쓰도록 할까요? (가볍게 웃는다.) 그쪽의 호칭은 이름이라기보다는 직책명에 가깝네요. 살갑지 않잖아요. 이쪽 발음으로 하면 영생은 에이세이- 정도니까, 어라, 우리들 비슷한 이름이 되어버리고 말이죠.
뭐, 일이 어긋나면 멸망도 같이 하게 될 사이인데 어때? 비밀 한 두개 정도 공유하자고. (깔깔거리고는 손을 내저었다) 서번트의 비밀은 귀하니 오래 기다려야할걸~ 괴한 A. 그렇게만 기억해도 된다네. 어쩌면 그 전에 헤어질지도 모르잖아? 흐음... 의미는 통하는데 말이지. 서번트가 되어보면 알게 돼.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가)  류─세이, 에이─세이로군, 과연, 과연. 일본어로는 그리 되나... 그럼, 낯선 곳에서 형제라도 찾아낸 기분을 느껴보도록 할까! 괴한 A는 적잖이 살갑던가? 에이랑 섞어써도 좋아. 특별히 봐주도록 하마, 류. (특별히,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무게감이 없다. 가볍기 그지없는 장난)

라고 하기엔, 당신은 오롯 비밀 하나 공유해볼 생각 없어보이시는 걸요? 섭섭해라. (명백히 농이었다.) 그러면 에이라고 부를까요. 특별히 "씨"는 붙이지 않을게요, 살갑게 말이지요. (웃는다.) 형제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장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에이는 있나요? 형제.
이것 참, 감이 좋은 친구네~ (섭섭하면 한 백 년 더 어울려주는 건? 이쪽도 장난만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가감없는 태도는 나쁘지 않지. 이쪽도 살갑게 류ㅡ 어라, 그다지 바뀌지 않는군? (키득거렸다) 형제야 있지. 있었지 그럼. 그다지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네가 동생이 되면 몇 세기만에 몇 세기는 더 어린 동생이 생기는 꼴이야. 이런 형제가 생겨도 정말 괜찮은지~? 삼아도 줄 것은 없다고?

달리 원하는 것이 있어서 형제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애당초, 형제라는 게 자신의 선택으로 빚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후천적으로 생기는 혈연이 아닌 가족은 스스로의 선택이라지만은... (고민하듯, 짧은 침묵.) 에이는 손윗형제 같은 이미지네요. 하지만 책임자의 위치라기보다는, 능청스럽고 장난을 함께 어울려줄 거 같달까. 그런 점은 좋네요. 저는 가벼이 지내는 게 좋거든요.
선천적인 가족은 선택지가 없을지 몰라도, 후천적은 있는 법이지. 이해관계를 위해 가족이 되는 관계도 있을 법 하잖아. 뭐, 진짜 말하라고 한 것은 아니니 신경쓰지 말게, 가벼운 농이었어. 그나저나... 형제는 없다쳐도 가족은? (침묵이 흐를 동안 시선이 당신에게 향한다. 보이지 않는 눈을) 그럼, 이쪽은 지켜보는 게 더 익숙하거든. 형제들과 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장난을 치고 싶으면 부르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미숙한 아이같구만. 무거운 건 싫어하나?

응? 가족이라는 거, 꼭 필요한 건 아니죠? ....라고 할까요. 일단은 있었어요. 지금은 뭐, 없는 거나 다름 없는 셈이려나. (모호한 말투, 모호한 말...) 후후, 아이라고 하기엔 저도 나이가 있는 걸요? 경계기록대에 비하면은 하등 쓸모 없는 정보값이긴 하겠지만요. ....싫어한다고 해야할까, 평범한 게 좋은 편이죠. 하지만, 필요할 때가 온다면 그렇게 된다는 법도 알고 있고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존재해야만 했던 것이지. 어떤 인간도 공중에서 혼자 나타날 수는 없으니까? 하하, 애매하게 말하기는! 비밀은 나보다 자네가 더 많은 것처럼 (능청스럽게 턱을 괴곤)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평범, 평범이라... 이곳에 온 이상 평범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고 생각하지만 소원은 자유지. 그 상대적인 기준을 어찌 맞출 셈인가, 평생 그리 살다간 남는 것도 없을지 몰라. (그다지, 무게감은 없다.)

하기사, 당신은 이미 "무엇인가를 남긴" 존재에 가깝죠. 경계기록대... ...신기한 존재에요. 옛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마주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지. ...어차피 가진 것도 없는 삶, 남는 것도 없는다 하더라도 별로 이상할 것도 없겠지요.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가족에 관해서 말하려고 해도, 정말 기억나는게 없는걸요. 그냥, 저는 저대로 태어나긴 했다. 라는 것? ...그 뒤의 이야기 같은 거, 즐겁지도 않고요.
'무엇인가를 남긴' 존재...인가. 이곳에서 몇 번이고 들은 말이지만, 자네들은 경계기록대라는 존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부분이 있어. 물론 드높은 영웅 또한 존재하겠지만, 동시에 이름뿐인 존재도 있는 법이네. 그러니... 이 흐릿한 것에 비해 너는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 셈이지, '자기 자신'을. 안 그런가? (보통 인간은 자신을 인정받고자하는 욕구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자가 말하는 것은 어쩐지, 이쪽에 더 가깝게도 느껴진다. 손가락으로 널 가리키며) 호오, 나는 그 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 말이야. 자신대로 태어나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흥미롭지 않은가.

아하하, 확실히 본인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름조차도 남지 않는 존재는 세계에 얼마든지 존재해요. 그에 비하면 당연히, 대단하다 여길 수 있지 않겠어요? 재정자(룰러)의 타이틀을 단 이상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도 좋은데요. (손가락짓을 보고, 고개를 기울인다.) 후후, 돌아오는 게 있다면 이야기 해볼까요? 당신의 심심풀이 정도는 될 거 같네요. 대신에 에이의 이야기도 해주세요. 저는 당신도 궁금하거든요. 경계기록대라서가 아닌, 그저... 무어라 해야할까요. ...스스로를 흐릿한 것이라 부르는 존재는 왜 그리 부르게 되었을지 생각하게 되어서 말이지요.
이거야, 경계기록대의 비밀을 파는 것에 꽤 흥미가 있는 듯 싶은데... (눈을 가늘게 떴다가 크게 웃으며 표정을 되돌렸다.) 동생이 그리 말한다면 인리의 뜻을 받아들여볼까. 그리 말하는 인간들도, 신대에 태어났다면 또 다른 무언가가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일이군. (손가락을 거두고는 느릿하게 벽에 기댔다) 글쎄, 어떤 의미일지, 어떤 이야기일지. 그건 네가 판단하는 일이겠군. 어쩌면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네! 그런 뜻에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래야. 하지만, 그래... 평범을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볼까. 재미를 피하는 건 더욱 맞지 않으니.

제 눈에 당신은 명확하게 보이거든요.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요. 스스로를 흐릿하다 지칭하는 존재는 덧없고, 적어도 현대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이는 없겠지요. (꼭 자신은 아니라는 것처럼.) ....글쎄, 막상 말하려니까 부끄럽네요. 무엇부터 말하면 좋으려나. 궁금한 것, 있나요?
그러는 너 자신은 방금부터 붕 떠있는 듯 말하지 않았나. 마치 세상에 거리를 두는 것처럼, 평범을 지칭하면서 말이지. 참으로 인간답지 않은 태도야. (자신은 인간이 아니니 괜찮다는 뻔뻔한 태도.) 아하하! 밑밥이 필요한가? 그럼 묻지, 너에게 평범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것을 얻고자 하는 이유를?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모범적인 태도, 일까요? ....어쨌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사람의 모습을 한 이상,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은 이상은... ...그럴 수 밖에 없다, 라고 할까요. 하하, 사실... ...저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요. 그저,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표방해서 '살아있을 뿐', 그것 외에는 없답니다아.
재밌는 소리를 하네.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가? 사람인가? 너는 자기자신을 전자에 가깝다 평가하는 듯해.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본연이 사람다운 법, 그 속, 흉내는 아무 의미도 없지. 처음부터 그러했다면 그렇게 살아갈뿐일세. 그럼에도 사람이니 말이야. 자네의 속에 있던, 뭔가를 어찌 잃었는지는 모른다만. ... 후후, '아무것도 없다', '어찌되도 좋다'인가? 인격을 가지고 있는 자가 말이지.

그렇게 보인다면 반 쯔음은 성공한 셈이네요. 적어도 제가 사람처럼 보이긴 한다는 게 말이에요. (긍정적인 사고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이지, 나름대로 진지한 이야기라고요? (그러면서도, 저 또한 가볍게 웃었을 뿐이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것. 그것을 누군가가 바랬어요. 아니, 정확히는... ...다른 것이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나쁘지 않은 모양새긴 하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사람이지, 다를 것이 있나. 네 자신은 너를 사람아닌 것으로 판명한다하여도 너의 틀은 사람이었다네, 세상은 그리 기억하지. (인간의 몸에 담겨 있는 것을 인간으로 규정한다. 간단하고, 이질적인 판단.) '누군가'라는 것은 '너'는 아니라는 거군. 아하하, 누군가의 물건이나 다름없다라. 사람의 탈을 쓰되 사람아닌 것. 그래, 그 자는 무엇을 만들고자 했길래 널 그리 사용했을까... (네 태도의 근본이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한 후로, 미묘한 기색이 흐르다 사라진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태도로)

...글쎄요. (긴 침묵이 흐른다. 과거를 회상한다. 부질없고, 덧없는 옛적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것은...) 하지만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네요. 사람의 틀을 했다고 하더라도 금수만도 못한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하잖아요? (어깨를 가벼이 으쓱인다.) 그런 것조차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래요... ...저조차도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거부감이 드네요. 저를 사람이라고 말한다는 건, 정말... ...이상한 기분이라서.
말하고 싶지 않은가? (침묵하는 자를 부추긴다. 그것은 그리 인도적인 방법은 아니나, 이 자는 원체 의미모를 행동을 많이 하기에.) 그것도 결국 인간의 기준이군. 뭐어, 완전히 다른 존재로 거듭난다면 모르겠어. 하지만 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럼 사람인거지. (느릿하게 말하다 잠시 끊는다) 사람을 어떤 존재로 여기기에 이리 거부감을 느끼는지. 나에게 사람은 그 무엇도 아냐, 하나의 종족이다. 그리하여 흥미로워, 얼마나 긴 시간을 사람 아닌 것으로 살아왔는가... 자신의 인식마저 바꿀 정도로 말일세. 인간을 좋아하는가?

저에게 있어서는 이미 한 차례, 저를 부정한 집단이지요. 그리고 동시에... '저'를 구상하는 데이터베이스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꼭, 지금의 모습은 제대로 만들어진 양 말하였다.) 호오를 따지기엔 먼 길을 지나왔군요.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후후... 이상한가요? (이것은, 질문이었다. 정말로, 누군가의 시선에서 '이상한지', 자신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에이? 당신은 그러면, 인간이라는 종족을 좋아하시나요?
멀고 멀어, 머나먼 길이로군. 부정당했음에도 사회 속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너'의 판단인가. (마치 자신은 역할을 입고 있을 뿐이라는 투,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이 흐른다, 잠깐의 시간이) 이상한가? 이상하고 말고. 너는 이질적이다. 다만, 호오는 다룰 것 없어. 좋아하던가 싫어하던가, 밉던가 두렵다던가 흘려보내는 감정일 뿐이다. (그러니 '이상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한 발자국 물러서, 정말 너의 말을 관람하기라도 하듯 잣대를 밀어넣지 않았다.) 어떻게 보이나?라고 하고싶은 참이지만... 거래가 거래이니 말이다. (눈을 휘어보인다) 상관없어, 진실로 상관없다. 나와 먼 시간을 걷는 자들. 무언가를 살아내는 자들. 그렇기에 간혹 흥미로운, 곧 사라질 세상의 주인들이지. 특권이라고? 그건.

결국에야 저는 인간의 껍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인간인 척 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한다면... 저는 결국 후자를 고른 셈이 되겠네요. 그래도 '연산'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요.... 당신 같은 존재의 반응은 유추하기 어렵지요. (당신의 말에는, 조금 긴 침묵을 유지했다.) ....이상해도, 이질적이여도 상관 없다는 것은 이상하네요. 후후. ....아무도, 제게 그런 말 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을 원하는 세계는, 아닌 이들을 외면하니까요. ...에이는 정말, 사람이 아닌 거네요. (어쩐지, 그것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 당신이 사람이 아니라면...) 특권인가요. 신기한 발상이네요. 역시, 다른 사람의 시야를 듣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 후후, 사라질 생각은 하지 않고? 인간의 껍질을 하고 있다면 죽음을 택할 수도 있다. 배척당하지 않아도, 인간인 척 하지 않아도, 사회에 녹아들지 않아도...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있어. 안 그런가. (여전히 웃는 얼굴. 무엇을 위해 이런 말을 하는지, 동요따위 없이 태평하다. 마치 꾸며진 것처럼) 세상은 다수를 '보통'이라 칭하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세계의 입장을 맞춰줄 필요가 있나? 어차피 이 세계, 사회, 어딘가에는 '비정상'이 녹아들어있는 법이야. 사람이 그들을 보지 않을 뿐이라. (느릿하게 제 입가를 쓸다가) 당연히. 마음에 드는가? 사람이 아닌 것.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죽음을 택해봤자야 아무것도 아닐 뿐이죠. 도망친 것조차도 아닌, 그저, 사그라들음. (죽음을 택하는 것은, 그러했다. 두렵지는 않았다. 죽는 것이. 숨이 끊어지는 것이. 하지만, 그러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완벽한 증명이 되고 말아서...) 글쎄요. 마음에 든다고 한들, 당신은 물건이나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의미가 없지요. 물론, 후후... 형님이라고 불러볼 수도 있지만요. (농담인 것처럼, 덧붙이고.) 저는 뭘 하고 싶다던가, 알 수가 없어요. 그저 찰나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리고... 그것에 닿을 수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는 거죠. 인생이란, 그런 것의 반복 아닌가요.
아니, 도망칠 수 있는 것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곳'이 바로 도피처야, 사라진 의식이, 더 이상은 어떠한 것도 인식할 수 없는 감각이 그를 증명할테지. ... 그것이 아니라면, 너는 너 자신이 무엇도 아니라 말하면서 '무언가'가 되고 싶어 살아가는 것이 된다.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의 특권이라, 턱을 괸 영체는  제 앞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인간'을 뒤집어 쓴 '인간'을.) 그리 말하는 것은 새롭군! 그러한가, 물건이나 소유물이 아니다... 우스운 일이야. 후후, 형님이 싫으면 누님도 좋다네? (농담을 그대로 받아쳤다.) 찰나의 아름다움은 즉 '인간의 사회'를 말하는 것인가. 닿을 수 없다 느끼는 것 또한, 네가 지닌 의미 때문에? 알 수 없다는 것 치곤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그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후후, 네. 정론이네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결국 인간의 사회에 섞여 살아가기 때문에 하는 착각이 아닐까, 라고. 결국 나 자신의 목적은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런 생각도 들지요. 결국, 무엇이든 나에게 의미란 없다고. (그 '인간'은 결국 '인간'이었던가. 하지만 감히 바라건데 '그것'은 결국 '인간'이 될 수 없다 말하는 이유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무생물에 가깝겠죠. 후후,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까요?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고, 연산해요. 그래야만, 나는 사람다워 보일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조용한, 침묵이 흐른다.) 당신은 재정자라기보다는 판정자에 가깝군요. 저를 보고 있으면 즐거우신가요, 에이?
인간임을 기억하기 때문에 착각하는 것이다... 라. 궁금한 것이 생기는 군. 너는 선택할 수 없나? 뒤집어 쓴 것과 자신의 경계가 나뉘어져 있지 않냐 묻는 걸세. 인간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만들어진 의사라면 그것은 목적이라 말할 수 없는가. (네 이야기를 계속 잡아 챈다. 하나하나) 결과적으로, 너에게 의미는 없다는 거군. 글쎄? 무엇도 아닌 상태가 무생물이라면... 흐음, 아닐세. (언제까지고 본인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면서 동시에 의미없다 부정하는 것이란. 끝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것과 뭐가 다를까, 어깨를 으쓱이곤) 아아, 그럼. 난 재정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판정자...와는, 뭐, 그런 거겠지. ... 후후, 그래보이나. 그럼 그런 거라네! (애매모호한 말이 끝난다. 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 아직 흥미는 가지고 있는 듯 싶으나... 기색은 확실치 않다.)

이런 면모가 된 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라 타자의 바램이니까요. 그러니... 선택과는 거리가 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기어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지요. '나'는 무엇인가.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흉내낸 것을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라고.... (하나하나, 잡아채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성실하다. 성실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줄곧 길을 헤매이는 미아인 채로.) 후후, 글쎄... 정론을 말하면서도 자신은 한없이 타자인 채로 존재하는 당신. 간사하고 얄밉네요. 하지만 그 점이 제게는 차라리 위안이 되는군요.
결국 그런 것이지 않은가. (간단한 일일세. 그리 말하면서 느릿하게 손가락으로 네 턱을 살짝 들어올린다. 어딘가를 끝없이 헤매이는가, 홀로 안개낀 거리를 걷고있는가. 반복되는 의문마저도 마치 성장을 멈춘 아이의 고뇌같더라. 아아, 불유쾌하긴.) 타의의 삶을 사는 자들은 항상 읊는다, 이렇게 살고싶지 않노라고. 본디 인간은 원초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을 지닌 법. 나는 간혹 의문을 품지, '역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너는 이리 변해, 부정당했음에도 기어코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구나. 후후, 도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야. (시선이 어딘가로 흘러간다. 무엇을 회상하는지) 정처없구나. 너, 길잡이도 없이 긴 길을 가기는. (뚝.) 아아, 간사하고말고! 허나 무엇보다도 편리하지. 가벼운 태도, 가벼운 말. 누구나 만족하지 않겠어? 마치 류, 너처럼 말이다.

자아 없는 삶을 추구하기엔 너무나 먼 길을 떠나버렸군요. 귀찮은 일입니다. (진심으로, 이제는 조금 덜한 웃음기를, 그러나 조금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담고서.) 긴 길을 가는데도 목적지라고는 없지요. 헤매이는 것 뿐이랍니다아. 아뇨, 아뇨. 그러니 말할래요. 누구나 만족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도 닿지 않기 때문에 멀리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에요. 저 너머에 있는 별(이상)을 보고 찰나의 순간, 감상을 담을 순 있어도 닿을 수 없는 것에 만족할 일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느릿하게 웃는다. 어쩐지, 그것이 미묘한 만족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허나, 그렇기에 정처없는 길인게지. 목적지 없이 헤매이는 것이 인생 아닌가, 처음부터 무언가가 정해져있다면, 그건 재미 하나 없는 숙명이야. (네 턱에 닿아 있던 손가락을 떨어뜨리나 싶더니, 손을 쫙 펴서 네 코앞으로 뻗어본다.) 이렇게 코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건가? 닿지 않는다고 말할건가. (그 찰나, 감상을 담는 것이 고작으로 무엇도 닿을 수 없는 것이 나라면 나 또한 무엇에게도 닿지 못하는 것 아닌가. 감이 좋은 꼬맹이같으니. 그렇게, 잠깐.)

후후, 재미 하나 없는 숙명이라... 에이는 어때요? 숙명과 더 가까운 사이인가요, 당신은. (가늠하려는 듯, 시선을 고정하고는.) 네. 당신은, 닿지 않아요. 왜냐면, 당신 스스로가 닿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육체의 닿음이 아니라, 정신(마음)이 결코 닿는 법 없이, 그저 관찰자로서 머무르려는 당신이니까. (후후, 장난치듯 웃고 만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란 것은 결국 존재하기 마련인가보네요.
여기까지 말했으면 알 법도 하지 않나, (가늠하려는 듯한 시선에 희미한 웃음만 보인다. 자신은 숙명과 더없이 가까운 존재라는, 일부의 동의.) 애초에 운명이랑도 가깝지. 보통 신대의 것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이면을 가지고 있거든. 이것저것이 섞였다고 해야하나?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나는 어딘가, 의미 없는 어딘가, 허공에 서있는 것일 뿐이야. 정처없이 헤매는 너와도 다른 선상에 있겠지. (익숙하다는 듯 손을 거둔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국의 설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거든요. 하물며 신은요. ...저는 애당초 신실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으니까요? (동의를 얻었으니, 이야기를 잇는다.) 그렇게 존재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겠네요. 하지만 궁금하네요. 재정자(룰러)도, 구세주(신)도 아닌, 그저 당신의 이야기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요, 에이. 신들에게조차도, 이야기가 존재하니까...
몰라도 돼. 애초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네, 나는. 덤...이라고 해야할까? 최근의 단어로 치자면 조연도 되지 못한, 모브에 가까운 단역이라고 할 수 있겠어. (딱히 타격은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자기자신부터가 이 존재를 그리 정의하고 있으니까.) ... 후후, 맹랑한 녀석! 저 자신의 이야기는 정처없다 말하면서 신의 이야기를 논하는 거냐. 무엇이 듣고 싶은 것인지... 참. 그 댓가로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아하하, 그야 사실인걸요? 저는 정직하게 사실만 나열했을 뿐입니다아. 에이도 제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 정처 없을만하군! 이라고 할 거라고요. (어투를 흉내내듯, 장난스럽게.) 멀리서, 멀리서 바라보는 듯 하면서도,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않는 듯, 존재하는 당신의 방식을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서요. ...결국, 그리 되어도 당신의 이름은 남은 걸요. 남은 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어찌보면 이치니까. ...무엇이든 요구해보시던가요. 물론, 저는 한낱 인간인고로, 난제를 주면 해결할 수 없답니다아.
그거, 나를 흉내낸 것인가? (튀어나온 소리에 눈을 깜빡이다가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 이야기도 들어봐야겠군, 그래야 그래, 정처 없을만하군!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말하다가 뒤이은 말엔 뚝, 잠시 말을 끊었다.) 이름이 남은 것을 궁금해하는가. 그런 삶을 쥐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에 더욱 혹하는 건지, 아아, 난제는 아닐 걸세. 네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발 붙인 것을 말할 셈이거든. 뭐! 그럼 거래는 이렇게 성사된 것으로 치고, 어디부터가 궁금한가?

딱 잘라 말하자면 경계기록대로서의 당신의 이름이 제일 궁금합니다만은. 뭔가, 인생의 스포일러?를 듣는 기분이 될 거 같아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볼까요? ....에이는, 스스로를 엑스트라에 가까운 단역이라고 하셨지요. 그것은, 객관적인 시야로 보았을 때의 감상인가요? 그렇다면, 어째서지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그렇다면 거래에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애당초, '거래'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부터가 웃기다고는 생각하고서-)
아니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직관적인 것을 물어선 재미없잖나! 인생의 스포일러가 맞다고, 쉽게쉽게 가는 건 의미 없다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객관적, 주관적... 글쎄다, 인리를 객관적으로 칭한다면 그는, 나를 권력에 가깝게 보았더군. 이 클래스가 그걸 증명해주지 않아. (영생이 무어라고, 키득거리더니) 주관적이면서 동시에 객관적이네. 내가 판단하는 '나'와 타자가 판단하는 '나'는 분명 다를테지, 허나 스스로의 것이 없다는 것은 똑같아. 참 재미없지, 깊은 숲 속에서 흘러나올 소문 하나 없어!

아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에요. 인간 사회는 보통 통성명이 처음이니까요. 경계기록대란... 신기한 일 투성이네요.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생... 이라는 것, 특히나 저에게는 신기하게 와닿네요. 후후, 비단 인간이라서...가 아니지만요. (인간이라 칭하기에도, 이미.)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라. 하지만 이름은 남았으니, 그야말로 기묘한 이야기네요. 남게 된 이유라 함은, 생각나는 건 있으신가요?
하긴, 이번에 너희들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자기소개부터 시작했지. 처음에 소개를 하는 건 영령도 똑같긴 하다만, (그건 이명이니 말이지... 신기한 일이란 소리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동의나 남겼다.) 영생에 대해 얽힌 것이 꽤나 있는 모양이지. 관심 있나? 영생. (네 본인은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괜히 물음을 던져본다.) 이건 어려운 부분이군. 보자... 왜 내 이야기가 남았나, 그건 내 이명과도 관련이 있다네. 명확하지, 영생이라는 도구는 어디서든 요구되는 법이니. (툭툭, 제 머리 위 얹힌 관을 두드렸나)

이름을 들으면 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길 바랬는지 얼추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의식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 (짧은 침묵.) 아뇨,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그것과 반대에요. 단명에는 엮인 게 많아서요. 그의 반대말에는- 아무래도. 지극히 많이 들어봤지요. (관을 잠시 보고, 당신을 잠시 본다.) '영생'... ...당신의 특성 중에서도 그것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는 의미라는 건 알겠지만요. 이명으로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신이기 때문에, 라는 간단한 이유는 아닐 거 같고요.
흐음, 이름이 그런 용도라... 그럼 류, 네 이름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지? (문득 궁금해졌는지 툭 말한다.) 생각한 것과 정반대라, 그건 네 그 특이체질과 관련이 있나? '인간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당연히 관련이 있을테고. 재밌네, 단명에 얽혀있다면 무엇보다 더 영생에 집착할 법도 하다만. (손을 내린다. 눈을 감는 듯... 아예 감지는 않고, 아주 작은 시선을) 네 말대로 이명이란 영령의 제일 큰 중심을 가리키는 것이나 다름 없어, 그래... 네가 말한 인간의 이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신을 거론하는 건 이상하네, 영생을 가지고 있는 것 중 신 아닌 것은 찾기 힘들 것 아닌가. (잠깐 실없는 이야기를 흘려내고는) 내 역할이 그렇기 때문이지. 나의 존재 이유. 존재 의미. 즉, '영생'.

류세이라 읽고, 유성(星)이라는 뜻이에요. 후후, 이름치곤 드문 단어인데... 유성은 불길함을 가지기도 하고, 찬란함을 가지기도 하지요. 그런 뜻이에요. 당신 이름은 모르니... 물어볼 수도 없네요. (...) 아뇨, 아뇨. 생명이라는 건 결국 죽기 마련이라, 영생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세계의 끝에서는 시들고 말겠지요. 제가 원하는 건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뜻이에요. 그러니 관심이 없을 수 밖에요. (후후, 당신께 할 말은 아니었던가. 느긋하게 웃고는.) 영생 자체가 당신의 의미... ...라고 한다면, 그것을 부여하거나 가지고 있고, 혹은 그 설화가 가장 타당하고 유명하기 때문... 이려나요.
류세이, 유성星. 후후, 직관적이군. (그리 말하면서 몇 번 더 중얼거렸다.) 불행도 행운도, 불길함도 찬란함도 모두 양면성이로군, 너는 정말로 그것을 위해 만들어졌구나. (이름이 인간의 삶을 나타낸다면, 유성星의 이름을 지닌 자의 삶은 과연 어떠한가. 비행하는 듯, 추락하는 듯 찰나를 반짝이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다. 내 이름 또한 내 존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야할지... 아니지, 내가 있었기에 내 이름이 그 뜻을 가지게 된 것에 가깝겠군. 그러니 물어볼 필요도 없네,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은 뜻이니까. (턱을 괴고는) 아하하! 아니, 오히려 반가운 말이다. 애초에 불멸을 말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그 후를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야. 나는 오히려, (그 뒤는 말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잡생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도 언제까지나 불멸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기반이자 도구로구나. (애매모호하게, 말을 끝냈다.)

양면성의 저주라도 걸린 기분이네요. 후후, 틀린 말은 아니던가. 어떤 작품이 생각나네요. 인간의 악성을 꺼내보려는 시험 끝에 자신의 악성에 잡하먹힌 어떤 인간의 이야기. 에이는 어떻게 생각해요? 악성이라던가, 선성이라던가. 나는 당신의 눈에 어떻게 보이지요? (그러나, 영생이라는 이명 또한 저주나 다름 없지 않나. 당신은 죽지 못해서 살아있는 것만 같아서, 꼭.) 그러면 당신은 신이고, 영생의 유래가 된 존재인 셈이네요. 솔직히, 이렇게 들어서는 스무고개는 커녕 질문을 50개 하여도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난제를 주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이미 주신 것도 같네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럼... 다음은 무엇으로 할지. 어느 나라, 지역에서 왔는지로 할까요? 저는 보다시피 일본 태생이랍니다아.
저주에 걸린 것은 맞지. (말장난을 친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더니) ... 흐음, 그 작품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맞아, 그거군! 지킬 앤 하이드인가. 이전 칼데아에서 읽어봤다네. 인간은 별별 것에 다 얽매인다싶었다만... 생각해보니 그건 신도 매한가지더군. (낄낄거리다가도 뒤이어 들리는 말엔 입을 다물고 웃는 표정만을 유지했다. 무슨 답을 바라냐는 듯이, 팔짱을 끼곤) 둘 다 개념 그대로의 뜻으로 이해하네. 악성도, 선성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특성의 일부일 뿐이야. 그리고, 그건 직접 겪는 자들에게나 유효하지. 류는 어떻게 생각하나? 너야말로 그를 누구보다도 생경하게 겪어보았을텐데. (이 또한 저주와 같다. 태어날 적부터 무언가에게서 주어진 것, 그리하여 영원이니 나는, 제 앞에 있는 자를 보면서.) 간단하게 말해주기는 싫어서 말이다. 어쩐지 내가 너무 쉬워보이잖아, 줄줄줄~하고 새는 항아리같고. (진실된 뜻은 직면하고 싶지 않다,에 가깝겠지만 그를 티낼리가 없다. 투덜거리는 목소리조차 장난스러웠고) 영생의 유래가 되었다고 해도 내 지역 속에만 한정되는 일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네. 어이쿠, 이 말을 꺼내자마자 그렇게 나오셨나... (잠시 고민하다가) ─게르만.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후, 최근엔 나라가 너무 많이 생겨서 고생이로구만. 하나로 칭할 수 없다네!

악성도 선성도 누구나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라는 게, 일단은 '옳은 답'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로서는, 네. 악성만을 지닌 존재도, 선성만을 지닌 존재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로서는... 선성을, 선함을 바라보는 것, 그것을 '잘 보는 것'이 특기네요. 이만큼 말했으면 아시려나요? (아하하, 가볍게 웃는다. 얄밉지도, 그렇다고 진심이 묻어나지도 않는, 가벼운 웃음.) 아뇨, 그렇지 않아요. 당신의 이름을 알아도, 결국 당신의 한점조차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정의되었는지는, 스스로만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제가 당신의 이름을 깨달았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이 달라진다거나 하진 않겠지요. (짧은 침묵.) 그러니까, 이름은 알았지만... 지금은 뱉지 않는 게 옳겠네요. 그치요?
네 판단으로서는 그러한가. 세상에서 그런 것을 찾으려면 오직 인간이 아니라 다른 것에도 눈을 기울여야 할 텐데? ... 호오, 아니지. '잘 보는 것'이 특기라... 너의 그것 또한 저주인가. 시야말일세, 흔히들 말하는 마안과도 비슷해보인다만. (그럼, 네가 바라보는 그 선성은 어떠하지? 가벼운 웃음에 대답하듯 눈을 휘고는 그리 물었다.) 후후, 영령은 이름과 기록이 전부인 존재인데도. 하지만 좋다. 진명을 여기저기 알리고 다니는 것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거든, 네가 눈치챈 것 또한 거래의 일부이니 말이다... 이름을 알았음에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싶은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라네. 동시에, (영생은 누군가의 손에 쥐여져야만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저주에 가깝겠죠. ...타고나기를, 악하여라. 악성만을 담은 그릇이 되어라. 그렇게 해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게 되었고, 동시에 선성을 잘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 것을 보아라', 라는 가계의 마음가짐은. 근원에 도달하려는 마술사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원이라는 것은 진리, 진리는 아름다운 것. 그것을 목도하는 것으로, 어떻게 변질될지 모르면서도, 인간은.) 당신이 없으면 젊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존재함은 진실이지요. ...그래서, 그저. 멀리에서만 바라보는 건, 아깝지 않나, 하고.
타고나기를 악성, 그리하여 기준으로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그릇인가. 되려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겨버린 것이로군. '아름다운 것을 보아라.' 넌 지금도 그것을 눈에 담고 있나. (하지만 진리란 금기, 근원에 닿은 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 알고 있을 텐데도. 인간은 결국 파멸을 추구하는 자들이던가.) 후후후...... 역시 다르군, 달라. 나의 시야는 네가 말하는 것처럼 아름답지 않다. 혈통을 업고, 역할을 타고 태어나 마냥 나아갈 곳 없는 관찰자. (판정자,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조용히 속삭이는 말은 비밀이라도 말하는 양.)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냐. 무엇도 내게 의미로 닿아오지 않아. 무엇도 영원히 남지 않는다. 나만이 불멸하지. 그럼에도 찰나를 눈에 담아보라 하는거냐?

한가지에 치달은 극으로 근원에 도달한다. 라, 꽤나 흥미로운 안건이네요. ...근원에 반드시 도달하라는 것은 아니었어요. 아름다운 것이라면, 극치에 도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괜찮았고, 그 중 하나가 근원이었겠지요. (침묵이 흐른다.) 그러니 저는 그릇이 되었고,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흉내'내는 이유도 그것이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느낄 수 없어서, 학습된 만큼의 도덕을 내보이는 것. 그것만이 저를 포장하는 껍데기이지요. (그러나 결국 도달하고자 하였던가, 그 아름다움에 눈이 멀고자 하였는가...) 그럼에도 찰나를,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아보라 하는 것이에요. ...봐요, 에이. 저는 당신을, 당신 같은 사람을... 아무것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임으로서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거에요.
아름다움의 끝이 어디일 줄 알고. 네가 극치의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영역은 되려 무엇도 알 수 없게 해버릴 거야. 극치라는 건, 끝이라는 건 그런 법이니까. (유독 거슬린다는 투다. 스스로가 그 극치, 무언가의 끝에 다다른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일까.)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지. 들어라, 정해져있는 것을 내놓는 것이라도,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라도 '가능성'은 있다는 거야. 네 길을 가리고 있는 것은 너 스스로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고, 흘려보내고 있는 너는. 아름다움에.)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너 먼저 보여보아라. 내게 찰나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할 거라면 네가 먼저 그 찰나를 쥐어보여라. 류, 너는 악성이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선하구나.

(후후, 그 어투에 결국 웃어버린다. 거슬릴만큼의 말을, 당신의 신경이 쓰일만큼의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그 가능성이, 저를... 저는,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해요. 그리고 수긍합니다. 저는 될 수 없고, 되지 않겠다라고. 그런 것이에요. ...어쩌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가능성을 품기에는. 저는, 정말 모르겠네요. (그래서, 단지 아름다움에 눈이 멀고.) 선한가요? 후후. 그것은 또 의외의 말이네요. ...저는 악성을 알아요. 알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길에 들어서지 않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요.
(시야에 들어오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딴청이라도 피우는 듯한, 미묘한 몸짓.) 내게 인간을 좌지우지할 자격은 없어. 그런 '신'같은 행동을 할 생각도 없군, 평소 내뱉는 것들은 그저 가벼운 장난, 스쳐지나가는 몸짓일 뿐일세. (툭, 동문서답이라 해도 좋을 만큼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황망한, 초점없는 눈빛이 그리로 향하고) 어디에서든 나온 말은 힘을 가진다. 무게감 있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그러니 '그렇다'라고 말하지 않아, 류, 너에게 '어쩌면'을 입에 담을 뿐이다. (닿지 않는다. 닿을 수 없다. 그것에 누구보다도 익숙해진 존재였으므로) 그 생각 자체가 선하다는 거다. 물귀신이 왜 있겠어, '나만 당할 수 없다.'라는 악성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악성을 퍼뜨리지 않는 자지.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간섭이시네요, 에이. 아닌가요? 이것도 그저 가벼운 장난, 스쳐지나갈 연일 뿐인가요. (감은 시선이었건만, 시야 자체는 당신을 바라봄이 분명했겠지.) 존재하지만 그 다음이라는 것은 없는 당신에게,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요. 여기서 고집이라도 피워볼까요. (장난처럼, 웃고.) 제가 선하다고 합시다. 그러면 뭐가 달라질까요. 당신 마음에 들기라도 하나요? 에이, 에이... ...설령 제가, 선하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받아들일 수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되어라'라며 존재하게 된 저. 역할을 입고 태어나서 그렇게 된 당신. 당신조차도 스스로 변화점이란 정의 자체를 무릇 직시하지 않음에, 나 또한 그리할 뿐이에요. 살아있는 것이 특권이라고 하였지만요. 저는 저대로의 고집이 있답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나 또한 '아무것도 아닌' 거니까요. 인간을 좌지우지 하지 않을 거라면서요. 그렇다면 그저 흥미가 식으면 내버려두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것도 아니면 가여이 여기시나요.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시고, 보고 있나요.
... 맹랑한 녀석 같으니. 신에게 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들은 죄다 쪼잔한 녀석들이란 말이다. (제 얼굴에 먹칠하는 것을... 알면서 말하는 거겠지. 네가 하는 말에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으려는 듯 싶다가) 간섭이라 느꼈는가? 자네가 인정하지 않으면 이것도 가벼운 것에 불과해. (그러면서 느릿하게 입꼬리나 올려보인다. 눈을 감았다가) 류, 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들'이라는 점에서 너와 내가 같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간다면 다를 수밖에 없지. 정처없이 헤매는 것이 너라면, 나는 그저 공허 속에 서있을 뿐이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어찌 직시하겠나? 류, 나는 이미 좌에 새겨진 존재다. 그 앞이 있을리 만무해. 그러니 '살아있는 자의 특권'을 말하는 거다. 시간이 정해져있기에 걸을 수 있는 것들, 선택할 수 있는 것들. 그것이... (바로, 필멸. 아주 먼, 저 너머를 말하는 듯한 목소리.) 글쎄, 내가 널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연민, 동질감, 비슷하면서도 무엇도 아닌 이건. 역시 가능성인 걸까. 그것도 다를지 모른다. 그저 이것이 너에게 말하는 것은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확실한 것 하나는, 너의 존재 의미가 나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이 시간이 지나면 모두 끝나겠지. 이 만남도, 대화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안개의 끝이라고.)

우후후, 확실히 당신들의 신화 속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적어도... 전지전능, 결코 인간은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이 신이라서. (그렇다면 당신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신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무엇인가에 가까워서.) ...하지만 당신이 내 앞에 있잖아요. (고집을, 부러 피운다.) 그 앞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이 허상이 아니라면. 나는 기꺼이 변화라는 것을 쟁취해보겠네요. 신을 끌어내리는 것은 인간의 몫. 자신의 행복이라고는 요만치도 모르겠다는 당신의 말이 나는 수긍할 수 없어. (그래, 바야흐로 소년은-) 세계가 끝나면 당신조차도 끝납니다. '불멸'이라는 것은 결국에야 그런 것. 그리고 세계는 언젠가는 끝나겠지요. ...그 순간에, 당신이 계속 '아무것도 아니'라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린다, 당신을. 뚜렷한 이미지를. 사진을 찍듯, 찰나의 순간을.) 혼에 새겨진 저주는 돌고 돌겠지요. 혼이라는 건 결코 찰나의 순간이 아니니. 나는 돌고 돌아 세계의 끝에서도 찰나를 마주할터야. 그러면, 언젠가는 영원(기적)을 마주할 날도 오겠지요.
우리는 마냥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라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아픔을 겪고, 질투하고, 욕망하고...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그러면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깐깐해지는 법이라네. (자신또한 그러한가?라고 물으면 글쎄. 확신할 수 없어서.) ... 그래, 네 앞에 있지. (어떤 작용에 이끌려서,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거짓을. 말투가 느릿해진다.) 너는── 후후, 너는. 신을 기어코 전락시키고자 하는가. 인간이 신을 끌어내리겠다고! 우습다. 우스워. 왜 이런 곳에서 미련을 보이는 게야? '하고자 한다'라는 부분이라면 더 아름다운 것이 많을텐데, 굳이 나를 보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녀석. (허상일까, 혹은. 적어도 지금 이 땅, 도쿄에 발 붙인 자는 당신을 응시했다. 그제야 시선이...) 해봐라! 나의 찰나를 담고 나 또한 네 찰나를 담길 원한다면 그리 해보아라, 류. '아무것도 아닌'것에 의미를 담고, 걸어가라. (세계의 끝만을 바란다. 이 불멸이 사라지고 나 또한 소멸할 때를 바란다. 그 외에는 결국, 흘러가듯 의미없는 것들. '즐거움'도 '행복'도 없는 '무언가'가 손을 들었다.) 허나 끝만을 바라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 네 스스로 '살고 싶다.'라고, '존재의미'를 찾아야 나를 끌어내릴 수 있을거야. 그것이 나의 대가다. 돌고돌아, 몇 번이고 혼이 반복되어도... 영원을 마주하고 싶다면, 몇 번이고 너 자신의 길을 정해. 헤매지 않고 나아가라. 류. 아라이 류세이.

당신이 나와 닮았기 때문...일까. ...위대함을 새기지 아니한 신이여, 존재함에 있어서 역할로 붙들어진 신이여. 그럼에도 불과하고 '신'으로서 존재해야만 하는 신이여. 연민도, 동정도, 가여이 여김도 아닙니다. 단지, 당신이 '영원'이 아닌 '행운'을 마주할 수 있다면── 나 또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적을 인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네, 그러니. 이건 거래인 거에요, 여전히. ──불행 뒤에는 행운이 온다. 그 일말의 법칙은 결국 기적을 마주하기 위한 인간의 행동. 나는 기적을 쟁취해보겠습니다. 그런 존재인고로, 그렇게 된고로. (잠시간, 눈을 뜬다. ──너머, 선명한 붉은색의 시야가, 당신을 향한다. 당신의 색과 닮은, 그러나 전혀 다른...)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에요. 나는... 살아가고 싶다, 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라고, 28년의 삶동안, 영구히 그렇게 살아왔어. 아닌 척 해도 무리겠지요. ...그리고, 당신.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바라는 것은 있잖아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길 바라고, 그렇게 해야하고, 동시에 당신의 소멸을 바라는 것은── 스스로의 '행복'을 원한다고, 인정하는 행각과 다를 바 없어. 그렇다면 나는 신이라도 끌어내려야겠지요. 인간답지 못해서, 인간이 될 수 없어서... 그래서, 행복할 수 없는 존재는, 나로 족하니까요.
─── (답하지 않았다. 제 앞의 작은 인간이 말하는 것은 지금의 시간, 저 자신이 담고 있는 심상과 비슷했으므로. 누구도 보지 않았던, 누구도 인식하지 않았던. 자신 또한 버린 그것들.) ──신에게 내기를 건다는 것의 뜻을 알겠지. 네가 추구하는 삶, 네가 다시금 걸어가는 길. 그 위에 내 시선이 있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쥐어보여라, 인간아. 불행을 건너 네 찰나를, 아름다움을 쟁취해보아라. (흐릿한 눈에 기이한 기색이 담겼던 것 같기도 하다. 마주친 붉은 눈, 그것의 하얀 눈에는 붉음이 무엇보다도 잘 담겨서.) 그리하여 나는 네 찰나를 통해 인식할 수 있다. 그 무엇도 아닌 다만 존재할 것의 의미를, 그럼에도 손을 뻗을 수 있는 자들의 삶을. 신이 걸을 수 없는 인간의 영역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 기적의 끝에는... (침묵하는 신은 손을 뻗었다. 쫙 펴진 손은 네 가슴께에 닿고) 그러니 너는 악한 것,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짓이 아닌 것. 그러니, 존재가 바뀌지 않아도 괜찮은 것. 사회가 너를 '잘못된 것'이라 규정했다면 그렇게 두어라. 세계는, 너 또한 '섭리에 올바른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렇기에 네가,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일테니.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더는 '그것'에 얽매이지 말라고.) ──후후, 후후후... 아아,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어! 永生이란 즉 生. 그 모든 것을 깎고, 버리고, 외면했음에도 남아있구나. 그러니 너 또한 마찬가지다. 류, 인간답지 못해서, 인간일 수 없어서. 하지만 네가 소원할 수 있다면, 그것 그 자체로도 신은 규정한다. 이 세상이, 이 생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의 행복을 쥐는 자는 살아갈 수 있다고.

영생조_答え

태어날 때부터, 여즉 그러한 존재이질였다. 태어날 아이에게 저주를 들이부어, 등가교환의 법칙 속에서 살아가게 만드는 방도를 떠올린 것은 누구였는가─── 알 수가 없다. 그 아이에게 도덕을, 인간에 대한 것을 일절 알리지 않고 순수한 악성을 지닌 채로 키우게 만든 것은 또한 누구인가─── 죄를 밝힐 자 그 누구에도 없다. 아라이 류세이 생 28년 간 온전히 인간으로서 살아간 적 따위, 한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반부터 잘못 다졌기 때문에 선함을 몰랐다. 아라이의 인간들이 모두 죽고 나서야 빠져나온 바깥은 그야말로 선성의 세계였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 말은, 즉슨─── 아라이 류세이는 그야말로, 최악(最惡)의 인간이었다. 뭣도 모르고 나온 금수(禽獸)의 정체를 사람들이 알기 전에 소년은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터득했다. 아, 나는 인간이라는 것을 학습해야만 한다고.



───고난, 이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을, '모방'한다는 것은.

인간이 될 수 없어서, '흉내'낸다는 것은.

사람들의 말에, 행동에,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항상 사고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충실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

나는, 아무것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이.



───그렇게 28년이 지났습니다.

인간을 모방하며 지낸지 28년. 이제와서는 제 스스로의 마음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또한 애정하며 슬퍼하고 괴로워하는지 분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신조차 믿지 아니하며 나 스스로 또한 사랑하지 아니하니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매달리며 붙잡은 것은 오롯 찰나아름다움이었습니다. 악성만을 지녔기 때문에, 세계가 한 없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에─── 선함아름다움이란 기적을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영원이라는 기적진리을, 손에 쥐기 위해서 나를 빚어 만든 것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볼 수만' 있었고 도달할 수는 없었지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나타났다.

그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알고 있어요, 알고 있고 말고요. 당신도 행복해지고 싶었잖아요. 단지 역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존재에서 머무르는 것영생이 아닌, 행복해지고 싶었잖아요. 평범해지고 싶었잖아요. 표준이 되고 싶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고 싶었고, 그러나 될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볼 수 밖에 없었잖아요. 사람내가 아닌 것을, 인간내가 될 수 없는 것을.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말할게요. 당신이 나를 살아있는 것이라 말한다면, 나 또한 당신을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할게요. 그것이 나의 고집이고 내기의 결말. ───당신을 고정하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의 시야는, 한 없이 당신을 살아있다고 보고 있어. 살아 숨쉬고 싶다고, 외치고 싶은 당신을, 그러나 여즉 포기한 당신을."



숨을 토해내는 것처럼 소년이 내뱉는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타자를 통해서만 향할 수 있는 대답(答え)이었다. 신에게 감히 내기를 건 인간. 영원의 끝, 세계의 끝을 도래하게 할 인간. 그 끝에서, 다시금 당신을 마주한다는 기적을 내보이겠다는 인간의 오만.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 자고로 최악의 인간이었던지라 괜찮았다. 그러나 그는 무엇인가, 자고로 인간조차도 아니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내뱉었다. 감히 인간이 신을 이해한다고 논하였다. 하지만 그 죄를 짊어서라도, 소년은. 자라지 못한 소년은, 헤메이고 있는 소년은.

"이둔(Iðunn). 나의 행복을 나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찾아볼 거에요. 적어도, 하나만큼은 알고 있어요.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것, 누군가의 행복을 찾아준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갈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고. ───맹세를, 이곳에. 그대의 시선이 향하는 날 동안, 나의 시선이 그대에게 향하는 것을. 당신의 행복을 찾아서. 그야, 우리들...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요? 아무도, 그것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증명할 수 없더라고 하더라도. 나만큼은 그것을 배신해서는 안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기다려요. 그 옥좌의 위에서, 신을 쏘아 떨어트리는 자가 누구인지."

영생조_心

  신이 인간을 빚어 탄생시켰다면 과연 그 신을 빚은 것은 누구인가. 하늘 위 고고히 선 존재들에게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무엇보다도 잔인해서, 혹은 무엇도 이해하지 못하는 법칙이라. 그는, 눈을 감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의 존재를 이리 탄생시킬 수 있던가?
날 때부터 그의 눈神眼은 제 앞에 자리한 것들을 바라봤다. 저의 어버이, 형제, 나아가 세상. 그 모든 것을 본 뒤에 다다른 끝에 있었던 것은 자신 스스로였으니, 깨달았다. 자신의 의의永生, 자신의 삶運命 이윽고 모든 것을 파악하였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규정해버렸던 것이다. ─── 자기자신 스스로의 생을.

신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평범히 늙고, 다치고, 죽었다. 자연스러운 생과 사, 그것은 신족 또한 세상에 속해있는 존재라 말하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생로병사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황금사과의 주인, 영원할 불로불사의 주인.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찬란한 빛으로 ‘신’을 섭리 밖, 고귀한 존재로 만들어줄 생명이여. 그러니, 우리의 곁에 두자. 벗어날 수 없게, 이 권능을 다른 이에게 줄 수 없게. 우리의 귀하디 귀한 도구를…
─── 우스운 것들. 하나의 종족으로서 세상에 속해있는 것들. 그럼에도 자신들을 ‘귀하다’말하는 것들. 무료하다. 무료하다. 참으로 무료하다. 이 세상, 의미있는 것은 없구나. 금빛의 신은, 눈을 감았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무엇을 원망하겠는가? 원망한다면 끝이 없고, 시기한다면 나의 처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되는데. 이걸 축복이라 부르는 자들 앞에서 무엇을 말하겠는가. 그들의 영광스러운 시대는 나에게 다만 쇠락의 길이었다. 의미가 없는 말, 의미가 없는 행동. 의미를 가져봤자 필요 없는 자신. 처음부터 그러했고 다시는 바뀌지 않을 것들. 아, 눈에 비치는 것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 언젠가 보고 싶은 것이 있었고,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비로소 신대에서 벗어났을 땐, 이미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으니, 나는 대체 무엇인가.
그들의 도구로서 존재했는가, 그 존재 의미로부터 사라질 수 없는가.
이러한 것 또한, 이미 사라진 것의 흔적에 불과하다는 것이.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불멸을 업은 이 생은 끝나도 끝나질 않아서, 이것은 여즉 흐릿한 공허 속에서 발 딛을 곳 없이 계속 부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시선을 돌렸다. 닥치는 대로 보고, 닥치는 대로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찰나흥미를 꾸며냈다. 오롯 그 찰나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고 있다 실감하였으니, 다만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던 거다. 추구하는 것은 금방이라도 녹아내려 끝을 드러냈다.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은 거짓과도 닮았다. 그런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런데, 네가 나타난 거다.
  그건, 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안개 낀 길을 헤매고 있는 소년이 앞에서 숨을 내쉰다. 1초, 2초, 그 이상. 끝없이 이어지는 찰나가 자신을 끌어내리려 든다. 오만한 인간, 단명을 업은 필멸, 그럼에도 자신을 이 하늘에서, 공허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자부한 인간. 세계의 끝에서도 나를 바라보겠다 말하는 인간. 스스로 행복을 쥐어보겠다 말하면서, 기어코 죄를 짊어지는 가련한 영혼이.

“너는 말하는가, 내가 이곳에 존재한다고. 세계의 순리에서 벗어나 허공에 자리잡은 나를 네가 보고 있는 세계에 존재한다 말할 셈인가. ─── 이 내기는 세계의 종말이 찾아올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올바른 마지막이 찾아올 때까지, 업이 되어 네 저주 위, 영혼에 늘러붙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할 셈이냐, 고할 셈이냐. 아름다움선성에 눈을 빼앗긴 너는, 여지껏 살아 움직이고 있는 너는. 그저 그릇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행복을 생각하였던 영혼은. 세상에 발붙이고 있음에도 내게 손을 뻗는 건가. ─── 후후, 어리석구나. 인간은 항상 어리석어.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인 것일까.”

예상에서 벗어난 존재,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났으나 그럼에도 인간일 수 없었고, 그럼에도 아름다워 그 속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존재. 그 짧은 시야에, 신을 담고자 한다며 맹랑한 말을 내뱉은 것. 행복하고 싶었던 것은 네 자신이겠지. 무엇도 아닌 것으로 태어난 자신을 알 수 없어서, 무엇도 진심으로 느낄 수 없어서 흘려버린 것이겠지. 그렇기에 나를, 너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겠지. 신은 웃었다. 느릿하게, 채 자라지 못한 모습으로 웃음 짓는 소년을 보면서 결국 웃었다. 이토록 어려운 길을 가고자 하는 존재는, 퍽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낭만에 어울린다고.

“아라이 류세이(新井 星). 나는 행복을 모른다, 찰나를 넘은 감정은 없다. 느낄 순간은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네가 걸어간다면, 마냥 헤매이는 것이 아니라 안개를 넘어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면, 이윽고 그것을 잡아낸다면─── 그걸로 되었다. 나는 그제서야 언젠가의 내가 남긴 잔해를 버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살아간다. 행복을 상상하고, 그 길의 끝을 낭만이라 부른다면 너의 행복은, 그래. 이것의 행복이 되기에 충분하겠지. 그런 이야기다, ───단순히,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까 기다리마. 네가, 나를 쏘아 떨어뜨릴 날을.”

그러므로, 네 삶을 ‘판정’하마. 황망히 흔들리는 시선은 붉은 눈과 마주쳐 고정되었다. 그것이 그들의 내기, 그들의───거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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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조_맹약

(슬쩍, 몰래 다가간다. 레이시프트한 곳에서 챙겨오기라도 한 걸까, 작은 꽃송이를 하나 쥐고 있는 것이 머리에 장식이라도 해줄셈인지...)

(가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있다. 알아차렸을 것이 분명하지만, 인식 범위 내에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신경쓰지 않는건지...)
(눈치챘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기어코 근처까지 다다라서는 귓가에 장식해준다. 눈치보듯 시선을 움직이더니) ... 후히히, 우연히 본 꽃이 예쁘길래... 쉬고 계시는 걸 방해했나요?

...의문이다. 눈치를 볼 것이라면 하지 않을 것. 할 것이라면 그러지 아니할 것. 쉬고 있었다, 확실히.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 (귓가에 있는 꽃을 빼곤, 잠깐 보았다가 만다.) 그런가. (그게 자신하곤 무슨 상관인지... 싶긴하다.)
(그 행동에 아쉽다는 듯 앗,하고 잠깐 소리가 흘렀다가 이내 잦아든다. 깜빡이던 눈이 가볍게 휘어지고는) 쉬고계시는데 방해하면 죄송하니까요... ...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해봤다,라고 해야할까요? (음,) 꽃은... 보여드리고 싶어서...!

당당하게 구는 게 낫지 않겠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찾고, 그렇지 않다면 만다. 나에게 휴식 시간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타인의 완벽한 부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법. ...꽃은 보았다. (진짜로 보기만 했다.)
그으...럼 좀 당당하게...?! (흡!하고 힘을 줘보듯 자세를 바로했다) 음, 이렇게 말하면 좀 부끄럽지만요...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같은 욕심이라. ... 그럴 수 없다고 해도요. (나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과 그저 타인으로 인식하는건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네 손에 다시 쥐여준다)

...... (꽃을 바라보고, 다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꽃. 당신은 인간. 그저 그런 감상이 무릇 흘러가는데도, 알고 있음에도 그러는 것인지.) ....그런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단, 그런 것으로도 족하다고, 확실히 그렇게 여기고 있다. 욕심인가. 누군가의... 즐거움을 바라는. (바보 같기는... 그렇게 생각하는 자치고도 여전히, 투명하기 짝이 없는 무던한 눈빛이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욕심을 가져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멋쩍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헤헤 웃음을 흘리면서도 여전히 몸을 물리지는 않았다. 차분히 네 옆자리에 앉아서는) ... 당신에게도, 의미가 있을까요? 그럼 기쁠텐데... 마냥 즐겁진 않아도요, 꽃을 볼 수 있으면요. (다시 고개를 들어 무던한 눈과 눈을 맞춘다. 바보여도 상관없다는 듯, 마냥 헌신적이다.)

의미란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 무엇이든지 의미가 존재한다. 어떤 방도로든 의미는 존재한다. 그러니. (그런 헌신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던한 눈빛은 여전하다. 변화하지 않을 것처럼, 그러나 단지 명확하게 존재하여서.) 꽃은 양분을 가지고 피고, 다시 씨앗을 옮기며 식물이 시들지 않게 하는 순환의 법칙 속에 존재하지. 생명인거다. 그러니, 의미가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에, 살아있는 것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꽃은 당신에게도 저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러니 차분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예전에 동백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잖아요, 꽃 중에서도 그건 특히 더 강인하니까...

...강인하게, 겨울에도 핀다 하였던가. 본 적이 없다. (떠올리려 해도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허상을 그리듯, 그러므로 당신을 보았다. 당신의 적색, 그것은 닮았겠지.) 의미를 찾으려면 무엇에도 찾을 수 있겠지. 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며, 어디에서나 없기도 하니... ...그래. 분명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저는 자주 봤었어요. 집에 심어져 있기도 했었고... ... 붉은색은 특히, 눈 사이에서는 더 눈에 띄는 편이었거든요. (꽤 좋아하는 편이었나봐요. 그렇게 덧붙이다가 닿아오는 시선에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 (열심히...! 두 손을 쥐어보이다가) 응, 그래서 떠올랐어요. 왤까, 많은 것을 드리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약속했던 것과는 별개로도요.

약속조차도 내게는 도달하지 않을 점과도 동일하다. 그런데도 많은 것을 주고 싶다고 하는 건가. ...원한다고, 한 적도 없다만. (비아냥거림도, 웃음도 아닌 단지... 고요한 어투가,) '나'를 보고 있지만... 너는, 나를 보고 있지 않기도 하지.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의 집합체. 그러므로,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러니 정정하지. 너는 너 스스로의 욕심을, 그런 거로 정한 것인가?
어쩐지 다르다...고,할까요. 도달하지 못할 것을 알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아도. ... 했던 말은 지켜야 하는 걸요.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그리 속삭이며 두 손을 맞잡았다) ... 하지만, 지금 제 앞에 있는 유설이자 일문인 '당신'은 '당신'으로 존재하는 걸요. 확실히, 터무니없는 욕심일지도... (입을 잠시 우물거리다가,) 흘러가는 이야기를 잡고 싶은 건 제 꾸준한 마음이었고요. ... 원하지, 않나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욕심은 그것과는 다른 궤도를 그려서 나아가지. 그것이 인간. 인간은 욕심을 내기 때문에 자아로서 명명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반면에, 당신은 욕심을 내지 않는 것처럼...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바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하기만 했기에, 그렇기에 마녀는 소녀를 본다.)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너의 욕망을 긍정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꼬마, 너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것인가. 타인에게 여부권을 모두 맡길 것인가. 나는 그러한 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욕심에는 올바른 것이, 그리고 올바르지 않은 것이 있어요.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떻게 치부해야하는가. 한평생 타인의 이야기를 지켜봐 오기만 하였기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당신을 위해 행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 제가 말한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을 물으시네요. (시선이 느릿하게 내려갔다가) 이야기를 사랑하고 있어요, 고집을 부린 것도 스스로의 욕망...인거죠. 누군가를 위해,라는 마음은 스스로의 영역에 들어갈 수 없는 걸까요. 전 아직도... (살아간다고 한다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없을지도.) ... 그렇다해도 하고싶어요. 이건,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위해서, 여부권을 맞겨둔 것과도 다름 없이 살아감에 있어서는, 스스로, 라고 할 수 없겠지. 그건 단지, 맹목적인 존재가 될 뿐. (그래, 어찌보면 당신의 그런 점은 나의 성질과도, 참 흡사하여서.) 타인을 위해서 살아감에는 결국 원동력이라는 게 있어야겠지. 너는, 단지 너의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말해라, 고해라. 그것은 너의 욕망이더냐, 소녀여.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나는 그 뜻에 응할 이유가 없다. 나는 욕심을 내지 않으니까. 내게는 이상만이 존재하니까.
(맹목적인 존재, 자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말간 눈이 깜빡이다가) 그 이상은 멀고도 멀어요. 너무나도, 멀어요. (내가 걷는 길 또한 그렇겠지. 만약 내가 더욱 욕심을 낸다면, 그렇다면 분명 나도.) 저의 사랑은 결국 헌신이고, 맹목이에요. ... 하지만 이건, 단순히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사라진 이야기들, 잊혀진 이야기들, 이윽고 모인 그들. 나는 당신들을 눈에 담고 싶어서, 상자 속에선 알지 못할 이야기들이 있어서 욕심을 말했던가) 그 말대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지금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떨어진다. 이내, 당신의 손 끝을 잡았다. 조심스럽게) 그러니까... 저는 당신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을 욕심 내어 담아 당신에게 드릴 거예요. 분명, 상자에 차오르는 많은 것은 이유가 되어주겠죠. 이걸로는 부족할까요? 마녀님, 언젠가 봄이, 세계가 끝날 때까지... 제가, 그 이야기들로 저를 채운다고 한다면요. 손을 잡고 싶은 유설의 이야기들과, 세계에 흘러넘치는 일문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는 밤을 거니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꼭 종속이 되는 것만 같다. 의문스럽게도... 의아하게도. 아니, 그렇다고 해야할까. 원래도 그런 성질이었을까. 그러나 마녀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도 아니었으며, 그리하여 소녀는 기꺼이 맹목적이어라. 차가운 손 끝은 여전하게, 냉정한 듯 다문 입은 표독하게...) 그렇다면, 아이야. 그 이야기를 목적으로 삼아, 스스로 걸어라. 너에게 잔념하는 과거가 존재함에도, 들어라. 현재와 미래를 그릴 줄 아는 자만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논할 수 있다. 너는 그럴 것인가. (잡은 손 끝을 본다. 손을 내미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다.) 영특하고 어린, 마스터... (가여이 여길까, 아니, 그러지도 않는다. 이 존재는 단지, 당신의 본질을 보듯, 보았다.) 미래를 그리지 않는 존재에게, 나는 그 욕심을 맡기지 않겠다. 그러나, 네가 미래를 그린다면. 현재를 쓴다면. 공허하지 않은, 공백을 논하지 않는 인간상이 되어갈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고해보거라. 나는 약탈자이며 동시에 자애를 베품하는 자이니, 너는 나를 어느 쪽으로 두게 할 것인가.
(냉정한 말은 허락을 건네지 않는다. 다만, 또다시 담담하게 물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소녀는 마녀의 손을 기꺼이 잡았던 것이니... 그저, 천진하게 웃었더랬다. 끝난 이야기의 다음 챕터를 기다리듯이 맹목적인 눈빛으로) 저는 아무것도 없는 동시에 많은 것을 알며 지냈지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저를 스쳐지나가고, 저는 그들의 행복을 빌었어요. 제 것 아닌 삶을 응원하면서. (차가운 손끝은 여느 때와 같이 딱딱하다. 세계의 일부로 존재하는 장치처럼, 당신은 올곧게 앞 만을 바라본다. 그것이 마냥 기껍다 느껴질 정도면, 중증일까.) 후후, ...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손을 잡지도 못했겠죠. 대답할게요. 짙은 어둠이 발을 붙잡아도 걸어나가겠다고요. 허무한 끝이 기다리고 있어도 미래를 그리겠다고요. (당신을 위해서 나아가는 길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리라. 허나 그 여정이 단순히 나를 위한 도구여서는 안되니, 나는.) ㅡ무엇도. 어느 쪽도. 나는 규정하지 않아요! 무수한 자들이 당신과 함께하듯, 그 무엇으로도 정하지 않을 거예요. 그야, 이 이야기는 이제 첫 글자가 쓰여진 직후인걸... (여전히 겨울이어도, 추운 바람이 불어와도. 마녀와 소녀는, 그때의 인물과는 달라졌으니) ... 처음부터에요. 이 현재에, 나아가 미래에 그려질 것들은 아무도 모르는 계절이니까... 프리텐더, 당신은 이야기를 받아줄 건가요?

...나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자. 신체 없는 자. 정신이 없는 자. 그러나 혼만큼은 간직하여 영원할 자. 네가 나를 규정하지 않겠다면, 네가 나를 보고 있는만큼, 나도 너를 보고 있다. 우리들의 존재는 스스로를 그리려고 하는 자와 결국 손을 맞잡으니, 그것은 저주인지 축복인지... (유구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조용하게 내려앉는 말들.) 네가 미래를 그리겠다면, 나는 현재에 존속하며 존재할테지. 저주는 축복이고, 축복은 또한 저주이니, 너는 어느 쪽을 택하지도 않고 나아가려고 하는구나. 정의내려짐 없음에 기꺼이 함께하마. 나는 무엇이든 되는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없는, 거짓을 입은 자이기에.
저는 존재하나 무엇도 자리하지 않았던 자. 그러나, 저는 인간이여서 결국 쇠락하지 못하는 거겠죠.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이 있다면 나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거니까... (살짝,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가) ... 저주도 축복도 상관없어요. 사랑과 슬픔은 이어져있고, 현재와 미래는 이어져 있으니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죠. 그러니, 오롯이 가고자하는 길을... (느릿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흰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이) 마녀님, 마녀님. ... 후후, 마녀님이라는 것도, 유설이라는 것도, 일문이라는 것도... 이젠 애매하려나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당신을 정의할 수 없구나. 조금은 씁쓸한 감이 스쳐지나갔을까... 눈을 감고는 당신의 손에 얼굴을 기댄다) ... 즐거울테죠. (그걸로 되었어.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나의 존재는 덧 없는 것.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고 또한 정의 내릴 수 없나니. 그러니, 바란다면. 요나 네무. (또렷하게, 당신을 부르면서도, 손만은 다정하게, 아이를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무의식적이었을까, 혹은.) 나는 세계의 존재. 그러나, 종속되지 않은 자. 바란다면 그 이름을 불러, 너의 혼에 종속시켜라. 맹약을 걸어라. 그렇고 한다면, 나는 보다 또렷하게 그 '이름'처럼 존재할 수 있을테니.

(뜬 소문과도 같은 이야기, 기억되어야 했을 이야기, 더없이 흐릿한 존재의 목소리는 되려 뚜렷하다.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손길 또한.) -맹약을. (저주도 축복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약속. 시선은 곱게 휘어지고 당신을 담는다. 흘러나오는 것은 조그마한, 하지만 확신히 담겨있는 목소리) 세계가 불러 유설의 프리텐더, 즉 바바 야가. 하지만... (무수하고도 내 곁에 있는 하나의 이야기에게 속삭였다. 안개霞를 닮은 존재를 내가 얽어매는가) '그리고 또한' 내 혼과 함께하는 존재로 함께해주세요. 일문, 나의... 카스미霞와도 같은 마녀님.

(그것은 저주이나 찰나의 축복. 언제나와 같은 내일을 비는 무운의 뜻, 사랑을 입에 담아 일생 영겁토록 내리는 상흔의 마음. 아아, 그런가. 나는, 당신을 만나서.) ...안개霞로 둘러싼 숲속에서, 당신만이 볼 수 있는 마녀가 있도록.... 나의, 마스터. 나의, 나제쥬다надежда. 계약은, 이행될 것이다. 나의 소망에 그대의 운명이, 그대의 곁에는 나의 혼이. 그대는 나의 주인이며, 나는 그대의 서번트이다.
(언제나와 같은 내일이 모여 미래가 그려질 것이다. 눈부시지 않아도, 아름답지 않아도, 누군가에는 따뜻할 숲의 풍경이. 이것은 영겁토록 하얗게 불타있을 그림자에게 보내는 사랑. 안개 너머 장치는 저주의 증명. 너무나도 상냥한 저주의 증명을, 아아, 그러니 나는 당신을 만나서.) 그 안개의 안에는 언제나, 소녀의 흔적이 있을 것이므로. 소망надежда 또한 끝없이 마녀를 위해 춤추겠죠,... 나의 운명은 당신의 소망, 소녀의 혼은 마녀의 곁에. 맹세를 이곳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힌다. 꽃이, 흔들거리는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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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조_마녀의소녀2

(시간이 결국 우리들을 저주하고, 맹약에 묶이게 하니 결국 이것은 마녀의 계약인가, 저주인가. 알 길이 없다. 머나먼 미래에, 우리들을 묶은 그 맹약이 해방되는 날. 과연 우리들은 함께 걷는 것인가. 글쎄, 모른다. 어리석은 자의 말로를 그릴 수 없다. 아아, 미래를 그릴 수 없다... 겨울의 풍경은 산산히 무너져 내린다. 당신과 추었던 춤조차도 이젠 잊어간다. 일문이 아닌 유설로서 다시 돌아온다. 바람직하다, 그것이, 바람직 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러므로 어리석은, 산자를 보았다. 당신을, 소녀를, 아이를 바라본다. 우리들은 결국 혼으로 한데 묶여 저주가 걸리고, 마녀의 숲속에서 그리 되었으니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셈이다. 아아, 어리석어. 어리석고, 가엾고, 안타까운.... 상자 속에서 신을 타파하고자 하는, 인간. 마녀는, 말하지 않는다. 단지, 당신을 보았다. 생의 실감이란, 여전히 느낄 수 없다, 멀다.)
(마녀로 만들어진 장치는, 그저 그렇게 존재한다. 그들은 죽은 존재라, 아직 사람일 수 없는 존재라, 생명이 멀고도 멀게 느껴지는 걸까. ... 하지만 믿는다, 믿는 것이다. 머나먼 언젠가 이 맹약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는 봄을 거닐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의 겨울이 녹는다면 내 스스로 봄을 가져올 테니, 그저 당신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미약하니 부드러운 손길, 언제라도 벗어날 수 있을 품.) ... (숲 속은 어둡고, 빽빽하다.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들어올 수 없을 것처럼. 하지만 이 상자는 얇은 벽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 언제라도 열어버릴 수 있는 것. ... 그러니 이 혼을, 저주로 묶어버린 혼을, 나는 이 밖으로 내어보내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분명.) 일문, 일문. ... 눈이 녹으면, 무엇이 오는지 아시나요?

(아이, 라고 부르기엔 인간은 금방 큰다. 자신보다도 조금 더 큰 아이의 모습, 그러니, 그가 안아준다고 하기엔, 이미 서로를 안아주는 모양새에 가까웠겠지. ....아아, 슬퍼라. 슬프고, 비참하고, 감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그리고, 다시 비탄에 빠지고, 슬퍼한다. 사실, 아무도 저주하고 싶지 않다. 사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이대로 고독 속에 죽어서, 빠져버린다면. 그렇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돼'. 그러나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다. 장치는 계속해서 돌아간다, 그러니, 그 어딘가에 존재할 상념은, 삼켜진 채로.) ...모른다. (그러므로 그는, 모르고 있다. 미래를 그리는 법을, 모르고 있다.)
(모른다.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그저 담담하다. 어딘가에 숨겨진 목소리는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한채, 영원히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묶여 돌아간다. 저와 비슷한 체구, 그래, 이것은 소녀의 몸. 슬프고 싶지도, 저주하고 싶지도, 혼을 묶고 싶지도,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을 가련한 마녀. 하지만 그 속에서 계속 외치고 있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진정한 소리가 감춰져있다. ──나는, 그를 듣고싶다.) ... 비밀, 후후, 장난이에요. 눈이 녹으면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찾아올 준비를 하겠죠. ... 꿈과 같이. (손에서 자신이 품고 있는 것이 서서히 일어나 형상을 갖춘다. 잠깐이면 사라질 환상, 하지만 분명 동백의 꽃. 붉은 꽃은 그렇게 네 손에 쥐여진다) 동백꽃은 겨울부터, 그리고 봄까지 만개하지요. ... 모든 건 그저 숨겨져있을뿐 그 자리에 있어요. 당신은 꽃과 닮았네요, 봄을 기다리는 꽃과.

(숨결을 내뱉는 것에 비슷한 소리, 웃음은 아니었을 소리. 이윽고 당신에게 다시 닿는다.) 후, 후. 너도, 그 신도. 비슷한 소리를 한다. ....우스운 일, 정말로 우스운 일. 붉고, 아름다운 꽃... 우리의 척박한 대지에서는, 피지 않는 꽃. 정보로만 알고 있는 그 형상, 닮았다 하는건가. (떠올리랴고 하여도, 결코 그럴 수 없는. 소녀는 당신과 마주하지 않는다. 해방될 날이 온다면, 그저, 천천히, 사라질 뿐이지만───) ..... (그럼에도 불과하고 당신이 하고자 한다면. 천천히, 스러지듯, 당신을 품에서 놓는다.) 봄까지의 만개하는 그 꽃. 색채는 전혀 닮지 않았으나 보러 가야겠다. (닮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꽃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저무는 그 모습은... 닮지 않았다, 결코. 그러나 말한다면, 그래. 마녀는 듣는다. 마녀는 모양새를 떠올려야 한다.)
신이라면... 어머니이신가요? ... 후후, 역시 닮았다니까요. (하지만, 이쪽에서는 그것이 웃음과도 닮았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는 피지 않을 꽃, 하지만 이 겨울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는 더없이 어울릴 것이므로. 이내 흔적이 흩어진다. 본래 동백은 꽃잎이 아니라 꽃송이채로 떨어지지만, 만들어낸 꽃이니 이정도는 괜찮겠지. 마력이 흩어지며 잠깐, 바람이 스치듯 붉은 빛이 세상에 만개하였다) 꼭, 진짜 꽃을 보러가요. (당신의 저주가 풀린다면 나의 영혼또한 스러질 것이겠지. 자유를 주기위해 저주한, 나 자신의 영혼도. 그럼에도 잠깐, 잠깐이라도. 그 순간을 봄이라 여기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법이므로.)

(흩날리는 아름다운 꽃잎들. 우리들은 언제부터 이런 것을 보지 못하였나. 색색들이 물드는 그 색채를, 언제부터 잊어버리고 말았는가. ...아아, 한탄스러워야 하나. 그것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단지.) ───꽃을, 보러. (그런, 짧은 대답인지, 아닐 것인지를 모를 것을 답해. 우리들은 결국, 하나의 저주로 묶여 있어. 상자 속의 당신, 겨울의 나. 우둔한 것인지, 운명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함 속. 봄의 꽃은 진다.)
(붉은 빛이 이내 푸른 겨울에 녹아든다. 이미 무너진 겨울에, 일문에서 유설로 돌아온 당신을 다시금 바라보며, 색채는 흐릿하게 흩어져간다. 아직은 이르다는 듯이, 잠깐의 기억을 남겨두고.) ───꽃을. (네 말을 따라하듯 말했지만 이것은 확신. 장치가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비칠 수 없는 것이라면 자신이 내어놓겠다, 그리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웃음도, 한탄도, 슬픔도, 망설임도. 우리는 결국 하나의 저주로 묶여있어서, 이 운명은 언제까지나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피어날 적은 달라도 지는 것은 함께할 봄. 새빨간, 따스한 그 색을.)

───고맙다.
설령, 아무런 결과가 남지 않더라도.
너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
우리가 나누었던 그 대화는 지상 위에 존속하니.
나는 그걸로 되었다. 지켜야할 약속도 있으니까.
그러니, 너무 슬퍼마라.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 대신, 터무니 없이 찬란했으니까.

───과분한 말씀을.
이 생의 마지막까지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질테니.
기억하겠죠.
우리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슬퍼하지 않아요, 슬픔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웃을 거예요.

───삶은 어떠한 모습이라도,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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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조_마녀와소녀

(멍하게 서있음......... ...... 갑자기 행동반경이 넓어진 내향인의 표정)

그렇게 서 있으면 망자들과 똑같아 보인다. 꼬마.
... 저 귀신처럼 보이나요?! (어쩐지 기뻐보인다...)

예끼, 이 녀석. 산 자 주제에 망자의 영역을 탐하는가. 갈 길이 멀구나. 안색은 엇 비슷하지만 살아있는 것의 향기가 느껴진다. 멀었다.
우,우웃... 그렇지만 귀신이라는 건 매력적이지 않나요...? 흐헤... (음침한 웃음...) 저승에도 왔으니 슬슬 저한테서도 망자의 향기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죽음에 어떤 식으로든 도달, 그 뒤에 고정된 지성체에 관해서 논하자면, 흥미가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딱하다고 생각하다. 장례를 제대로 치루지 못했거나, 생전에 미련이 너무 크게 남아 지상을 떠도는 것들이나 마찬가지지. (본다.) 너는 산 자의 향기가 난다. 명백하게.
흔히 말하는 귀신은 한이 남아서 그렇게 된다고도 하니까요... 사,사실 저는 그런 학문적인 것보단 단순히 취향때문에 관심있는 것이 강하지만. (민망하다... 눈을 데굴 굴리다가 뒤이어 들리는 말에 제 하오리를 얼굴에 가까이 대어보고) ...... 많이 나나요...?! 사, 산 자의 향기가 뭔지 전 잘 모르겠는데...

더더욱 용서가 안되는구나. 꼬마. 산 자로 존재하면서 영역권을 이상하게 탐내지 말아라. 바바 야가의 이름으로서 혼내주고 싶어진다. (코 꼬집어줌...) 많이 난다. 너는 제대로 살아있다. 안심하도록. (이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을텐데...)
우웃, (코가 꼬집어지자 신 음식이라도 먹은 것마냥 얼굴이 구깃해졌다. 이상한 표정... 뻘뻘거리면서) 저도 언젠간 죽으니까 미리 예습한다치고, 아,아니에요! (또 혼날라 입 막았다가) 그럼 죽고 나서는 용서해주실건가요...? 제가 남아있을지부터가 문제지만... (허망하게 죽고싶은 건 아니긴한데... 이걸 다행이라 여겨야하는건가? 눈 피한다)

(코를 또 꼬집어줄 준비하기... 우드득 하고 손가락을 푼다...)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영역으로 간다. 그 뒤부터는 내 관할 구역이 아니다. 네가 어떻게 되었는가는 내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지금의 너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급하게 코까지 확 가린다. 두 손으로 잡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가...) 죄송해요...? 어, 그,그렇다고 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불편하셨다면... ...... 1000년 사는 걸 목표로 하면 될까요?! (엉뚱한 소리나 한다...)

1000년... 길구나. 요즘 현대인은 수명이 너무 늘었다. (농담일까... 아닐까.) 이상한 소리를 한다. 너는 너, 나는 나. 불편할 일은 없다.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에 대해 나는 불만이 없다. 단지, 가벼이 입에 올리면 저주 받기 때문이겠지. 저주 받아 죽고 싶느냐, 꼬마야.
사실 그렇게까지 살 자신은... 없습니다앗...! (중요한 비밀을 말하듯 엄청나게 진지한 말투로 말하지만 내용은 별거 아니다.) 그래도 저...도 서번트 님도 계속 칼데아에 있을테니까요... 불편은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할까, 네? 어어... 그걸로 저주받으면 전 이미 저주 덩어리일 것 같은데... 괴담... 좋아하거든요... (수줍은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대상)

(이 녀석... 안되겠는데? 라는 표정으로 손가락 다시 푼다...) 내가 불편하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되는거지? 의문이 생긴다. 사회에 속하기 위해 개개인의 개성을 다소 죽이는 행위를 인간이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서번트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살려주세요... 하는 얼굴이 되어서 쭈그러들었다) 네...? 서,서번트 님이 불편하다고 하시면 조심하겠죠...? (고개를 기울였다가) 서번트를 위해서...라는 말이 이상하네요. 인간이든 서번트든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사회...의 흐름 중 하나 아닌지... 저, 서번트 님과 잘 지내고 싶은걸요...

그런가. 이유는 이해했다. 의문점은 있지만, 목적이 있다면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 협조하겠다. (빤히.) 근데 잘 지낸다는 건 어떤 기준점이지?
... 이것도 서번트 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쪽으로 노력해볼게요. 눈에 띄지 않는다던가... 할 수 있으니까요...! (... 몰래 숨어다닌다는 뜻인가... 눈을 마주하다가) 네? 어... 으어... ...... 도... 동료같은 관계가 아닐...까싶은데요오...

동료 같은 관계. 그건 달성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제로 본 기관에 소속된 '동료'니까. 그러면 된 건가, 너의 목적 달성에는?
... 으음, 그, 뭐라고 해야할까요... (턱을 짚고 고민하다가) 사전적인 의미와는 다르다고 할까... ... 칼데아에 속해있는 소속감을 제외하고도 동료라는 것엔 유대감이란 것이 존재하고, 애정이라는 것도 존재하고... ... 서번트 님은, 어떠세요? 동료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관 내부에 속한 서번트, 마스터들을 아우르는 팀 뿐만 아니라 칼데아 내-외부에 존재하는 협력자 및 스태프들을 동료라고 인식한다. 유대감과 애정, 어렵다. 하지만 필요하다고도 인식. 단순 소속감뿐만 아니라 원만한 관계를 위해 상호교류를 지향하고 있다. 너와의 대화도 그런 것이다. 이상.
어려운 부분이라는 건 저도 동의해요. 그럼 정서적 교류라는 부분이 어색하다는 ... 느낌이실까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물어본다. 사실 말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서번트 님이 저와 유대감을 쌓을 생각이 있으신 것 같으니까...! 어,어떻게든 노력해볼게요! ... 할 수 있는 만크음...... ... 죄송합니다. 저 사교력이 바닥이라서 친구처럼 굴 수가 없네요... (슬퍼졌다...)

이해했다. 마스터의 사교성은 기대 수준 이하. 하지만 우리는 친구가 아니니까 친구처럼 구는 것도 맞는 게 아니긴 하다. 그러므로, 상관 없다. 정서적 교류. 아마 할 수 있다. 제대로 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생략. 나는 진실된 것을 입에 담을 뿐이다. (슬퍼하...나? 뽀담뽀담 해준다...) 슬퍼하지마라. 살다보면 수치가 바닥을 찍는 것 하나 정도는 있는 법이다. (위로법이 틀렸다.)
... (확답을 들으니까 어쩐지 더 아프다. 뽀담뽀담 받으며 눈물을 참고...) ...네... 하지만 저한테 마스터...라고 부르는 건 과하니까 그냥 요나 네무라는 이름에서 아무거나 불러주셔도 돼요...! 아직 정식으로 계약 맺은 것도 아니니까요. (어떤 분과 맺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쩌지... 나도 비슷한데... 입만 우물거리다가) 서번트가 되기 전에도 이런 경험은 없으셨던 건가요...? 정서적 교류요. 기록이 있다면 확신할 이유도 생길지도......

너는 마스터라는 역할. 그러므로 과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제안을 수락. 요나 네무의 인사를 받겠다. (아무래도 '바바 야가'같은 것처럼 '요나 네무'가 이름이라고 깨달은 모양...) 있었을 거다. 나의 영기 문제다. 이 모습의 주인이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서적 교류는 오히려 존재했을 터다. 단지, '나'에게는 없다, 라는 것. 모른다. 하지만, 필요한 건가? 대화는 성립하고 있다. 하다보면 가능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 어라, 뭔가 이상한데... 잠깐 눈치를 보다가) ... 요나가 성이고 네무가 이름이니까요! 성과 이름 중 어느쪽이든 좋아요! (이렇게라도 말한다. 제 손을 쥐었다가) 프리텐더,라고 하셨었죠.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안쪽의... 본질 쪽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가요. ... 그럼 저는, 서번트 님을 어떻게 부르는 게 맞나요? (거기서부터 문제인가, 눈치를 보며 작게 물었다가) 그 이상의 유대감을 저와 맺는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가. 알았다, 요나 네무. (하지만 부러 답을 그렇게 한지는 알 수가 없다.) 프리텐더. 바바 야가. 어느 쪽이든 맞고, 어느 쪽이든 틀리다. '프리텐더'니까. 분류 명칭이 되었더라면 상관 없다. 너도 헷갈리지 않다면 그걸로 족하겠지. (작은 소리, 고요하게 듣는다.) 모른다. 효율을 따진다면, 모든 인간관계에는 그렇게 아무런 뜻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율을 따지기 위한 행동은 아니다. 나는 '너'를 알고 싶다. 정보로서 습득하든, 단지 이야기를 들을 뿐이든. 유대감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도 있었으니.
... 넵, 바바 야가 씨...! (그냥 요나 네무라고 부르는 게 좋으신가보다... 호칭을 거치는 건 포기하고 납득했다, 그냥 비슷하게 부르기로 결정한듯) ... 묘한 말이네요. (어느 쪽이든 맞고 어느 쪽이든 틀리다... 흘러나오는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문득, 눈을 깜빡이다 작은 웃음을 흘려) 오히려 전 그 쪽이 좋아요. 효율이 아니라 저를 알고 싶다는 거... 제가 바바 야가 씨를 알고 싶어하는 것과 같이, 정적인 절차가 아니라 정말로 관계를 맺는 것 같잖아요. ... 물론 전 그다지 가치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바바 야가 씨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기쁘니까...! (중얼중얼...)

프리텐더니까. 바바 야가도, 역할에 의한 명칭일 뿐. '나'의 이름은 아니다. 다만, 알고 있어도 내뱉을리가 없는 것이니, 이름으로 생각해도 상관이 없다. 그런 것. (도리어 웃음 소리가 나면, 의아함을 느끼기만을 했다.) 너는 가치 없는 사람인가? 어떤 기준점이지? 이해할 수 없다. 타인에 관해서는 높게 평가하는 듯 하며 자신을 낮춘다. 동등한 관계에서야 대화는 성립한다. 방금 말은 취소하기를 권장.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나'와 관계를 맺어봤자 좋을 것이란 건 없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꼬마.
그럼 제가 프리텐더도 아니고, 바바 야가도 아닌... '당신'의 이름이 궁금하다고 해도 알려주실 수 없는 건가요? (눈을 깜빡인다. 이것도 특성 중 하나라고 해야하는걸까, 알기 어렵다.) 비교적이요. 제 기준에 따라서는 저보단 다른 분들이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요, 저는 그런 것을 동경하여 이곳에 오기도 했거든요... ... 하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취소할게요. (느릿하게 덧붙여지는 말은 예의상,) 네...? 어...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제가 바바 야가 씨와 관계를 맺으면 벌을 받나요? 아니면 피해를 입나요. 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만약 나쁘다고 해도 바바 야가 씨와 친해지고 싶어요. 방금도 말했듯이, 당신도 제가 동경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걸요.

.... 그런가. (침묵 뒤에 나오는 것은, 결국 동조와도 같은 한숨이다. 아니, 그저 숨을 내뱉은 것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그조차도 애매한, 반응.) 동경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하더라도. ...너는, 확실히 내가 보아야 할 '아이'구나. 그래, 그런 거구나. (중얼거림이 깊어진다. 홀로 떠들고 있는 것만 같다.) 답은 해주마. '나'의 이름은 역사에서 이미 잊혀졌다. 바바 야가로 불리게 되면서, 아무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나'의 이름을 말하지 못해. 궁금하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런 존재, 그러므로 프리텐더니까.
... 후후, 당신이 말하는 '아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당신이 이미 저한테 표현했던 것처럼, 저는 살아있는 생자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제가 보고싶은 별이고... (중얼거리는 것을 가만히 듣는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품고있는지 알 수는 없어도.) 바바 야가, 그 마녀라는 존재로만 기억되어 이름을 잊어버렸다... ... 라는, 걸까요. 그다지 좋은 이야기는 아니네요. 자신조차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한다는건,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같잖아요. ... 불리고 싶은 이름,같은 건 따로 없으신가요? 좋아하는 것이라던가요. 적어도 프리텐더와 바바 야가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거짓이니까. (단언한다, 그렇게. 마음에 가책조차 없다. 괴로움이나 슬픔조차 없다. 단지, 진실을 입에 올리듯.) 나는 거짓이며, 이방인이고, 역할을 입은 자로서 존재할 뿐인 세계의 마녀. 그러므로 맞다, 너의 말은. 거짓은 진실의 반대라고 하지. 그러나 거짓됌이라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되었다는 거다. ...나는, 이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으니. (조용하고, 고요한 말이 오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슬픔이라고는 없어서.) 왜냐. 프리텐더도, 바바 야가도, 충분히 구별되는 호칭이다. 달리,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다. 불리고 싶은 이름 같은 건 없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 (당신은 슬퍼하지 않은데, 그 모순적인 존재에 되려 슬퍼지는 것은 자신이다. 왜일까... 그렇게밖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결국 운명처럼 느껴져서인가. 바뀔 수 없는 영령의 운명을 알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바바 야가, 거짓된 마녀로... ... 이것에 만족하신다면, 저는 더 묻지 않겠지만. ... 거짓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건 진실이라고도 하잖아요. (결국 거짓 또한 기반에서 나오니. 여전히 고민하다가, 내뱉는다) 저를 부르는 것은 요나도, 마술사도, 꼬마도, 아이도... 모든 것이 되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네무라는 호칭을 선호하죠. 그건 분명, 제가 그렇게 보이길 원해서일 거예요. 바바 야가도, 프리텐더도 아닌... 잊혀진 것을 되짚을 수 없다면 제 앞에 있는 사람이라도 기억하고 싶어서, 저는 당신의 이름을 물었어요. (이것이 기초부터 잘못된 말이라도.)

(요나가 성, 네무가 이름. ...이름에는 혼이, 혼에는 이름이. 깃들어서 잊혀지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든다. 그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잊혀진 것을, 살려서, 세워서... 무엇이 된다고?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가. 눈앞에 있는 아이는, 나를 보았던 아이들은 언제나 그랬던 걸까. 이제는 채 슬픔조차도 누리지 않게 된 마녀는 당신을 본다. 여전히 그러했다, 정말.) 너의 말은... 틀렸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냉정하지 못한 것은 이쪽인가. 그는 결국 꺾이려고 하면서도, 그렇지 아니한 자의 편을 들어주기 위한 역할. 그러므로 당신의 말에 고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대답을, 사그라지지 않은 그 마음을, 영원할 것 같은 고독을...) 바바 야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면, 이 영기에 의미는 없다. 우리들은 결국 존재하지 못하게 되어서 사그라질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이름을 묻는다면... 아이야, 자그마한 아이야. (속삭이는 듯한 작은 소리가 이어진다.) 이름 없는 자에게 이름을, 개성을, 혼을 부여하겠다면, 아이야. 너는 사라짐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거짓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것도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채로 끝난 것과 마주해야만 한다. 너는 그럴 것이냐. 고작 해야, 그것 하나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얘기할 수 있다, 이야기라면 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아. 나의 이름은 더이상... (흘리듯, 사라지는 말처럼.) 그 숲에 버려진 채로, 영원히 사라져버렸어. 그러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나의 이름을.
(이 영기, 그를 정의하는 것이 프리텐더이자 바바 야가인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은 나의 지나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어리석어서, 그럼에도 어떤 사람이, 분명히 존재했던 이들이 잊혀지는 것이 싫어서... 뒤섞인 혼들을 바라본다. 사라진 것을 기억해내려해본다. 언젠가, 나와 같은 사람이 있었을까? ... 분명 그러했겠지. 나는 흔하디 흔한 사람 중 하나이니... 당신의 '아이'는 분명,) 답이 정해져있었나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쪽이 답이었어요. 그렇게 덧붙인다.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진실도 거짓이 될 때가 있고 부정이 긍정이 될 때도 있어서...) 제가 하는 것은 그저 귀신의 우스갯소리와도 같을지 모르죠, 누구도 듣지 못할 작디작은 속삭임 말이에요. ... 어쩐지, 입장이 뒤바뀐 것 같네요. 이래서야 제가 '바바 야가'같아요. (그리 말하며 웃었다. 이야기꾼을 자처하다니, 흔치 않은 일이지만...) 네, 프리텐더, 유설, 바바 야가... ... 당신, (무거운 것들이 지나간다.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다, 쓸모없는 자신에겐 더더욱. ... 하지만, '고작 하나'라는 말로 정의하기엔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있으므로... ... 분명 대가가 돌아온다 하여도, 그 상자를 열어버리겠지.) 사그라든 것들은 어디로 흘러가나요, 다시 '바바 야가'에게로? 아니면, 또 다른 이름에게로. ... 거짓이라뇨, 방금 말했잖아요? 이게 거짓이라면 전 이미 거짓을 보고 있는 것이겠죠. 시작도, 끝도 결국 하나였어요. 저와 시작한 것도 하나였답니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건 그 속에 담겨있는 성장을 좋아하는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그 사라진 것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보고싶은 편이고. 그것이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죠. ... 괴담은요, 결국 잊혀지고 사라진 것들을 기리는 이야기거든요. 빛을 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라진 이야기들이, 존재들이... 모이고 모여 조각으로나마 이어지는 이야기. 저는 그것들을 다시 기억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읊어요. (그냥 잊혀져버리는 건 슬프잖아요. 한 발자국, 다가간다)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죠. 그럼에도, 그럼에도. 사라졌나요, 숲 속 깊은 곳에 버려져서, 길을 잃어버려서. 누구도 찾을 수 없을 나무 밑둥에 숨겨졌나요. ... 하지만 저는 보고싶어요. 당신들이, 당신이 강제로 놓아버린 것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 적어도, 바바 야가도 프리텐더도 아닌 당신을.

...'바바 야가'의 모습이란 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타고 내려진 이야기. 누군가가 두려워하며, 경시하며, 멸시하고, 박해했던 이들을 버리기 위해서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정말로, 인간을 잡아먹었던 걸지도 모르는 마녀의 이야기. '나'는 실로, 그 모든 것들이 섞여서... 존재하고, 존재하게 된 '바바 야가'. (그러므로, 역할을 입은 자. 바바 야가, 이름이 존재하지 않은 채로 버려지고 박해받은 이들이 대신 받은 이름과도 같은 역할. 그렇기에 남은 이름은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 새겨질 새 없이 사라지고, 마녀로 박해받은 이들은 단지 '마녀'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영혼을 빼앗아 먹고, 인간을 죽여서 잡아먹고, 동물들이 싫어하는, 괴악하고 사악한 마녀 바바 야가. 눈을 감는다. 짧게 추억이라도 그리듯, 그러나, 그려지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언제나 경고음과도 같았다. 다가오는 것은 누구인가, 또 나를 박해할 자인가. 잊혀버리게 할 자인가.) ...나를 볼 수는 없다. 나의 이름을 말할 수 없으니까. 나조차도 말할 수 없으니까. 나는 개인인 동시에 집단. 집단이면서 군체. 하나로 보이면서도 여럿. 그러므로 없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말해주마, 바바 야가의 이야기를. 바바 야가로 불리는 것들의 이야기를, 이름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 지상 위에 분명히 존재했던, 사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역시,라는 말은 내뱉지 않는다. '바바 야가'라는 이야기는 결국 자신이 기억하고, 품고, 그리고 안타까워하던 그 이야기들 자체라서. 그것을 괴담이라 칭할 수조차 없기에... 내 앞에 있는 당신을, '마녀'와도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그를 그저 응시했다. ... 안쓰러운 사람들, 분명히 살아갔던 사람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마녀들에게 생자가 무엇을 전할 수 있나, 나는 결국 이름 하나 깨닫지 못할 텐데. ... 그럼에도 눈을 감지는 않았다. 그러면, 꿈까지 깨버릴 것 같으니까.) '바바 야가', 어느 곳에나 있는... 마녀. 언젠가는 친절을, 언젠가는 참을 수 없는 악행을 휘두르죠. 항상 다른 이야기 속에서. ... 하지만 그건 이야기, 당신은, 살아있는 자들은 결코 그러지 않았을 테죠. 항상 이야기는... 괴담은, 사라진 자들의 복수를 무서워하는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약한 자들의 원혼을, 자신들의 악행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언제나 기억한다. 사라진 이름들, 사라졌을 이름들, 그렇게 공포의 대상으로 남았을 이름들. '바바 야가'는 사람이 아닌 마녀로서 그리 남아버렸던 것이다, 결국. 그것이 별의 추락을 보는 것과 같아 못내 한스럽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겠어요, 보지 않겠어요. 하나의 '바바 야가'가 아닌 당신들 모두를 보고... 기억하고, 그 이야기를 진실로 만들게요. (손을 펼친다. 양손,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듯이.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들을 박해하지 않아요. 그야, 당신들은 사람이니까... 단순한 마녀가 아니었으니까... (사람들이었으니까. 슬픈 상자가, 다시 닫히고, 열리고. ...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숲은 멀기만 하여서, 진짜를 볼 수 없다해도. 당신이 그릴 수 있음을 만들어내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그렇다면 기억할게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남길게요. 바바 야가로 불리는 당신들을, 바바 야가로 남은 당신들을. ... 그러니, 분명히 반짝이는 별무리의 당신들을. ... 들려주시겠어요? 저에게, (유설流說,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뜬소문도, 거짓도 아니었어. 이야기로 떠도는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라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내미는 것을 알면서도...) ... 이야기를 듣는 동안만이라도, 당신을 일문逸聞이라 불러도 좋을까요? 저, 어느쪽도 당신을 뜻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려서.

(마녀의 형태를 띈 자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과도 같다. 그의 모습은 그런 것이었다. 이질적인 상처를 띄고, 마녀와도 같은 차림새를 하고, 동시에 소녀와도 비슷한 외형을 유지한 채- 입으로 읊는 것은 괴악한 마녀의 말, 혹은 기계장치의 논리.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였다. 과연, 그는 무엇이라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단지 그렇게 굴어야 했음으로 그러고 있는 것일까. 모른다. 그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마음이 존재했기에 무너졌고, 마음이 존재했기에 무뎌져야만 했다.) 오만하구나, 아이야.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사라진 것을, 진실로 만든다니. (그러니 실로, 경악스럽고,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인간이다, 인간. 오만한 인간, 신을 끌어내리는 인간, 이야기를 만들고, 또한 진실을 파헤치는 인간. 마녀는 인간을 목도한다. 마녀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에게서.) 하지만 욕심을 내라. 그것이 인간이니까. 이상을 그려라. 그것 또한 인간이었으니까. 우리는 인간의 욕심을 안다. 질투를, 경시를, 경외를, 공포를, 전부 알고 있다. 그러므로 말한다. 하고자 함에 못할 것은 존재해서는 안되었다고. 신이 하지 않는다면, 나의 이 모습으로 하고자 한다고. (감탄스럽게, 허상스럽게, 그저, 웃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결코 웃지 아니하고-) 유설이 아닌 일문인가. ...우습다, 우스운 이야기. 하지만, 그래. 네가 바란다면, 그렇게 불러라. 우리들은 이름이 없다. 우리들은 무엇으로든 불린다. 그러므로 되었다. 네가 그리 부른다면, 그런 것이다.
네, 오만하기 짝이없죠. ... 알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향한 자신도 없으니까요. 제 능력은 보잘 것 없다는 것도, 그리고 발전할 의욕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 앞에 있는 자가 하는 말이 단순한 기계장치의 답일지 몰라도. 마음이 아닌 마녀가 하는 말일지 몰라도. 어쩌면 그 속에 숨어있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하지만 그렇기에, 1명만이라도. 이 작은 세상이라도 사라진 것을 진실로 바꿀 수 있는 거겠죠. ... 후후, 알고 계시듯이 인간은 제멋대로니까요. 이번엔 박해가 아니라... 호의의 발걸음이라 생각해주시면 기쁠 거랍니다. (당신에게 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춰질까. 가볍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에도 평소보다는 훨씬 진중한 말투로) 그러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게요. 신이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욕심을 부려볼게요. 그러니까... ... 일문 씨도, 같이 해요. (마녀를 보고, 마녀가 아닌 자들을 보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들을 보며 살짝, 하오리 소매로 제 입가를 가렸다) 그냥 웃어버려도 좋아요. 저, 일문 씨가 보신 질투도, 경시도, 경외도, 공포도 아닌... 다른 것들을 내놓을지도 모르거든요. 사랑하고 동경하는 이야기들에게...

(...호의라. 당신에게로 한발자국, 다가간다. 그러고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듯이, 살짝, 손으로, 손등으로 흘려보냈다. 그런가. 다가섬에 있어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한 행위였던가. 어리석었다. 호의가 호의로 돌아섬을 믿는 것처럼, 이상을 그리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것 만큼이나. 그러니 인간이겠지. 그러니 살아있는 것이겠지, 당신은.) 같이, 하는 건가. (어쩌면, 웃음을 내비치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지. 마녀는 웃지 않는다. 마녀는 울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단지, 그러나, 단지. 마녀가 손을 하늘 위로 뻗으면, 노래하듯 무엇인가를 크게 외치면, 사그라지고 말 겨울의 풍경이 찾아온다. 끝나지 않는 유설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여러가지의 손들이 흔들흔들, 춤추듯이 나와 투명하게 당신을 통과하듯,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흔들거리며 마녀의 곁에 섰다가, 이내 당신에게 손을 뻗는다.) 내놓아라, 내놓아라. 나는 마녀, 겨울의 마녀, 바바 야가. 대가가 존재한다면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자, 작은 아이야. 언젠가 반드시 끝날 겨울 속에서, 완연하게 춤추도록 하자. (잡는다면, 그때에는 하리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저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곤 가만, 몸을 멈췄다. 평소라면 놀랐을 손길도 얌전히 받아들이면서... 그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시선은, 당신에게로. 이내 제 머리를 맡기듯이 살짝 몸을 기울였다) 그럼요, 같이. 저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인간이니까,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인간이었으므로. 환영과도 같은 풍경, 겨울의 찰나를 눈에 담으면 나오는 것은 웃음. 마녀가 웃지 않는다면, 자신의 웃음소리로 겨울을 가득 채워버리겠다는 듯이 참 행복하게도 웃었다. 흔들거리는 손이 나오면 그와 맞춰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다가도... 시린 겨울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여 어느, 짧았던 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모임의 참가자는 저와 당신, 그렇죠? 겨울은 언젠가 끝나고, 그리고 또 다시 언젠가 돌아올테니... 이것이 마녀들의 이야기라면, 마땅히.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죠, 손을 잡고... (투명한 손들이 지나갔던 자리를 천천히 훑는다. 손이 마주하듯이, 제 두 손으로 다 잡지 못할 수많은 손들을 담듯이 투명한 허공을 지나간다. 하오리에 그려진 나비들이 날갯짓하듯이, 그리고 마침내 닿는 것은, 새하얀 마녀의 손과... 시작될 이야기.) 마녀님, 일문, 저는 작은 청자... 대가로는 이 겨울의 시간을 드릴게요, 생자의 겨울을.

(생자의 겨울은 망자의 겨울과는 전혀 다르다. 살아있는 자의 시간은 흐른다. 반면에 망자들은 영영 그 계절에 떠나두고 오는 것이다. 투명한 손들이 흘러가듯 지나고, 마녀는 소녀의 손을 잡는다.) '나'는 겨울에 두고 온, 계절 그 자체의 종말. '너'는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그 자체. 대가로는 만족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겠다. 소녀여, 작은 아이여. (일문, 그 얼마나 어리석고도 바램이 담긴 호칭이었는가. 바바 야가도, 유설도 아닌,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숭고한 이야기, 라며. 단지, 마녀는 슬퍼하지 않는다. 기뻐하지도 않는다. 존재함으로, 거룩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손들은 깨지듯 흩어지고, 남은 것은 마녀의 손.) ...옛날 옛적에, 한 숲속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꼭 노래하듯,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광으로 받아들일게요. (차분하게 흘러나온 말은 여전히 웃음을 담고있다. 생자와 망자, 그 크고 깊은 간극을 메울 방법은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같은 겨울을 맞이하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에 잡은 손을 느릿하게 엮었다.) 계절의 종막이 다다랐을 때엔... 그때엔, 제가 이야기를 받아갈게요. 당신의 이야기를, 이 겨울의 이야기를. '일문'을. (그러니 그 숭고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마치 동화 속에 빠진 것만 같은 목소리로... ... 이내, 멈춘다. 단 하나, 당신의 이야기에 시간을 맡기고.)

숲속은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겨울의 배경이 흐른다. 아, 짐작하기를, 이것은 '그'의 결계, 혹은 보구와도 비슷한 성질의 것. 숲속의 이미지는 어느덧 또렷한 여름의 계절을 만들어낸다. 꼭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아무런 인간도 살고 있지 않았다. 그 너머의 마을에서 어떤 늙은 여자는 혼인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구도 그의 결백을 증명해주지 못할' 존재가 되어버린 그 순간, 그는 마녀가 되었다. 마녀라 불린 이는 근근히 그들의 두려움만으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마녀는 더욱이 그들이 두려웠다. 그리하여 마녀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무로 된 집을 간신히 짓고,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배척하는 무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일부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숲속에는 마녀가 살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조근조근 이어지는 소리가 깊어진다.)
(겨울이 흐른다. 그와 동시에 인영은 어느 숲속, 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펼치는 자가 된다. 얌전히, 그 이야기에 시간을 맡기고... 사람이었고, 마녀가 된 늙은 여인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나, 홀로 살아가던 여인의 뒷모습. 둘, 마녀를 부르는 목소리. 셋, 무리를 뒤로하고 숲속으로 흘러가는 사람. 더욱 더 깊은 숲으로 파고들어가면, 작은 나무집이 보인다.) 마녀라 불려 그리 존재하게된 그는... (바바 야가, 어떠한 '아이'의 이야기인 것인지, 그것은 몰라도 말을 잇지 않고 숨을 죽인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겨울이...)

나무 뿌리가 집을 지탱해주었다. 숲속의 이들은 마녀를 반겨주었다. 사람들보다 따스한 온기가 집안에 들어왔다. 마녀는 만족하였다. '더는 누군가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되었다.' 라고. 세월이 흘렀다. 그런 '마녀'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할테지만─── 어느 날, 숲속에 또 누군가가 흘러 들어왔다. (여름이, 가을로 지난다. 보이는 것은 자그마한 소녀의 실루엣, 누구인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익명의 모습.) 다리에 큰 흉이 진 채 태어나 결국 숲속에 버려진 소녀. 부모를 찾으며 울다가 숲속에 마녀가 산단 이야기를 퍼뜩 떠올린다. 소녀가 걸었다, 마녀를 찾아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소녀는.
그런가요, 자연이 그들과 함께하였군요. ... 흙에서 태어나서 그 위에 서 살아가는 건 매한가지,네요. (그럼에도 타인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겠지, 그들을 향한, 마녀들을 향한 시선이 흘렀다가 이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을 맞이한다. 그리고,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소녀를. 마녀의 오두막을 찾아가는 소녀의 발걸음을. 따라서...) ... 그들은 모두 살 곳을 찾아서 왔어요. 누군가는 도망치고, 누군가는 버려졌더라도. ... 소녀는, 마녀를 만나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을까요.

그래. 소녀는 마녀와 만났다. 마녀는 소녀를 보고서는 이해했다. 마녀가 소녀를 데려갔다. 그래서 마을에는 마녀가 소녀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긱 돌았다. 정말 어땠을까. 숲속은 작은 소녀에게는 다소 위험했다. 마녀는 늘 신신당부하며 조심하라고 알리며, 그 애를 돌봐주었다. 상냥하고 다정한 바부쉬카, 소녀의 바부쉬카.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혹독한 한계점,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겨울날이 되자 마을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먹을 것이 지나치게 부족했기 때문에. 그래서 마녀를 주범으로─── 저주를 내렸더라며 몰아갔다. 마녀의 집을 태우려고 사람들이 숲속에 몰려왔다. 마녀가 소녀를 몰래 내보내며 말하기를, 자신은 마녀이니 금방 너에게로 도달할테니, 부디 무탈하길, 이라며. (탁, 손과 손이 맞부딪히는 소리. 그것은 마치 책이 닫히는 소리와도 같다. 겨울이 끝난다. 그러나 봄이 오지 않는다.) ───마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녀와 마녀가 함께하는 일상은 따스했던가, 평화로웠던가, 가족과도 같았던가. 확실한 것은, 너무나도 짧았다는 것. 청자는 이어서, 그 뒤를 좇는다. 마을에서 수근거리는 이야기는 숲 밖으로 흘려보내고, 바부쉬카. 상냥한 바부쉬카. 소녀와 그의 목소리를 귀에 담았다. ...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때... 발걸음을 멈추었다.) ... 아아, 그렇군요. ... 그런가요. (소녀에게 마녀는 거짓말을 했다. 다정한 바부쉬카, 연약한 바부쉬카. ... 닫혀버린 책은 이어지지 않는다. 다음 계절이 끝나버렸으니까.) 마녀는, ... 그 마녀는. (잇지 않는다. 이것이 유설, 이것은 일문. 그래, 나는 그들을 일문이라 불렀다. 상냥한 마녀의 이야기를. 잡은 손을 움직여 살짝, 춤을 추듯 발을 내딛는다, 함께.) 계절이 돌아왔어요, 바부쉬카. 눈이 녹으면 봄이 오는 것처럼. 들리나요, 들리지 않나요. ... 그 여린 목소리가. (당신이 끝났다면 이는 들리지 않을테고, 그럼에도 희망을 말한다면 들릴테지. 바부쉬카, 바부쉬카. 그를 찾는 소녀의 목소리가. ... 이는, 정말 바보같은 작은 이야기였지만... 겨울이 끝나면 봄이 와야하지 않는가, 그렇게 조금 당신에게 이야기의 조각을 건네었다.)

마녀는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른다. 단지 마녀니까, 불에 타죽었겠지, 라며, 사람들의 입에 오를 뿐,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유설의 이야기. (이야기는 끝난다. 마녀의 목소리도 끝난다.) 나의 영기의 모습은, 도망친 소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아는 다르다. 기억도 없다. 단지, 이유만은 알고 있다. ───그래, 네가 산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라고. 마녀가 말했다. 마녀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누군가가 살아가기를, 그 애가 행복하기를... 그렇게 소망하며. (마친다. 여름에서 겨울의 이야기는 끝난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았더래도, 받아들였다. 미래에, 그 어느 봄날에, 그 애의 행복이 함께하길, 이라고.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사악한 마귀 할멈(바바 야가)이 아닌, 상냥하고 연약한 바부쉬카의 이야기. 자, 하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아직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나는 이것들을 모두 기억한다. 내 안의 그들이 모두 외치고 있다. (겨울의 잔향과 함께, 춤을 추듯 발을 내딛는다. 가볍게 회전하듯한 모습은, 바람이 휘날리는 모습과도 비슷하여.)
(역시, 그러한 이야기였다. 비극, 불에 타 사라져버린 유설. 겨울의 끝은 화마에 먹혀버렸던가, 그래서 불타버린 숲은 더이상 봄이 돌아오지 못했던가. 소녀의 행운를 마녀는, 그렇게 죽었을 것이다. ... 평범하게, 아주 평범하게. 쓴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당신의 영기는, 마녀의 소망으로 이루어져 있군요. 바부쉬카가 사랑하였던 아이의 행복을, 삶을. ... 마지막까지, 그 아이를 축복하였으니까... (소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마녀의 표정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사람이었고, 사람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수많은 바바 야가가 아닌 수많은 바부쉬카의 이야기.) ... 우리는 알 수 없군요, 겨울과 함께 책이 끝나버렸으니까. 그 뒤에 이어질 봄을 알 수 없어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수많은 질타에 먹혀서. ... 당신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모두 그러한 것, 내쫓겨 원망하고, 두려워하고, 도망쳤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였던 연약하고도 상냥한 바부쉬카의 이야기들... (아직도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가벼운 발걸음과 달리 아직도 꽃내음은 나지 않아, 나지 않아. 아직은, 적막.) 일문, 바바 야가. ... 그 겨울은 추웠나요? 추워서, 눈에 발이 묶여서. 그대로 내리는 것을 맞을 수밖에 없었나요. 상냥한 바부쉬카, 상냥한 당신. ... 일문. 이들도, 당신의 영기도. 겨울 속에 봄을 품고있는 사람들이군요.

그 모습이 원형이 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모른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라던가. 소녀는 도망치듯이 떠났다. 그러나 기억할 것이다. 상냥한 바부쉬카, 자신의 가족이었던 바부쉬카를. (눈을 감는다, 다시 뜬다. 하얗게 타오른 시야는, 겨울이 오롯 잠식하였기에, 그조차도 그의 이야기를 모른다. 이야기는 단순히, 그렇게 끝나버렸으니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것은, 결코 현실에 닿지 않는 이상의 이야기.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것은 이상인가, 후회인가, 한탄인가.) 그래, 추웠다.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타오르는 너머의 불꽃이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추운 겨울. 나는 죽고 '나'는 그것을 보았다. 우리들은 그 모든 것을 보았다. 일개 사람 주제에 마술 세계에서조차 마녀라고 불리고, 사람에게조차 마녀라고 불린 이들. 그러므로 우리는 오롯 거짓된 자들이다. 그러나 '나'는 실로 진실을 고하는 장치로서 존재한다. 유설이 아닌 진실을 고하고 기억하는 자로서 존재한다. ...자, 인간이여. 나는 영원히 겨울에 묶여서 살아간다. 너는 우리들을 계절 속에 두고 가야만 한다. 너는 어쩔 것이냐, 소녀여.
분명 기억하겠죠. 그 가을과 겨울을, 시간이 지나 몇 년이 흐르더라도 돌아오는 날마다 상냥한 바부쉬카를 떠올리고 말겠죠. (그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건, '바부쉬카'에게도 슬픈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믿지 않을까, 그 아이가 행복해졌을 것을. 봄날, 어느 꽃밭에서 거니는 것을. ... 아니면 그것또한 이상과 같은가...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차갑다, 불꽃이 무엇도 태워버리지 못한 것처럼. 혹은 외롭게 남아버린 잿더미처럼.)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서... 마녀도, 인간도 될 수 없어서. ... 시간에 덮여진 이야기... (누구도 의문 가지지 않았을 마녀의 이야기. 흘러갈 수 없다. 겨울에, 멈춰버렸다. 선택해야만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자신을 향한 확신이 없기 때문,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 그럼에도 나는 어째서 당신의 앞에 서서, 나의 길을 틀어서... 그 겨울에 발을 담궜나) ... 하지만, 하지만. 그 모든 바부쉬카의 겨울은 거짓이 아니었어요. 가을도, 봄도 절대로 거짓이 아니었어요... ... 저는, 당신이 여전히 '유설'이 아니라 '일문'임을 확신해요. (그것이 답, 내가 하고 싶은 말.) 진실이었으나 잊혀진 것들. ... 당신들을 두고가고 싶지 않아요. 함께, 봄을 맞이하고 싶어요. 이것은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일문'에게는 아름다운 것들이 남아있을테니까. ... 그러니, 당신께 내민 이 시간만큼은... 눈을 녹일 수 있도록, 바부쉬카. 당신들이 봄을 볼 수 있도록 바보같은 이야기를 할게요. ... 하지만, 안된다면... ... '일문', 당신과 이 겨울에 머무를게요. 나의 시간이야말로 그의 대가였으니.

...어리석다. 어리석구나, 인간의 아이야. 나는 결국 마녀로 전락한 것. 그러므로 대가라 함은 결국 나와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계약을 하지 않아. 가엾게도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게 된 이들만을 입에 담아. 자, 나의 이름을 부르라, 라며. ...소녀여, 이제는 형상조차도 남지 않을 그 소녀의 형태를 기억하게 된 자여. 봄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나는 이미 그렇게 굳어서 고정된 존재. 하지만 너와의 이야기는 좋았다. 그 어떤 날의 추억처럼,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였더라지. 그러니, 그만두어라. (차가운 손, 잿더미와도 같이 온기가 모조리 식어버린 그의 손이, 당신과 함께함에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나는 여전히 '유설'로서 존재해, 세상이 그렇게 증언한다.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너는 직감하면서도 스스로 그 상자 안으로 내던지려 한다면, 소녀여. 너의 행복을 기원하는 자들은 어찌할 것이냐.  (───뚜렷하게 보았다. '소녀'의 모습을 한 자는 '당신'을 다시 본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내게 '그 다음'의 이야기를 주려고 한다면. 내밀어라, 바쳐라, 대가를. 나는 너를 저주하고, 너의 혼을 속박하리라. 이윽고 겨울이 찾아와도 나는 너를 구하지 않으리라.
후후, 네, 어리석죠. 어리석어요. ... 마녀에게 계약을 청하는 것만큼 부정한 일은 없겠죠. 당신은 마녀이면서 동시에 멈춰버린 겨울이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은 숲 속으로 도망쳐온 인영들 뿐이겠지요. ... 알고 있어요. (알고있어요. 그렇게 다시금, 몇 번 중얼거린다. 당신이 좋았다 얘기하는 것엔 기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만두어라 하는 이야기에는 기묘한 느낌이 들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바부쉬카. 그 마녀가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인사를 떠오르게 하여서... 공기가, 가라앉은 것만 같다.) 이대로 보내면 세상은 당신을 겨울에서 내보내주지 않겠죠. 지금 내가 보는 '당신'을 '일문'이라 칭해도, 다시금 '유설의 프리텐더'로 돌아가버릴테죠. ... 바바 야가, 모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잡은 손이 명백하다. 나는, 그 시린 손에서 존재를 느낀다. 금방이라도 흩어져버릴 것 같은 거짓들을 잡아서) 나는 이미 상자의 안이에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저 흘러들어오는 이야기를 들어나갈뿐. (제 앞에 보이는 소녀의, 당신의,) 과연 제 혼과 함께 영원한 겨울 속에서 '일문'으로 있어주실 수 있을까요. ... 그러니까, 물을게요. '그 다음'의 이야기를 논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잖아요. ... 바바 야가, 당신은 저를 저주하고자 하나요?

(허무한, 이야기들이 귀에 속속이 들어온다. ...그렇다, 맞다. 그것이 옳은 것. 그것이 마녀라는 것. 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마녀이면서도 참으로 진실된 장치로서 존재하는 자, 거짓된 역할을 뒤집어 쓰고 끝끝내 그 길을 향하는 자. 프리텐더, 역할을 찬탈한 자. 잡힌 손은 놓아지지 않는다. 당신은 끝내 그 길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는가. 희게 탄 눈동자에서조차, 희망을, 봄을 읽어내려 하는가.) ...아니. (그러나 나온 말은 다른 것이었다. 결국, 그런 것이었다. 왜냐하면, 너는, '소녀'에게는.) 나는 아이를 저주하지 않아. 나는 너와 있지 않는다. 너는 나보다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 더 나은, 더 좋은, 더 올바른 것을. (서번트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프리텐더- 그 자, 거짓된 자는 결국.)영원한 겨울 속에 머무르는 자들은 모두 생자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버림 받아 박해 받은 것들 뿐. 너는 아니다. 내가 가져갈 혼의 것이 아니지. 그러므로, 아니다, 다. (미안하다, 라는 소리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그런 것 뿐이다. (그래, 그렇게 결론 났을 뿐이었다.)

유설조_說話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 잔인한 겨울이, 누군가를 잃게 만들 겨울이 온다. 이미 누군가를 잡아먹고 조용히 입맛을 다시는 겨울이, 다가온다. 그것은 조용하였고, 그것은 바람같았으나, 분명 사람의 발걸음이었다.
──── 무엇도 그들을 위로할 수 없겠지.

사람은 말한다. "그것은 다르다." 과연 다른가? 반대쪽에서는 말한다. "그것은 맞다." 과연 맞는가?
그뿐이다. 단순히, 그뿐이다. 관철하는 신념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는 쓸데없는 오기와도 같아서, 스스로의 눈을 눈을 가릴 때가 존재한다. 자신이 아름답다 말하는 그것은 금방이라도 추악하게 비춰질 수 있다. 당신들을 숲으로 내쫓은 것들도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그들의 뜻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사회적인 희생양을 만들어내었다. 그들을 동경하지는 않지만 이 앞에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  마주했다. 당신들은 빛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나 누군가에게 그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그래, 몇 번이고 지켜봐왔던 것과 같이.  숲은 사라지고, 이곳엔 나 혼자. 닫힌 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새어들어온다. 겨울의 온도다. 문득, 고개를 기댄다. 아아.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장치'로서 존재하는 군집은 하나가 변한다고 하여 모두가 변할 수 없고, 모든 것을 한 번에 뒤바꿀 수도 없다. 바바 야가, 상냥한 바부쉬카. 내가 저주받아 그곳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겨울의 마녀.
유설流說. 거짓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흐르는 이야기를, 정처 없는 이야기를 상징하는 글자는 언제부터 거짓을 표현하게 되었을까. 빛바랜 눈을 바라보고 바라봐도 그 끝은 보이지 않고, 답도 찾을 수 없어서 눈길을 돌리면 곧 겨울 속으로 묻혀버릴 것과도 같다. '당신'이 응시하는 것은, 과연 나인가.
붉은 눈은 거짓과도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자신과 마주할 때마다 그러하다. 무서운 것도, 두려운 것도, 기대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바라는 것도 무엇도 없는 이곳은 신이 닫아놓은 상자. 죽어버린 신을 억지로 기워 사용하는 밤이 만들어낸 상자. 누군가가 말한 것도 같다. 어쩌면, 신에게서 흘려받았던 것도 같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다' 허무하도다, 거짓된 역할이야말로 진眞으로서 기록되고 감히 신의 몸을 탐한 인간들은 류流처럼 흘러가버렸으니 알 사람없다. 참으로 의미없는 세상이로다. 붉은 눈은 바라본다. 그리하여 이것이야말로 세상이로다. 작은 벽이 경계를 가르고 있었다.

언젠가 들었던 적이 있다. 겨울밤, 저 추운 나라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오로라가, 은하수가 펼쳐질 때가 있다고. 그렇다면 이건 눈이 모든 걸 가려버린 걸까? 흰 눈 속에 묻혀버린 의사는, 당신들은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귓가에 소리가 닿는다. 역시 그런가.

"원하지 않겠죠, 당신은."

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허나, 잡은 손은 놓지 않는다. 놓지 않았다. 고집이라도 부리듯이 계속 겨울을 붙잡았다. 계절의 끝은 어디에서 어디로, 시간은 어디에서 어디로. 지나가면 다시는 보지 못할 '소녀'를 담은 붉은 눈은, 이야기를 담은 눈이다.

"그러나 나는 욕심부릴 거예요. 수많은 이야기들 모두 겨울에서 끝나버렸으니까. 이름 없는 그들을 지칭할 수 있는 게 혼을 빼앗는 마녀라는 것뿐이라, 거짓을 담지 않고서는 당신들을 부를 수 없어요. 그렇기에, 진실을 알리는 당신이 존재하는 거겠죠. 그렇기에, 이 세상은 진실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러니 바바 야가, 계약이 아닌 약속을 해요."

나의 혼이 아니라 시간과 미래를, 영원이 아니라 찰나의 인생을. '서번트'와 '마스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약속을 하자고, 붉은 눈이 휘어진다, 참 가볍게도. 눈밭에 묻힌 발에도 상관 않고, 시리는 발에도 상관않고 노니는 것처럼 무거운 시간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오랫동안 순환할 계절일지니.

"당신에게 전해받은 이야기들은 일문逸聞, 하지만 그걸로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 언젠가는 비화祕話로서, 또 나아가 설화說話로서 자리잡을 이야기니까요. 바바 야가가 아닌 상냥하고도, 연약한 바부쉬카의 이야기로. 소녀와 함께했던 어느 늙은 여인에서부터,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언젠가는 봄을 기억하는 소녀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바부쉬카를 기억하는 어떤 소녀가 자신의 아이에게, 그리고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에게, 그렇게 이어져온 상냥한 사람의 이야기가──"

존재할 테니까, 분명. 언제나 약자는 이름부터 잊혀진다. 사람은, 모든 이들에게서 잊혀지면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것은 어떻게든 이어져서 이윽고 지금까지 도달하는 찬란한 빛이니… 나는, 그것에 희망을 담는다. 길을 잃는 영혼도, 저주받아 묶여버린 혼도 아니라 온전히 '사람'으로서 당신들이 올바른 굴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자 안에 있는 것은 죽음에 도달할 수 있는 나뿐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러니 저는 세상에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모을게요. 어떤 이야기든지 계속… 그러니 당신은 더 이상 마녀로서 혼을 빼앗지 말아줘요, 제가 죽을 때까지, 그걸 넘어 오랜 시간이 반복되어서, 시대가 바뀌더라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바부쉬카'의 이야기를 되돌려줄게요. 그러면 더이상 진실만을 위한 거짓의 장치는 필요없을테죠. … 믿어줄래요?"

"옛날 옛날, 먼 옛날에 살았던 늙은 여인의 이야기──"

조금은 장난스러운 기색과 함께 노래하듯 흘러나온 것은 당신이 흘린 이야기의 시작과 같았다. 마냥 춥지만은 않았던, 계절의 이야기와.

유설조_童話

여즉 우리는 그러한 것을 바라왔고 또한 그렇지 아니하였으므로.

너는,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드디어, 누군가가 나의 이 존재를 끌어내리려고 하는가. 마녀가 숨을 쉰다. 숨결을 내뱉는다. 한참의 세월동안을 살아왔고, 한참의 세월을 성직자로서, 신으로서, 마녀로서, 인간으로서 존재한 그가 결론적으로, 한탄스러운 숨을 내뱉는다.


세계의 의지가 존재하는 한, 그는 영구히 거짓된 장치프리텐더이자 진실을 고하는 자마녀일 터라고. 인간의 의지가 존재하는 한, 그는 영원히 살아숨쉬는 박해받는 자 일터라고, 그렇게 고하고 있다. 세상이, 인류가 그렇게 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그렇게 만든다고 하고 있는가.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향한 반역, 어리석음의 극치인데도! 마녀는 웃지 않는다. 호기롭게 내민 그 맹세가 맹약과도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욕심을 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오, 너는 인간이며 사람이고 동시에 아이이오니, 그러니 어찌 욕심이 나지 않을까. 잃은 것 한껏 품에 안은 채로 그 상자 채 처박혀버린 네가 무엇을 욕심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므로 바바 야가는 그의 말에 응답해야만 했다. 그래, 진실로 바바 야가와 마주할 수 있는 것는 순진하고 솔직한 아이뿐이었으므로.


마녀는 계약을 한다, 인간은 약속을 한다.
마녀는 약속하지 않는다. 인간은 계약에 응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다시 쓰는, 거짓서번트 위에 덧씌우는 진실마스터.
그 모든 것을, 긍정하고 새롭게 쓰는, 계약마녀 위에 존재하는 약속인간.


"우리는 기록 위에 고정된 존재. 앞으로도 불변하게 달라지지 않을 영령.
거짓된 자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 땅 위에 존재하는 것들. 너는 그것조차 앗아가겠다고 한다.
어리석은 인간, 어리석은 아이. 진실로 만들어보겠다며, 결국 우리들을 사라지게 하는 아이.
하지만, 그렇다. 너의 말대로 된다면, 우리들은 더는 영령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존재는 거짓이 아닌, 그저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세계의 맹약은 우리를 묶어두지 않는다. 우리는 마술사도. 마녀도, 아무것도 아니게 될테니.
될 수 없는 것을 약속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그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단지, 듣는다.
원한다면, 해보아라. 거짓된 우리들을 다시 땅 밑에 묻게 해보아라. 아이야, 어리석은 아이야.
설령 그것을 바란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네게 그것을 하라 말하지 않는다. 결코 그렇지 않는다.
───바래왔던 것은 그저 소녀너의 행복이었으니, 우리들은 이대로 거짓과 함께 가라앉는다."


군체이자, 집단이자, 개인인 것은 고집스럽게 말한다.
결국, 무엇이든지 인정할 수 없고, 생사여부권을 강탈하게 두는 것은 마녀로서의 본질이 아니다.
단지, 그러했다. "───혼은 빼앗지 않는다. 살아가는 이들은 살아가게 두는 것이 옳다."라며.
마녀는, 끝끝내 아이를 향한 사랑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유설조_愛

느릿하게 흘러나오는 숨결을 지켜본다. 그래, 자신은 말하였다. 선언하였다. 이미 성립된 거짓을 뒤엎어 진실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맹랑하게도 대답했다. 붉은 눈은 증명한다. 이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다짐이다.

이야기는 많은 것을 증명한다. 인식은, 관념은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며 흔들어버린다. 바바 야가, 바부쉬카, 이 상냥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 너무나도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다. 너무도 긴 겨울에 갇혀, 봄에서 부르는 목소리도 듣지 못한채로… 그것은, 겨울의 하늘이 아니었다. 보고자 하는 것은 아름다운 별무리, 사람들이 기억하고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 한 소녀가 말한다. 당신을 기억한다고.

이윽고, 마녀가, 신이, 세상이, 일제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어떠한 여인은 한 소녀와, 어떤 여인은 홀로. … 다르지 않아요, 다르지 않아."

누구에게 말하는 목소리였나, 세상이었나. 책을 펼치던 손은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부터 다시금 써내려갈지도 모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그 기나긴 설화를.

부정과 긍정이, 거짓과 진실을.
서번트와 마스터를, 마녀와 인간을.
이는 세상이 증명할 맹약이었다.

"거짓은 언젠가 밝혀지기에 존재하는 것, 진실이 숨겨져 있기에 존재하는 것… … 후후, 그래요. 당신들이 원한 것이 아니에요. 이건, 상냥한 바부쉬카의 행복을 바라는 '아이'이자 '소녀'가 원하였던 소원, 그들의 안식을 바라는 목소리. 세계가 거짓을 입증한다면── 저는, 이 겨울을 녹이고 진실을 하늘로 끌어올리겠어요."

당연한 일이었다. 참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아아, 처음부터 마녀와 아이는 서로를 사랑하였으므로. 처음부터 바부쉬카와 소녀는 서로를 사랑하였으므로.
아이는, 마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으므로.

이는 그리하여, 그리하여. 사랑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그 첫 글자는 분명, 일문逸聞이다.

유설조_哀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저 인간, 하나의 인간. 그것은 다르지 않아. 절대적인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모른다. 단지 틀 안에 구속되어서 존재하는 것,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이는 자. '나'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개인으로서 존재하면서도 전혀 아니기도 한다. 그러니, 네가,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아름답다, 상냥하다, 라며 붙이는 것은, 결국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들은 단지 불태워 죽이는 것 대신 불태워 죽임 당할 것을 우선시 했을 뿐이다. 마녀는 웃지 않는다. 미래 영겁토록 웃지 않을터다. 그러나.


愛와 哀는 결국 어딘가 닮아있었던가.
마녀는 답을 내릴 수 없다. 인간은 답을 고르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많은 시간동안 대대로 내려오며 시간을 송두리채 빼앗길 것인가.
마녀가 저주하지 않았음에도 결국 인간이란, 저주에 눈이 머는가! 어리석다, 어리석어!


"후, 후. 그래, 좋아. 세계를 향한 반역을 하는 너. 절대적인 개념조차 이겨내 보려 드는 너.
───젊고, 치기어린 마스터, 어리석은 인간. 혼을 가진 인간의 아이. 보겠다. 지켜보겠다.
아이러니하구나. 이렇게 되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 따위가 존재한다니.
더욱 더 변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니. 과거는 불변하고, 미래는 새길 수 없거늘, 그러하겠다고 하니.
가능성을 가지고 태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열망인가, 오만인가. 뜻대로 하라. 그것이 너의 바램이니.
짧은 시간 속 입에서 입으로, 자식에게서 손자로, 몇대가 그렇게 이어지고, 우리들이 끌어내려진다면.
그래, 비로소 되었겠지.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나'와 '너'는 이 저주에서 풀려난다."


마녀는 아이를 저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아이는 마녀를 기억했다.
愛를, 哀를, 아이는 반드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이것은 설령 행복하지 못했더래도───


이는 그러해서, 그렇게 되어서, 슬픔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그 첫 글자는 분명, 유설流說이다.

유설조_哀愛

哀, 마녀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집체는 말한다. 나는 거짓이며 진실이다, 그를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며 세상이 정한 불변이다.

愛, 숲 속을 헤매다 작은 오두막까지 다다른 소녀는 말한다. 저는 기억하면서도 덧씌울 자, 거짓을 죽이며 진실을 세상에 풀어놓을 거예요.


아이마스터는 哀를, 마녀프리텐더는 愛를,
우리인간가 말하는 것은 같으면서도 달라서,


우리의 맹약은, 약속으로부터 비롯된 계약은, 매순간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니 그야말로 겨울의 경계에 서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녀의 존재가 이를 증명하니, 거짓의 일문逸聞이 발견되어 유설流說을 넘고, 그리고 설화說話의 자리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은 다시금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이상 혼에 묶이지 않고, 혼이 저주받지 않은채로, 태어난 그 땅으로. 이윽고 눈이 녹으면── 그 날,

슬픔哀과 사랑愛은 분명 닮아있었다.
사랑은 저주를 남기고, 슬픔을 남겼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가. 얼마나 긴 시대를 건너야할까. 당신이 영원한 겨울 속에 잠겨있는 동안, 나는 이 상자 속에서 세상을 향한 반역을 일으킬 것이니 곧, 당신들이 알 수 없었던 '봄'의 이야기를 기다리겠다. 나의 시간은, 저주받은 나의 시간은.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쉽지 않아, 웃지 않는 마녀에게 소녀는 웃었다. 순진무구하게 웃었다.

과거가 오직 과거로서 존재한다면 기꺼이 다가올 미래를 받침삼아 걸어갈 것이다. 길고 긴 시간, 몇 번 이고 바뀌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의 이야기만을, 마녀의 이야기만을 읊을 것이다. 마녀여, 세상이여! 나는 누구의 뜻도 아니라 오직 평안을 위해 저주에 몸을 던졌다네!

감정은 정의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시작되었는지도. 다만 딱 하나, 哀도 愛도 流說과 逸聞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 만큼은── 세상이,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그 무엇도 '당연하다' 칭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후후, 후후후… … 귀 기울여주세요. 불변이라 말하는 절망을, 제 세상을 향한 반역으로 바꾸어버릴 테니. 욕심 많은 소녀의 손은 마침내 존재를 끌어내리고, 그래요, 그날이 오는 순간── 마녀와 함께, 봄으로 향하는 거예요."

"인간은 바라는 존재, 인간은 나아가는 존재. 인간은 무엇인가를 욕심낼 수밖에 없는 존재. 마녀와 인간의 시간은 같을 수 없으니, 수 백년 수 천년의 시간이 흘러도 이 기억은 잊혀지지 않겠죠. '저주'로서 혼에 새겨진 맹약이 있는 한"

우리는 저주를 푸는 동시에 세상에게 승리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리울 것들, 상냥하고 연약한 것들의 목소리를. 그 끝을 맞을 수 있다면 억겁의 시간도 아깝지 않다. 어디선가 흘러온 옅은 꽃내음이 겨울을 감싸었다.

마녀는 아이를 저주하지 않았음에,
아이는 마녀를 기억하였음에,
사람과 마녀가 만나 이윽고──── 맹약은,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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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조_접촉

(좋은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하니까... 입을 틀어막고는 타 마스터들의 상태를 보러 돌아다닌다)

적당히 해라. 안 그래도 아까 그 자동인형한테 얻어맞은 것도 신경쓰인단 말이다.
... 괘,괜찮아요.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니까... ... 일단, 보조라도 해야...... ... 그것도 일단 치료는 했,는걸요. (그러니까 멀쩡해요. 하고 여러 약이 담긴 주머니나 열었다.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지탱하고는)

.... 쯧. (혀를 찬다. 그러더니 냉큼 주머니를 낚아채가고는.) 적당히,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마스터. 그리고 패스 연결은 내버려두되, 보내는 마력은 줄여라. 나는 자가수급이 어느정도 되니까. (마술사에게는 마술회로가 장기, 라고 한다면 마력은 생명에 가까운가. 어쨌든, 통증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싶어서 중얼거린다.) 신경쓰인다면 내가 한다. 약사가 아니니까 안된다고? 신경끄시지. 기억하는 능력만큼은 재주가 넘치니 말해라. 필요한 녀석들한테 전달해주마.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쉬어라.
아, (뺏긴 주머니를 멍하게 바라본다. 눈을 가늘게 떴다가) ... 그렇지만, 저는 비슷한 걸 겪어본 적도 (후, 짧게 숨을 내쉬었다가) 이,있으...니까... (저주는 아니었지만...) ... 도,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려고요. 패스가 불안정해졌을 뿐이니, 마력 정도는... (입술을 깨무려다가 고개를 젓는다) ...... 이런 귀,찮은 일 별로 아,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요...

괜찮다는 말을 너무하게 쓰는 거 아닌가? (늘 그랬지, 괜찮지 않을 때야말로 괜찮다고,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됐다고. ...두번이나 말해야하나? '나'는 마력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기가 유지되는 거니까. (그러고, 결국 조용하게 중얼거린다.) ....제발. (지나가듯 사라진다.) 안 좋아해. 안 좋아하지. 그렇다고 다 죽어가는 놈이 일을 하려드는 걸 계속 보나. ...흥. 됐고, 결정이나 해라.
... 쓰, 쓰기 적당한 때 쓰는, 것뿐인데... (중얼거리는 말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가 결국엔 주머니를 다시 가져오려고 했던 손에서 힘을 뺀다. 괜한 걸 꺼내게 했을까, 대신 네 손을 잡고는) ... 안 할게요. 안, 하고 쉴 테니까...... ... 그만 말 하세요. (지나가듯 사라지는 말. 잔소리쟁이,하고 괜히 덧붙이고는 등에 기댔다) ...이왕 오,온 김에 부축이나... 해주시죠...

(부축...을 해봤어야 알지... 물끄러미 보다가 그냥 앉게 하고, 그 뒤에 자신도 옆자리에 앉아서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한다.) 안락한 소파가 아니라 미안하게 됐군. (잔소리쟁이, 라는 말에는 결국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네가 죽으면 이게 다 무슨 의미더냐.
(네가 하는대로 순순히 따라가서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기대어 쉬니 방금보다는 좀 안정이 되는지, 가빴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뀌어가고) ... 기대도 안 했거든요... (아니면 마,만들어 주던가요. 이러고 눈을 감았다) ......... 안 죽어요. ...이렇게 죽으면... 또... 반복이니,까.......

...쓰읍... .... 공방 작성 기능이 없다는 게 좀 분한데... ....못한다. 인마야. (흥, 괜히 코웃음이나 치고는.) ...죽지마라. 그것만 신경쓰면 된다. 거, 보급품은 온 모양인데.... 실체화, 부담되나?
(네 행동에 잠깐 웃음이나 흘렸다가 금세 기침하며 멈춘다.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 그,정도는 괜찮아요. 보급품으로 육체적인 손상은 치료,했으니까... 버틸 수 있어요. (...안 죽는다니까요.하고 여기 있다는 듯 더 힘을 실어 기댄다)

(이렇게 기대는 것도 아마 처음인가. 애당초 몸이 닿을만큼 가깝게 한 적도 없으니. ....음. 그리고 못 들잖아, 이 녀석. 왠지 근력이 후달리는 게 조금? 후회된다?) 쳇, 이것만큼은 어떻게 멈추라고 말도 못하겠군. ...그냥 계속 기대라. 말동무라도 해주랴?
(문득, 이렇게 붙어있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으나... ... 의료행의니까 괜찮은 것으로 넘겼다. 이제와서 이러는 것도 꽤 웃기고, 제가 기댈 날이 올 줄도 몰랐으니까...) ...머,멈추라고 했으면, 엄청 불평...했을걸요... ... 캐스터, 그럼... 당신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잡념이 사라지게. 느릿하게 말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알긴 하는지. 옆에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앞만을 바라본다. 결국 거치적스럽다는 듯, 제 장갑도 벗고는.) 무슨 얘기나 해줄까, 우리 마스터야. 내가 재주꾼이 아니라는 건 염두해두거라.
(흘깃,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시선을 돌리지도 않는 것이 뭘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서 괜히 실없는 웃음소리나 흘리다가 신경쓰지 말라는 듯 힘을 빼고, 네 맨 손을 툭툭 건드렸다) ... 당신이 좋아하는 것, 예술... 아니면, 소중했던 것이라던지요. ... 좀 더, '당신'을 알려달라는 거예요. (뒤이은 말에는 네네,하고 가볍게 흘렸다)

(툭툭 건드려지면, 신경이라도 쓰이는지... 귀찮다는 듯 이쪽도 툭툭 치다가 그냥 냅다 잡는다.) 나에 대해서, 인가... ...흠, 그래. 좋아하는 것, 술이지. (그러고는 고개만 살짝 움직여서, 웃는다.) 알려진 별칭 자체가 '작은 술통'이잖나. 이유는 있지. 음, 이건 유쾌한 이유는 아니다만은. 신경과민이다. (다른 손으로는 괜히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너무 '잘 보이는 것'도 때론 문제가 되니까. ...술 같은 걸 마셔서, 잊는 거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니까, 그런 감촉이 들지. 뭐, 물론 맛있는 것도 있고, 재미도 있으니 좋아하는 거기도 하다? (손을 내린다.) 그래서, 그 이름이 붙었지. 나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래 내 이름은, 이미 그때에 두고 사라졌으니까.
(손이 잡히자 그때는 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고민하다가, 슬쩍 제 장갑도 벗어버린다. 그 탓에 숨기고 있던 영주까지 드러나고, 자신도 당신의 손을 잡고.) ... 술로 잊는다는 건가요. 그거 저,정말... ... 좋아하는 사람같은 발언이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나, 당신의 근본을 알아버렸기에 눈 감을 수 없어서 흘러넘겼다) ... 술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다,다음에는... 멀쩡한 걸 하나 드릴테니까. 너무 술만 마시지 말라고요. ... 지나친 술 냄새는 싫으니까... (딱히 그런 걸 느낀 적은 없지만 괜히 덧붙인다) 바보, ... 그 이름도 잘 어울리거든요. 아니면 새로 붙여주,주기라도 할까요? 술고래!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박증은 조금 심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온기가 닿을만큼 가까이한 적도, 왠지 먼 기분이다.) ...딱히 술 냄새 난다고 들은 적은 없는데 말이지? 나 정도면 평범하게 마시는 거다만?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하고...) 흥, 이제와서 알레산드로니 뭐니 부를거냐! 서번트로 소환되었으니 더더욱 연이 없지. (고집.) 붙여줄테면 해봐라. 못할 것도 없잖나. 이게 새로운 인생, 이라면 말이지.
(닿아있어도 괜찮은걸까. ... 뭐, 저쪽에서 먼저 잡았으니까. 정말 이쪽을 보지 않을건지 빤히 바라보다가) ... 평범하지 않거든요. (이건 진짜로... 시선을 내리면, 네 손에 잡혀있는 손이 보인다. 끝이 살짝 검게 물들어 있는 것을 웅크려 숨기고는 눈을 감았고) 그으런, 옛날 이름까지 부르진 않을 거라고요. ... 뭐, 예,옛날 사람은 맞지만. ... 홍훠이. 바보같으니까 홍훠이라고 부,부를래요.

(알고 있었을까, 모르고 있었을까. 시선을 못내 이긴 척, 슬그머니 눈동자만 굴려 당신을 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손이 서늘하구나. (신경쓰지 않았다. 변질되어있는 것은, 익숙하다. 정신이, 육체가 그리 닳은 듯 변질되어 버린 것은, 결국 우리의 증거라서.) 하필 그 많고 많은 단어 중에 바보 같다고 붙일 셈이냐. 남의 이름이다!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잔소리하듯 투덜거린다. 손을 제대로 맞잡는다. 마지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서늘했다. 그 온기가, 멀었다.)
... 체질이니까요. (그렇게 변질된 것도 있지만. 잠깐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금방 고개가 틀어지자 눈을 감고 네 어깨에 더 기댔다. 붙어 있는데도 멀게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서늘해서일까. 민망하기라도 해요?하고 일부러 짓궂게 중얼거리면서 어색하게도, 맨 손을 매만진다.) 뜨,뜻은 비밀이니까 안 말해줄래요. 나름대로, 간단하지만은 않을거라고요? ...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줄게요.

....그래, 좀? (드물게, 말투에 어색함이 묻어나왔다.) 생전에도, 남의 손을 그렇게 잡은 적도 없어... ....붙어있는 것도 더더욱 말이지. 가족을 부양하긴 했지만, 거의 독립한 것이나 다름없었지. 눈을 떴을 때부터, 나는 어른이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맨손은, 달리 뭐라 할 것은 없다. 붓을 오래 잡아서, 부드러운 손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그 전에도, 세공사의 일을 했었으니- 거친 감촉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무슨 때를 그렇게 많이 기다린다냐. 비밀스러운 고백도 아니고... 말 안할테냐? (빤히...)
(네 말을 듣고는 가벼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굳은살이 박힌 손, 생각보다 더 거친 감촉에 어색했던 것도 잠시고 금방 편안해져서는 그대로 시선을 올려 널 응시하면서) ... 엄청 어색해보여요. 뭐, 이,이해는 하지만요. 그럴만한 사람도 없었다고하고... ... 다음에도, 어깨를 빌려줄거라면 익숙해지셔야할 거예요. 이젠 혼자도 아니니까요. (이쪽도 매끈하지만은 않다. 부르튼 손, 조금 힘을 줘보았다가) 뭐,무,무슨... 고백같은 거라도 듣고 싶은 거예요? (뚱해졌다가) 아,알아서 찾아보라고 한 말이었는데요. ... 알고 싶어요?

애당초 나한테 닿고 싶을만큼 가까이 하려고 했던 사람도 없고 말이지. (흥, 코웃음을 치다가.) 기분 나쁘니까, 이런 사람은. (자조적인지, 아닌지. 단지, 웃었을 뿐이고.) 뭐냐, 다음에도? 다음은 무슨, 비실비실거리는 건 두번은 하지마라. 안 그래도 너는 가만히 있어도 꽤... (끄응...) ...꽤 걱정되니까? 말이지? (손이 어땠는지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애당초 남의 손 같은 걸 볼 이유도, 잡을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것이 그저, 당신의 손이었구나 라며 생각할 뿐.) 할 거냐? 고백? (크크, 결국 유쾌하게 웃고는.) 그래, 알고 싶지. 나라고 알려진 이름도, 결국 애칭이었단 말이다. 애칭의 뜻 정도는 너도 알거 아니냐.
그래요? 캐스터... ... 그러니까, 보티첼리는 유명한 예술가였으니까 다가오는 사람은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그것도 아니었나보네요. ... 기분 나쁘면 붙어있을리가, (그냥 성격 탓 아니에요?하고 잡은 손이나 가볍게 흔들었다. 그냥, 평범한 손인데.) 제가 뭐,뭘 한다고... 가만히 있을 때는 걱정 안해도 되거든요, 오히려 저는 당신이 더 걱정인데. (느긋하게 말하는 것이 농담인 것 같지만, 반쯤은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쉽게 쓰러지는 일은 없으니까) 먼저 하면요? (뭐라도 해보던가요.하고 저도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하고는) ... 알죠, 아니까... 나,나중에 말해주려고하는 거예요. ... 부끄럽잖아요? 이런 거. (흘끔, 시선을 피한다)

의뢰인들이라면 얼마든지 기억하고 있다만, 인간적인 의미로 다가오려고 했던 사람은, 글쎄... 결국, 내 본질을 알고도 가까이 했던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지. 애당초, 내가 말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 나쁘다, 의 감상은 결국 스스로의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자신에 대한 과감없는 감상이야말로, 자신에게 다른 영감을 주었으니까.) 나는 내킬 때만 일을 했는데도 말이지? 유명함과 별개로, 괴팍하다는 거로도 유명했단 말이다. (왠지 웃긴듯, 동시에 자랑스럽기라도 한 듯 말한다.) 뭘 해줄까... 어차피 내가 하는 말은 딱히 필요 없는 거 아니더냐?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필요한 게 있다면 해주겠다만은. 왜 부끄러운데? (빤히...)
그으럼, 그 사람들이 제대로 당신을 보지 못했던 거고요. 오히려 쌤통이네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 그,그만큼 심미안이 낮다는 뜻도 되니까. (... 자신은 지금 보고 있으니까 예외라는 투다. 기분 나쁘다, 그런 객관적인 평가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 이상으로 훌륭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걸 보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다.) ... 자랑이에요? 저,정말이지... 사고치고 제 귀에 들어오지 않게나 하세요. (판테온에서도 극과 극으로 갈리더니, 고개를 기울였다가) 그러니까 말해보라는 거죠.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잖아요? (...슬금) ... 애,애칭이란 건 짓는 사람의... 새,생각이 들어가니까......

(이런 식으로 칭찬을 들은 적은 없는데 말이지... 잠깐 의심스러운 듯 시선을 보였다가... 이내 가라앉는다. 순수하게 기뻐하기도, 아니기도 애매한....) 보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모르지. 이제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보았던 사람 중에서, 제대로 살아서 나와 이상을 함께한 인간은 없으니까 말이다. (한 사람은 결국 제 길을 부정했고, 한 사람은 결국 명을 다하기도 전에 죽은 것과도 같았으니... 얼마나 묘한 일인지.) 글쎄, 뭘 말하면 좋지? 너 이외에 다른 사람과 함께할 생각은 없다고? (고개를 갸웃...한다... 진심으로 뭐가 교환조건에 타당할 발언인지 고민하듯.) 그래,짓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니까.
... (그러니까 더욱, 그렇게 말하는 건데. 하지만 생전에 당신이 뜻을 이뤘다면 이렇게 나에게 소환될 일도 없었을테니, 이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 묘한 일이다. 당신의 후회가 나에게는 전환점이 된다니.) 이제 있잖아요. ... 자기가 끌여들였으면서 모른 척 하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칭찬은 칭찬대로 받아들이라고요. (바보.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된 말이다) 그건 버리지 말라고 할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 뭐, ... 그럼 이렇게 해요. 당신도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말하기. (애칭은 짓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니까, 그쵸? 애칭을 지어주던지 아니면 생각만 말하던지, 자기가 말하기 전에 상대부터 까보라는 방식이다...)

.....쳇, 부정적인 말은 나한테 안 어울려. 사념 같은 것에 휩싸이게 된단 말이지, 옛날 일을 생각하는 건... 그래, 이제 있지. (과거에는 없었기에, 그렇게 '미련'이 남았었겠지. 그래서, 죽고나서야 너를 만난거니, 이 얼마나 의문스럽고 우습기까지 한 일인지.) .... 솔직하게 말하기.... (중얼거리며, 고민한다.) 마스키타? .... 그래, 넌 그 정도가 어울리겠지.
그럼, 이제 꺼림찍하던가... 그런 건 하지 마요. ... 그,그렇게 치면 비슷한 저도 똑같은 사람이 되니까요. (... 솔직히 맞는 말 같기는 한데... 아무튼.) ... 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 많이 후회했어요? (이상을 함께할 수 없었던 것. 눈을 내리깔았다가) 마스키타... 라니, 그, 그게 무슨 뜻인데 딱이라는 거죠... ... 애칭, 이라면 알려줘요.

...그래, 많이 후회했다. 아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끝나버렸다는 게 허망했다고 하는 쪽이 더 바를지도 모르지. 그 신분에, 스스로 모델이 되어주겠다고 자처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테니까. ...잃었지, 뮤즈를 말이다. (허무한 듯, 살짝 웃었다가.) maschiétta! 말괄량이라는 뜻이다, 아가씨야. 널 보면 딱 떠오르는 게 어쩔 수 없어.
...흐음... (뮤즈라, 모델이라. ... 후회한다고, 허무하다는 듯 웃는 모습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시선을 굴리다가 볼을 꾹 눌렀다) 뮤즈를 다시 찾아볼 생각은 어,없었나보네요. ... 말괄량이라니 너,너무한 거 아닌가요! (어린 애한테 붙이는 호칭도 아니고... 투덜거리다가) 더 말괄량이처럼 구,굴어보죠 뭐. ... (그러고는, 다시 망설인다. 옷자락을 잡았다가 아주 작게,) ... 훠이는요, 휘라고도 해요.

(꾹... 누르면 눌려진다... 딱히 말랑하지도 않겠지만...) 뮤즈라... 그래, 뮤즈를 잃었지. 잃었다만... 나는 계속해서 그를 모델로 작품을 그렸으니까. 찾을 이유가 없었다, 라고 해야할지... 혹은, 찾지 않으려고 했다고 해야할지. (적어도 생전엔 말이다, 덧붙인다.)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을 수도 있지.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그 경험이... 더는 누적되지 않도록. (그 끝에는 어땠는지, 결국 잘 떠올리지도 않았지만서도.) 내 딴에는 애칭이다만? 귀엽잖나. 아니면 뭐, 바꿔주랴? (옷자락이 잡힌다, 느슨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그렇군. 홍 훠이라고도 하고, 홍 휘라고도...
(딱딱해... 좀 실망...) ... 그 고집은 지금도, 옛날도 어딜 가도 벼,변하질 않네요. 잃어버린 뮤즈를 계속해서, 그렸다는 건... (지금은 뭐, 다르고요?하고 물어보고는) 이젠 잃을 일 없으니까 걱정은 어,없겠네요. ... 아니! 부,불만이라는 건 아니지만요...! ... 그렇게 불리는 일은 없었으니까... (애칭같은 건 어색하기도 하고. 눈을 굴리다가 너를 올려다보면서) ... 됐어요, 지,진지하게 붙인 제가 바보지! ... 휘는 빛난다는, 한자기도 해요. 홍 훠이, 홍 휘. 그러니까... (결국, 그쪽으로 나를 끌어들인 당신을 비유하는, 그런 얄팍한 것이었다)

(왜 나이 먹을만큼 먹은 남자의 볼이 말랑할 거라고 기대한 것이냐...) 그래, 알았으니까. 알아버렸으니까. 내가 목도한 그 완전한 아름다움, 결국 나도, 만능인이라고 불린 이도, 후대에 일 디비노라고 칭송받은 천재도 그려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계속 그렸지. 들었으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느슨하게, 회상하듯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가, 뜬다.) 나의 그림을 기대한다는 말을 말이다. 그건, 잊을 수가 없어. ...누가 말했는지조차, 이젠 먼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그러고는, 다시 이죽거린다.) 네게 나는 빛나는 존재인가, 그거... 웃긴다고 해야할지, 갸륵하다고 해야할지. ...이봐, 그렇게 마음에 안드나? 나는 진심이었는데, 꽤. 내 나라는 퍽 낭만화가 된 느낌으로들 보는데... 오히려, 이런 단어야말로 나는 애칭이라고 본다만?
(서번트인데...... 볼도 안 말랑... 딱딱이 캐스터...) 들어버렸으니까,군요. (눈을 감는다. 떠올린다, 언젠가를. 자신이 질투했던 것은 결국 '근원'이라는 그 개념 자체라, 목표가 달라진 지금 당신을 시기하는 마음은 적지만... ... 역시, 아름다움이라는 건 평생을 가도 알 수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 그럼 지금이라도 해줄까요, 당신의 그림을 기,기대한다고. (자기 친구를 뺏기기 싫어하는 어린 애도 아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불만을...) ... 비유가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강렬하다는 뜻이니까... (빛을 그냥 보면 눈이 멀어버리니. 결국 당신에게 이끌린 것도 그와 같지않나) ... 그래요? 그,그런 뜻이면 좀 봐줄지도 모르고... ... 절 사고뭉치같은 걸로 보는 게 아니라면야... (팔랑귀다)

(서번트...한테 뭘 기대한거지..) ....응? (조금 얼빠진 얼굴로, 잠깐 눈을 깜빡였다가, 다시 당신을 본다.) ....뭐냐, 그거. 질투라도 하냐, 너? 아니,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디가서 뺏길 거 같단 생각으로 그러면 안된다? (웃기다고 해야할지, 얼이 빠진다고 해야할지. 갈피도 못잡고 흐리멍텅하게 웃었다.) 기대한다고 해도, 그릴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 그려야 하나? (가볍게, 다시 웃었다.) 아니, 좋다는 뜻이야. 내 시대에도 그런 뜻의 이름은 잘 쓰였지. 좋은 이름이니까. 사고뭉치, 긴 해도... ...애칭은 애칭. 지어달라고 한 것은 너. 내 나름대로 생각해서 지은 거다, Il mio maschiétta.
(서번트...니까 기대한건데... 얼굴반죽함) ... 네? (질투? 질...투?! 눈을 깜빡깜빡거리다가 얼굴이 확 빨개진다. 당황해서는 손을 허공에서 이리저리 흔들다가) 아,아,아,아니거든요...?! 바보! 멋대로 차,착각하고 그래요!? 이미 훠이는 제 캐,캐스터니까 뺏긴다는 생각은 안 하고, 그냥 도,동료의식이라고요! 다시는 안해! (... 애초에 다른 사람을 그렇게 아련하게 생각하던 사람이 잘못한 거 아냐? 갑자기 뚱해졌다가)  그럼 그려요. 그려줘요. ... 거짓말이면 화낼거니까... (툭, 머리가 기대진다) ... 어떻게 하나 지켜볼거예요.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지?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에 질투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다만? (딱히 놀라지도 않고, 눈만 몇번 깜빡인다.) 아- 그러셔. 이미 네 꺼니까 뺏긴다고 생각도 안 든다고? (...애냐! 뒷말은 삼킨다.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왜 또 그러는데? (아무래도 자기 잘못은 생각을 안하는 듯... 애당초 낭만의 시대 사람이니 아련함이 당연한 건가...) ...그래, 그려야겠지, 계속. (무엇을 그릴지는, 지금부터 생각해야겠지만...) 이봐,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는데. 살아있는 것을 뮤즈로 삼으면, 영감이 필시 끝도 없을 거란 말을 말이다. 그러면 너는 내 뮤즈라도 될 생각이냐, 마스터?
... 하지만, 어울리지 않잖아요. 제,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질투한다는 게. 당신때문에 질투한다는 게 이해가 아,안가잖아요... ... 당신은, 이,이대로 정말 제 것이 되어버려도 괜찮은거냐고요! (알고 있겠지만 엄청 유치한데 나...?! 진짜 애같은데...?! 괜히 버럭 소리지르다가) ... 바보, 바보! ... 바보! (이유도 안 말해주고 계속 같은 소리만 한다.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유라는 걸 아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 바보같아, 새,새로운 뮤즈를 찾을 생각. 없었다면서요. 계속 같은 사람을 그렸다면서요. ... 저를 뮤즈로 삼아도 정말 괜찮겠냐고요.

... 스으읍. (한숨같은 숨을 삼킨다, 헛웃음이 나온다.) 어울리지 않는단 건 너의 생각이지? 난 별로 그렇게 여기진 않는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욕심 내기로 했잖냐. 딛고 가는 길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면, 받아들여야겠지. 그리고, 뭐... ...이해가, 안 간다고는 안했다? (같은 소리를 연발하는 걸 듣고, 결국 눈을 몇번이나 깜빡인다. 알고 있지만,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그래, 없었지. 하지만... 그으, 뭐냐. 계속 그리라는 말도, 기대할 거라는 말도... 결국, 그렇게 욕심내는 말을 하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데, 역시 아직 이 지상 위에 발을 딛고 현계할 것이라면 나 또한 달라짐을 보여야 할 듯 싶어서. (따라하듯, 말한다.) 그게 네가 말한 등가교환이겠지, 마스터?
... 왜, 왜 웃는건데요! (얼굴이 빨개졌다. 유치한 소리를 했다며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손가락 사이만 살짝 벌려 너를 흘깃거리면서) ... 당연하죠. 이런거, 이상하잖아요. 시, 싫지 않아요? (싫다고 해도 계약을 취소할 생각은 없었지만. 뒤이어 들리는 말에 얼떨떨하게 얼굴을 가렸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 ... 진심이죠? (이게 정말 뭔지 모르겠다. 오기인지, 애정인지, 오만 것이 다 섞여있는 감정이지만 딱 하나, 잃기 싫다는 것 하나는 확실해서.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 그러면, 내가 욕심내는 만큼... 당신도 이 자리에 서도 돼요. 제가 계속 당신을 끌고갈테니까, (등가교환이에요. 속삭이며) 현재를, 사람을, ... 저,저를. 욕심내도록하세요...

아니, 유치해서... 애 같아서.... (결국 웃으면서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아니, 이상하진 않다. 모든 사람 앞에서 결투 승리 후 선전 포고마냥 고백하는 남자도 있는데, 이 정도면은 귀여운 수준이지... 난 언제나 진심이었다만? (아마도 진담이다, 적어도 그걸 보았다는 것 정도는.) 그래, 끌고 가라. 네가 살아있는 한, 네가 내게 영감을 주는 한, 나는 이상을 그릴 수 밖에 없어. (찬미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사랑을 그리고, 동경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은, 역시 잃을 수가 없어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살아가는 뮤즈가 생기기는 처음인데.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다? (역시나, 장난스러운 말이었다.)
으윽... 그,그정도는 아니까 조용히 해요!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으니 네 팔에나 머리 박고...) ...... 이탈리아 사,사람들은 다 그런 건가요? 마,말을 그런 식으로 하고... 막...! (바보, 진심이라고 했으니 이제 진짜 안 무를 거예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든다. 이상, 찬란한 이상이여, 그 세상을,) 그럼, 당신도 나아가는 뮤즈를 얻어 항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겠네요. 안 그래요? (내가 당신에게 말했으니까.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하며 웃었던가)

아니, 뭐라고 해야할지... 그거 다소 낭만화로 만들어진 이미지다... 라고 하기엔... 또 아주 아니라고도 할 수도 없군.... 뭐 대충 그런 줄 알고. (남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던 캐스터였다...) 영광이라고 해주랴? 말괄량이야. (웃는다.) ...그래, 새로운 것을.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야. 영광인 줄은 모르겠지만, 축배나 들고 싶군. 압생트로.
... 어느쪽이라는 건지... ... 애,애초에 당신...도 꽤나 낭만적인 편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 옛날에, 어떻게 행동했는데요? (문득 궁금해졌는지 묻고는) 당신이 나를 뮤즈로 삼는다는 게 괴,굉장히 신기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 영광이라는 것도요. 그러니까 당신도 그런 기,기회를 영광으로 여기는 게... ... 앗! 또,또 술 생각인가요!

음? 뭐, 그야 그렇지. 애당초 나는 르네상스의 화가라는 재질이니까. (이러나 저러나, 자기 마음대로 말하는 중이다...) 옛날에? ....흠.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익살끼와 못된 장난으로 위트 있는 화가. (눈 찡긋함! 명백히 놀리는 태도다.) 스으으읍... 이런 날에나 술을 마시지, 그럼 언제 마시나? 단속 하지 말아라?
네에, 그,그거 말이에요. 르네상스의 낭만이란... 제가 그 때 태어났으면 제대로 적응도 못했을지도요. (놀리는 것 같은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가 가볍게 웃었다) 그게 뭐예요, 바보. 모,못된 장난이 어떻게 위트가 되는 건데요? ... 뭐, 하,한잔 정도는 봐드릴 수 있지만... 제가 허락해주지 않아도 술은 맨날 마시잖아요! 게다가 굳이 압생트를 고른 이유도 잘 모르겠고.

글쎄, 르네상스의 낭만이라... 거리를 걸어가며 녹슨 불빛을 보고 시간을 재고, 땅을 보다가도 하늘을 보며 이런 색이었나 떠올리기도 하고, 오후가 될 무렵의 금빛 휘광이 감싸일 쯔음엔 친구나 연인을 생각하며 불러보기도 하는, 그런? (가볍게, 노래하듯 읊는다.) 그게 다 비결이 있어, 이 아가씨야? (농담처럼 덧붙인다.) 녹색 악마, 녹색 요정이라 불리는 술이라서, 그야말로 낭만의 극치고, 화가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니까? 네게도 잘 어울린다 본다만은.
... 정말 그림에서 느껴질 것 같은 감상이네요. 그저 하늘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순환일 뿐인데 그것이 그,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일까요. (잠깐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봤던 하늘을 떠올리나, 그와 같은 감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달라질까) 비,비결은 무슨... ... 바보, (농담하는 말에 짓궂게도 대답한다) 녹색 악마... ... 어울리는 이름이긴하네요. 여러모로, 저희 가문에서도 그 색을 자주 사용하기는 하고... ...... 노,녹색. 좋아하나요? (우물쭈물)

글쎄다. 그 이전의 감상은... 모르겠군. 아름다운 것이 있다, 있지 않다, 의 차이라면, 확실히 존재한다고는 보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본다면, 모든 것이고 낭만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만... 수식을 나열하는 게 더 익숙한 말괄량이에겐 어려운 말이었나? (가볍게 웃는다.) 녹색, 좋은 색이지. 보통 색채가 살짝 흐려지긴 한다만... 자연 경관을 자주 그렸으니까, 자주 쓰는 색이기도 하지. 산뜻한 푸르름을 그릴 때, 가장 처음으로 떠올리는 색이기도 하고. 눈에도 좋은 색이기도 하지. (줄줄줄... 진짜 감상평 나열하고 있다.)
네, 전 미적감각 부족한 연구자니까요... (흘기다가) 경험할 수 있으면 알게될지도요. 아름답다는 거, 저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다,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순 있으니 낭만을 말하는 사람의 곁에 있다보면 언젠가 스스로 하늘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죠.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니까. 입꼬리를 올렸다가 뒤이어 들려오는 말에 미묘하게 내려갔다. ... 뭐, 그것도 맞긴하지만? 그렇지만?) ... 아아주 좋은 색이네요. 역시 전 붉은색은 별로일지도. (... 심술...)

(미적감각 부족한 연구자... 웃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꽤 좋은데 말이지? 여유 없이 살다가 문득, 올려본 하늘은 그렇게 아름다웠었나 싶은데. 한번도 안해본 건가? (의외라는 듯, 눈만을 몇번 깜빡였다.) 음? 뭐, 그럴 수도 있겠군. 확실히 강한 색이라서 잘못 썼다간 주체가 바뀌기 마련이지. 혈색이기도 해서, 부정 탄다는 이야기도 있고... 보통 '금지'를 뜻할 때에 자주 쓰는 색이지. (....이 캐스터, 아무래도 딱히 심술을 이해하지 못한 듯 싶다... 여전히 감상평을 나열한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라고 볼 꼬집...) ... 하늘을 바라본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시간을 자각하는 용도밖에 되지 않았죠. 그곳에서 낭만을, 아,아름다움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마냥 바라보는 행위도 감상이라 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들려오는 것들을 여전히 뚱한 상태로 듣는다. 팔짱이나 끼고 있다가) ... 눈치없는 바보. 멍청이! 빨간머리 술고래! (흥!)

뭐, 그것도 감상이라면 감상이지. 딱히 낭만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부터가 시작은 아니다. 사람은 거의 땅만 보며 바쁘게 걷잖나? 그러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행위로도 분명, 여유를 되찾는 행동일테니. (왜 삐진거냐? 어이 없이 쳐다본다.) 인마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알아듣나? 방금은 질문에 제대로 대답했잖나? (애도 아니고! 토라진 거 본다...)
(눈을 깜빡인다. 네 손끝을 살짝 잡고는,) 그럼, 다음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되면... 그땐 당신에게 한 번이라도 말해볼게요. (이미 퉁명스러워진채로 빤히 바라보기만하다가...) ... 알아서 생각하시죠? 안 말해줄거예요. 괘,괜히 저만 이러는 것 같고...

뭔데 그러는건데? (빤히 쳐다보다가... 입가에 손 올려서 고민한다.) 답은 했는데... 녹색이 좋다... 흠... 흠? .... 뭐, 널 닮은 색이긴하다만.... ....
... 그림밖에 모르는 바보. (꿍얼거리다가 그대로 품에 폭. 꾸욱 얼굴을 비비다가...) 제 입으로 안 말해줄래요. ... 그냥 계,계속 녹색을 좋아하기나 하세요. (...)

(이거봐라..? 품에 안기면 그냥... 쓰담쓰담 해줌... 어이없어서....) 널 닮은 색이라 좋다고? .... ....
(흥... 얌전히 쓰담쓰담 받음... 더 붙는다....... ... 바보같다...) ......... 네에. (...자기가 말해놓고 민망해서 입 다뭄...) ...... 싫어요?

(바보... 천지 놈....) 어. 음. (떨떠름하다... 그런 이유였나....) 글쎄... 보통은 세상이 먼저고, 그 다음이 사람이지. 그래서 샛노랗거나 푸르게 핀 녹색을 본다면 내 너를 떠올릴 거 같아서 아까까지 그렇게 말했다만... 그게 마음에 안 든건가? (여전히 이해 못한다....)
(바보는 당신이라고요 이 술고래...... 퍽퍽 품에 머리 박음) ......... 마음에 안 들었겠냐고요! 그,그냥. 저,저는 생각도 안 하고 그림만... 새,색채로만 생각하니까 그랬던거죠. 우선사항으로 절 두라고요! (......뭐야? 어린애처럼 군다......... 사실 빨간색을 싫어하진 않는다고 중얼거리고...)

(퍽퍽... 좀 아프다...) 그... 하... 거참 어려운 걸 다 시키는구나... (환장하겠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가 못내 웃는다...) 으이그. 그래 가지고 어디 나 없이 살겠나. (볼 꼬집...)
(...연약한 몸 다칠까 멈춤...) ... 흥, 어렵다고 느끼는 쪽이 잘못이에요. (계속 얼굴을 들지 않고 있다가 볼이 꼬집히자 그제서야 슬금 바라본다.) ... 사는 내내 같이 있을 건데 그런 가정이 피,필요해요? 당신이 사라지면 그날이 장례식인가보죠, 뭐...

말은 잘해. 뭐가 좋다고 그렇게 붙어 있으려는지... ...잠깐, 나 없는 사이에 집문서라도 계약한 거 아니냐? (얼마나 오래 붙으려고! 눈썹 한쪽 치켜듬.)
그럼 떠날 거였어요? (슬쩍... 눈 굴린다) 아,아,아직 집 문서는 계약 안 했어요... ... 같이 살 집은 구할 생각이지만...? (...)

(어이가 없네... 그런 표정으로 본다....) 벌써 같이 살 인원까지 구한 모양이더만.... (음... 생각하니까 싫은데...?)
어,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요... 빌이 같이 살고싶다고 했는걸... (우물쭈물...) ... 시,싫어요? 왜요?

너 같으면 동거인으로 혼성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집을 얼마나 큰 걸로 구할 셈이냐, 하숙생 같은 것도 받게...
서로가 괜찮다고 했으면 문제없는 거 아닌가요? 가족도 혼성인데 같이 살잖아요... 요,요즘엔 쉐어하우스 같은 것도 많고. (고개 기울였다가) 아, 많아도 4명...일 걸요? 빌이 랜서 씨랑도 같이 살고싶다고했거든요.

아... 그러냐? ....더더욱 싫은데....? (무슨 조합이냐 이건...? 이라는 표정으로 보다가.) 난 당연히 혼자 살아야지. 쉐어하우스는 무슨...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 왜 시,싫은데요...?!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았는데... 저, 저도 랜서 씨는 어색하긴 하지만, 또 달라질지도... (우물쭈물 말하다가 이상한 걸 들었다는 표정이 되어선...) 당연히 같이 사는 거 아니에요?

왜 당연하지? ...난 당연히 그 근처에 공방을 차려서 따로 지낼 생각이었다만. (이쪽도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싫어요. 됐거든요! 당연히 같이 사는걸로 할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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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조_사랑

기마나 타세요 허약 서번트. (강한 마스터는 떠난다...)

주먹질만 잘하면 그만이냐? (아마 맞을 듯...)
얍. (툭 친다)

내 묘지에 이렇게 적어라... -마스터 놈에 의해서 원통하게 죽다- .. ..... 앗, 좌로 돌아가면 이득인가? 아닌가? 빨리 따져봐라, 인마야.
바보... 이득이겠어요? 가면 묘지 뒤집으러 갈 거니까요. ... 저는 뻔뻔하니까! (진짜...)

이탈리아 피렌체에 묻힌 천재 예술가의 무덤을 헤치는 범죄자의 등장이라... 너치곤 꽤 낭만적이지 않나...
저................ 정말....... ....... 그런 낭만은 좀 버리세요................... 도굴당하는 걸 좋아하지 말고요......

너를 내 마지막 작품으로 삼는 것도 꽤 낭만적이지 않나... 타이틀.... <천재를 시기한 도굴꾼>. 어떠냐. 분명 이 시대의 걸작이다.
바,바보!! 무슨 그런 작품이 다 있어요! 최악! 최저! 은근슬쩍 절 도굴꾼이라고 했어...! (아까보다는 조금 쎄게 등을 두드려)

아프다...... 도굴이라고 말한 건 너잖냐... 그럼 뭐라고 고치냔 말이다, <천재를 사랑한 소녀> 같은 거로 해주랴? 그리고 자화상으로 바꾸는 거지. (헛소리... 하면서 얻어 맞는다....)
... 마스터를 도굴꾼으로 둔 서번트... (툭.) 흥, 그럼 그 옆에 <소녀를 사랑한 천재>라고 마,맞춰서 당신 초상화나 걸어줄게요. (헛소리...하면서 때리던 거 멈춘다)

내 초상화... 비싸다... 그냥 가져다 팔지 그러냐? (...) 제목만으로는 꽤 낭만적이고 좋긴 하다만은... 으으음... 으으음....? (상상하듯 당신을 빤히 본다....) 궁금한데, 너는 사랑이 이뤄지는 걸 좋아하나, 아니면 이뤄지지 못한 걸 좋아하나?
...... 그림을 팔 정도로 쪼들리진 아,않거든요? (저 나름대로 이름있는 가문인데... 눈을 가늘게 떴다가... ... 어라, 그러고보니 제목...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습관적으로 조금 뒷걸음질친다) ... 가,갑자기 사랑이요? ... 음,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 기,기왕이면 이뤄지는 쪽이 더 좋지...않나요? (...흘끔) ... 당신은 역시 낭만,을 좋아할 것 같지만...

(그걸 보더니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가...) 갑자기, 라니? 제목이 그런데 당연히 물어봐야 할 거 아니더냐. 주제의식에 대한 파악, 작품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 뭐, 그런 것이지. 흠, 이뤄지는 쪽이라... (빤히...) 그야 당연하지? 왜 갑자기 묻는 것이지? 너야말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만은.
그,그야! 그야... 제목이 좀 그렇잖아요...!! (생각해보니 서로를 사랑했다는 말이 되잖아! 뻘뻘거리면서 시선을 막으려고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다) ... 알고 있으니까 이,이런 말을 하는거죠... ... 바보! 그,그림은 그림이고 사람은 사람이니까 자꾸 쳐다보지 말라고요...! 의,의외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건가요!

뭐가 좀 그렇지? 아, 좀 진부할 수도 있는 표현이다만... 애당초 내가 그리는 건데 그렇게 진부하지도 않을 거다? (왜 가리지? 그러고 멀뚱히 본다....) 네 그림 솜씨를 믿을 순 없으니, 양 쪽 다 내가 그려야겠구만... 으음... 그래서야 그 느낌, 살릴 수 없는데... 그래, 마스터! 사랑에 빠진 소녀의 감상을 말해라! (갑자기 손을 후두두둑... 벌려서 잔뜩 고양감에 찬 채로 당신을 본다.) 그 나이대면 하나, 아니 둘 정도는 있었겠지! 솔직한 감상이야말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이야말로 낭만이니까! 남의 감상 같은 건 모르니, 모른 채로 그릴 수 없지... 그건 예술을 허투로 하는 짓. 나의 신념에 극히 위배되는 짓이니까. 의외?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생각해봐라, 이뤄질 것 같은 사랑을!
아니이!! 다,당신은 익숙할지 몰라도 저,전 연애 경험이나 사랑 경험같은 건 하나도, 단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 보,보티첼리가 별 이상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소문같은 게 돌아도 괜찮은거냐고요...?! (그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가 문제지만!! 예술가들은 다 이런가... 다시 똑같은 생각을 하며 축 처졌다. 손을 떼고는 또 물러서서) 사랑의 의미는 아,알긴 하는지... ... 다,당신한테 비교하면 당연히 못 그리겠죠. ... 그러니까! 한 번도! 없었다니까요! 애초에 전 친족들 사이에서 자랐고... 그런 것보다 연구가 우선이었고...! 몰라요! 다,당신이 느끼는 걸로 그리면 될 거 아닌가요! 모르는 사람보단 나을테니까 (몰라요 이 괴짜...!! 하고 뻘뻘거리며 귀를 막았다. 소심한 반항...)

이 녀석... 아니, 없다고? 그 나이대에 왜 한번도 없지? 뇌 작용으로 인해 13살 전후로 하나 쯤은 있을 거 아니냐? (이런데에서만 고집을 부리듯, 당신의 손을 뗀다...) 사랑이 뭐가 문제지? 사랑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성을 잃게 하고, 감정으로 애달프게 하는 낭만이잖나? 즉,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찬미할 수 있는 이상의 아름다움이란 말이다. 너! 평소엔 스스로를 천재니 뭐니 지칭하면서, 왜 이럴 때는 자신감이 꺾이냐! 그러고도 내 마스터인가! (이상한 부분에서 마음에 안 드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안다만? 가족을 부양했던 나도, 뮤즈가 있었던 나도, 친우가 있었던 나도, 모두 사랑을 안다만? 그럼 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이 녀석아!
어,없을수도 있죠!! 애초에 사랑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사랑에 빠지는 거 아니냐구요! (으아아악, 손 떼진채로 울상짓는다) 그,그러니까아! 그런 감정작용자체가 이성을 흐리게해서 비효율적이라는 소,소리에요! 여기서 마스터 소리와 이상 소리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역시 전 익숙해질수가 없다구요오... 애초에! 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이상 최대의 벼,변수라고는 할 수 없고요! 그건 실험자 펴,편향이라고요! 편파적이에요! (이상한 소리나 주절주절 늘어놓으면서 움츠러든다) 당신이 사랑을 잘 안다면... 제,제가 사랑에 빠졌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지 예상 정도는 해보라는 그런거죠오... (웃...)

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이상... (중얼중얼거리다가 손을 놓는다. 당신을 물그러미 바라본다.) 흠... 흠? 예측할 수 있다, 구상할 수 있다... 과연,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뭐, 못할 것도 없나...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한참을 고민한다.) 측면으로 그리지, 두 사람이 하나의 짝이 되는 이미지상이라면 제목에 어울려. 함께 두고 있으면 마주보고 있는 구상이기에, 따로 떨어트렸을 때는 어떤 것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이지. 흠, 초상화... 초상화, 니... 꽃을 드는 것도 나쁘지 않고... (끝없이 구상한다.) 답을 하자면, 너는 처음에는 이런 불필요한 감정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했겠지. 생경한 것이니까. 정의 내리고 나서는, 당혹감을 더 크게 느낄 거다. 왜 하필 자기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나, 같은?... 그러고는, 마침내 인정하겠지. 뭐, 자존심이 있으니까... 죽어도 말하진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려다가 결국 마주한다.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 ... 뭐,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네? 저,저기? 캐스터어...?! (듣고 있는건가? 줄줄 흘러나오는 구상안에 당황한채로 눈만 깜빡이다가 어질어질해졌다) 서로 마주보는 구도라면 확실히 짝처럼 보일...것 같기는 한데, 꼬,꽃은 뭘 넣으시려고... (그 와중에 질문도 던진다. ... 게다가, 은근히 신빙성이 높은 예측에 꿈쩍도 못한다.) ... 그야 그럴...만은 하지만, 이해하는 것이 더 먼저,니까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고... ... 애초에, 감정을 의심할지도 모르죠.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라, 특히 사랑이라는 건... 입을 다물었다가) ...... 그럼 그 사랑이 이뤄지려면, 어떻게 되야할 것 같은데요...? 마,말하지 못할거라면서요. 자존심은! 자존심이랑은 다르지만! (억지)

글쎄, 백합, 라넌큘러스도 좋겠군. 화사하고 겹겹이 되어서 그릴만한 구도가 되는 이미지가 좋아. 색채는... 흐음. 있지 않는 쪽이 좋은가, 어차피 중요한 것은 인물상이니, 시야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걸 투자할 이유는 없으니.... (줄줄줄...질문에도 답하면서, 그 스스로 생각하는 것 또한 말한다.) 짝이 되는 인물상이니 순진한 사랑을 강조하는 것도...? 흐음..? 그것도 아니면 장미를...? (벌써 그만의 세계에 있는 듯 싶다가....) ....음, 그래. 답을 하자면... 네가 좋다고 느끼는 상대는, 애당초 너에게 크게 표현하는 타입에 가깝겠지. 그럴만큼 너에게 자극을 주는 이가 아니라면, 네가 애당초 마음에 둘만큼 좋아할 이유도 없고. 그러니... 구상으로 그리자면, 진솔한 대화 끝에 이 사랑이 이뤄진다.... 정확히는, 상대가 스스로 고백하는 말을 통해서 네가 감정을 확고히 인정하는 과정이 생긴다...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만...
... 개인적으로는 라넌큘러스가 더 조,좋다고 생각해요. 백합은 이미지 상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더군다나 원래 백색이니 색채가 빠졌다는 걸 표기하기 어,어려울 것 같기도 하니까요. 비율 상 라넌큘러스가 더 겹겹이 층을 잘 표현해낼 것 같고... (은근슬쩍 자기도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듣다보니 솔깃?했는지?) 더군다나 라넌큘러스는... ... 꽃말 자체가 양면적이니까요. 사,사랑이 마냥 하나의 의미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아, 장미도 괜찮아보이지만. (... 뒤늦게 별 얘기를 다 했다싶어 입을 다시 다물었다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 저,저를 좋아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네요... ... 그럼 평생가도 제 사랑은 못 보실 듯 한데...? (가족이나 친구는 생겼지만... 흘끔, 괜히 널 보고선)

아, 하긴 백합은 장례에도 쓰는 법이니까. 이뤄지는 사랑에는 어울리지 않는 법이군. 반대였다면 모르겠지만... 라넌큘러스, 좋지. 그릴 때에도 좋은 느낌이 나. (손가락을 가볍게 휘저었다가.) 단언하는거냐? 인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말이지? (시선을 받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이제와서 보니까 좀 신경쓰이나?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바래, 마스터?
그렇죠... ... 독이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지만, 여기선 조금 다,다르려나요. (이별이라...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다시 흘러가다가 움찔, 고개를 주춤거리고는) ... 그,그야, 타인을 만날 기회도 그다지 없고... 저는 여,연구에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걸 다 알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울테고요. 객관적으로 조,좋은 성격도 아니니까... (시선을 올리자 장난스러운 웃음이 보인다. ... 진짜 자존심 때문에 뭐라 반응도 못하겠네, 그거랑 이거랑은 좀 다를지도 모르지만... 침묵하다가 다시 너를 바라보고) ... 흥, 하,항상 그랬거든요. 그걸 꼭 제 입으로 들어야 만족하,하겠어요?

당장은 도구가 부족하니 구상만으로 마쳐야겠군. 돌아가거든 이젤과 캔버스부터 손 봐야... (중얼거리다가, 끝난다. 스스로 정리가 끝났다는 표식.) 스스로 천재니 뭐니 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말하는구만. 예끼, 인마야. 사랑이 그렇게 다가오는 줄 아나. 사랑이란 무릇 재앙과도 똑같아. 전혀 알 수 없는 순간에 턱 밑까지 차고 들어오는, 그런 낭만이란 말이다. (말을 듣고, 유쾌하게 웃었다가, 다시 잔잔하게 웃음기만을 얼굴에 담았다.) 그래, 난 항상 들어야 만족했으니까.
돌아가서도 바쁘겠네요... (어쩐지 허름해졌다? 설마 초상화라고 계속 앉아있게하지는 않...겠지?) 그 분야에서 처,천재라는 거죠. 만능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구요... ... 재앙이 나,낭만이 될 수가 있나요? 역시 전 잘 모르겠는데... ... 당신이 어,어떤 사랑을 했는지는 알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고... 중얼거리다가 재앙, 그 단어를 다시 떠올렸던가) ... 책임질 수 없는 말은 안 하는 게 좋다고요. 저,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겠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이 마,말한 방법대로 해야겠어요. (모르쇠,하고 팔짱끼며 고개를 돌렸다)

원래도 돌아가서도 바빴잖나. 이것저것 제출이며, 확인 문서도 체크해야 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사라진다...) 하하! 만능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 그 만능인, 내가 옆에서 잘 보고 있었다만? 아, 소개는 못 시켜주겠군. 아무래도 소환은 같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지. (말이 끝나고는, 잔잔하게, 혹은 조금 멋쩍은 듯 웃었을 뿐.) 어떤 사랑 했는지 알겠나? 아니,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왠지 멀게 느껴지긴 하는군. 그래, 사랑은 재앙이고, 재앙은 낭만처럼 와닿기 마련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만큼 아름답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라면 뭔들 할 수 있다고 착각이 들만큼.... 광활하고 허상같은 사랑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농담이었을까.) 이봐, 그럴 건가? 이쪽은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아가씨야.
그거야 그렇지만요... ... 잠깐, 그,그림 작업 들어가기 전에 서류 처리부터 먼저 해야하는 거 알죠? 대부분의 일은 제가 하겠지만 그래도 첨언이 필요하다고요. (귀찮다는 표정을 캐치하고 와다다 쏘아낸다) 과거는 사,상관없어요. 그때보다 현대는 훨씬 더 발전했으니까, 지금까지 만능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한다. ... 당신의 사랑, 자신이 말한 것임에도 왜 걸리는걸까. 점점 이상한 것만, 이해할 수 없는 것만 늘어나는 것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나) 홀릴만큼 아름다워서, 손을 뻗고 싶기에 낭만과도 같은 재앙이... 사랑이라는 건가요. ...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불합리하다. 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것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네 옷자락을 약하게 잡고는) 제멋대로인 사람... 확신을 얻고 싶다면 들으세요. 그 낭만, 싫지 않아요. ... 사랑이 재앙같은 거라면, 전 이미 손을 뻗어버린거니까.

...으윽. 귀찮아. (결국 말한다. 정말로 귀찮은 표정이나 짓곤...) 현대에 지금까지 그 녀석보다 '만능인'이라 지칭할 자가 딱히 없던 듯 싶은데? 이거 참 유감이군.... ....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싶다, 비아냥거림은 아니었는지, 표정은 가벼운 웃음기만이 남고.) 그래.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다른 무언가가 침범한 거야. 그건 두려운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 (사랑은, 결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기에. 옷자락이 잡히면, 가만히 있는다. 너는 때때로 불안감에 종용 당하는 것 같아서, 과연 무엇을 해주는 게 옳나 싶다. 등가교환. 자신에게는 전혀 관련 없는 법칙. 너는 때론 그것에 구애당해서. 폭, 가볍게 네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가, 아주 가볍게 너를 안아주었다.) 싫어하지마. (어린 애를 달래는 듯한 어투다.)
이,이거봐! 무조건 바로 개인실로 끌고 가,갈 거예요! (귀찮은 표정 짓지 말라고 미간에 힘주었다가) 그러니까 현대에 만능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논리죠. ... 뭐, 정말로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이미 거나하게... (머리 위에 얹어지는 손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올렸다가 눈을 깜빡였다. 자신을 안은, 당신의 품이 느껴져서. 순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가 어색하게 손이 네 등으로 올라간다. 자신도, 그렇게 기대고는) ... 새로운 것은 언제나 변수를 불러와요. 그건, 복병같은거죠.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확신하지 못하는 건 당신도, 나도 똑같은가. 다시 눈을 감았다) ... 그래도 두렵지 않아요. 안 싫어할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도 의심하지 않기로 해요. (조용하다. 화도 내지않고,)

(...풉. 왠지 웃음이 나와서 작게 웃는다. 가볍게 안은 손이, 이제는 꽤 능숙하게 도닥인다.) 의심하지마라, 싫어하지마라. 믿을 수 없다면 다시 말해주마, 질릴 때까지. 그럼, 그게 나의 증명이고, 네가 믿을 수 있는 수식이다. 사랑을 의심하기엔, 사랑을 의심하지 말라 하는 이야기도 이미 널리 퍼져있고 말이지?
(왜 웃는 거냐고, 습관적으로 대답하려고 하다가 그냥, 더 품에 파고들고 끝냈다. ... 웃음이 나올 것 같기도,하고.) 계속, 계속. 이어져 있는 이상 똑같은 결과를 내주어야해요.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사랑에, 애정에 공평한 것은... ... 없을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저, 이런 바,방식이라면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말을 멈춘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입에 담는 것이 옳은가? 하지만, 이건 애정인 것 같은데. 편안하고, 어쩌면...) ... 사랑,이라고 할 테니까요.

그으래. 개인실에도 끌려가고 말이지.... ....윽, 역시 서류더미는 귀찮다. 바티칸에 들어갈 무렵에 필요했던 서류를 준비했던 추억만으로는 부족했나... (농담인듯, 진담인듯...) 내가 이 땅 위에 네 서번트로 존재하는 한, 그것을 계속 증명해야겠지. 왜냐면, 너는 겁쟁이니까. 이 아가씨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네 서번트가 기사는 아니여도, 낭만의 사람이니까. 공평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결과를 내고자 하는 이니까. (...그래,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한번도 제대로 정의 내려본 적 없이 닫혀서 죽은 치들이 뒤에 남겨졌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사랑을 모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그런, 어중간한...)
그거랑 그거랑은 또 별개의 일이니까요. 일 제,제대로 안 하면 혼낼거예요! 특별히 다 하는지 계속 옆에서 지켜볼테니까 확실히 하라고요. (이런다...) ... 그걸 또 곧이곧대로 말해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 그냥, 잃는 것이 싫어졌을 뿐이니까요. 욕심나게 한 건 다 당신이니까요!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더니 네 양볼을 챱 잡는다. 가만히, 잠깐 응시하다가) ... 가끔은 기사다웠어요. (그 말만 남기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낭만, 나는 낯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쟁이고 당신은 많은 것을 잃어온 과거라, 이것은 과연 낭만과 사랑인지. 하지만 의심하지 않기로 했으니, 이 또한 하나의 형태임을 받아들이자. 서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으니까.) ... 저를, 뮤즈로 삼는다고 했잖아요. 그럼 계속해서 기억해줄건가요?

으윽... 감시역... 으윽... 이곳은 고문실인가? 어쨌든 특별취급이긴 하군. 바티칸이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내 특별히 좋은 옷은 안 입고 왔는데... (이런다...) 그으-래. 시는 짓지 않지만 입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이 낭만, 누가 듣겠냐. 흥, 명줄만은 독하게 길어서 생전에도 오래 살았다. 나보다 일찍 죽을 놈이 무슨... 걱정마라! 장례는 치뤄줄테니 안심하고 죽도록. (헛소리...) ...그래, 내가 기사가 아니더라도. 기아스를 바친 여성에게 결례를 남겨선 안되겠지. 딱히 내 뮤즈가 아니었더라도 기억했을 거다만. (어느 쪽이든, 진심이다.) 기억하겠지, 계속.
... 그렇게 싫어요? 뭐, 조,좋은 옷... 좀 닮아 보여서 그, ... 좋았는데... 저는... (... 갑자기 침울해짐...) ... 바보, 제,제가 죽으면 자연스럽게 당신도 곧 퇴거하게 될 거거든요? 장례같은 거 말고 같이 있어줄 생각이나 하라고요. 아니면 뭐, 경험담...으로 죽을 때까지 이야기나 해주시던지. (툭, 팔을 한 번 치고는) 기아스까지 거는 건가요? 후후... 정말 독점해버리는 기분,이,일지도요. ... 나도 기억할 거예요. 만약 혼이 다시, 돌다가 태어나도... ... 인연은 새겨져있을 거라 생각하겠다고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왜 우울해지냐. 네가 식물도 아니고 시들게... 알았다. 알았어.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 쓰다듬어 주긴 한다...) 흥! 말이 그렇다는 거다. 유머감각도 없구나. 사후를 믿는다면 뒷처리는 곱게 해주는 게 가는 길에 좋지 않겠더냐고. 너 없어도 좀 더 현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딱히 다른 마스터와 재계약을 체결할 건 아니다만... ...네가 남기고 갈 거나 생각해봐라. 당연히 죽으면, 내 사인은 이번에야말로 과로사가 될 거다. (이마 꾹 눌러준다...) 이번으로 족해. 내세에 무슨 운수가 터서 날 만날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그걸 가지고 간다 그러냐. 그땐 말괄량이 짓 그만하고 인생 좀 충실히 살고.
마,말을 그렇게 하니까... (툭툭 친다 또...) 그런 건 됐어요. 뒷처리보단 그냥... 끝까지, 음, 끝날 때까지 같이 해주는 게 더 저한테는... ... 잠깐, 그,그거 무슨 뜻이에요! 제가 뭘 그렇게 사고를 친다고...! (이마 누르는대로 꾸욱 밀렸다가) 남기는 걸 정리하는 건 저도, 당신도 아니라 언젠가 천재의 결과물을 볼 사람들이죠. 스스로 수습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 (잠깐, 시선을 흘렸다가) ... 저는 마스키타잖아요? 그러니까, 말괄량이처럼 살 거예요.

스스로 이미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후배니, 동생이니, 서번트니... 죽는다면 다 두고 가는 거다. 그러니 그걸 수습해줄 사람도 필요하겠지. (잠깐의 짧은 회상. 스스로 죽을 무렵엔 친우가 와주었단 것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부러 고집 부리듯 말하는 걸지도.) 덕택에 과로사 하겠군... (농담처럼 덧붙이고.) 그래, 스스로 수습하는 경우야 거의 없지. 나도 그렇고. (시선을 마주한다. ...빤히 쳐다본다.) 이, ...고집불통.
알아요. 제 이름을 남기기 위해 나아가고 있으니 더욱이요. 하지만, 모든 걸 두고가듯... 제가 죽는 것과 동시에 저는 그 남은 것들을 통해 살아가는 거니까요. (죽을 때 외로울 가능성,그런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이 있으니까) ... 그러니까 그냥 마지막까지 안아주기나 하던가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면서) 그쪽이 워,워낙 고집불통이어서요!

하하! 운명공동체로서 끝난다라. 감회가 새롭구나. 죽기 전엔 뮤즈의 옆에 묻어달라고 한 적이 있지만... 그래. 함께 끝나는 것도 인간에게 있어서는 분명 축복이겠지. (서번트의 죽음을 죽음이라 보나. 아마도 그렇다. 좌에 돌아간 뒤, 서번트로서 다시 소환된다면, 이 기억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그것을 단순히 기록으로 볼지는 미지수. 말그대로, 새로운 삶이기도 하나 아니기도 하니.) 걱정마라. 죽을 때에 외롭게 죽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죽지말라고 내가 여태 얘기한거니. (가벼이 모르쇠한다.)
그렇죠. 당신은 이 삶이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겠지만... (좌에 돌아가서, 그 곳에서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다시 소환되어서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 당신이, 나를 잊는 것을 생각하면 불편해지지만 이는 서번트로서 어쩔 수 없는 사항이다.) ... 그때까지 함께 걸어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 저는, 지금도 외롭지 않으니까. (당신도 이번의 끝은 운명공동체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나)

(서번트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결론적으로 불편하기만 하다. 단절되어서 이어지지 않는 하나의 시간여행자와도 같은 삶을 영원히 반복하니까. 그 경험은 이미 누렸었고, 그렇기에 다시 겪는다면 얼만큼의 충격이 올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조차 불쾌하다, 라고 생각이 든다.) 돌아간다라... 글쎄. 서번트에게는 결국 돌아갈 장소 같은 건 없는 거겠지.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계속해서 돌아다닐 뿐, 끊기고, 이어붙여질 뿐... (조용하게 말하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분했나.) 네가 외롭지 않다면, 그 결과로 충분하다. (그래, 그걸로 된 거다. 결국, 생전에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는 자조차도 떠났고, 스스로조차도 그렇지 못했으니까.)
(차분한 목소리를 듣는다. 당신을 떠올리다가, 이내 영주가 새겨져 있을 맨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았다) ...... 이게 마지막인걸로 해요. (나도, 당신도. 멈춘 시간 그대로 다시금 응답하여, 이곳에 내려와 만약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고 해도 그 상대가 내가 아니면 싫다. 그리고, 당신이 그 것을 다시 겪는 것도 싫다. ... 원래 이렇게 욕심이 많았었나, 괜히 생각만 흘리고는 손을 느릿하게 깍지낀다) 여기가 마지막 장소고, 종점이에요. 그러니까... ... 계속, 계속 저랑 외롭지 않게 있어요. (내  삶이 끝난다고해도. 당신은 나를 보고 나는 당신을 볼테니, 협업자이자 이해자이지 않나...)

.... 욕심이 많아. 너는 끝나지 않을 존재에게, 너만이 끝나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거다. (저주라면 저주일까. 세간에 인간들이 바래왔던 불사의 삶을 지닌 것이나 다름없겠지. 세상이 끝날 때까지는 '나'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것이다. 그 자리에 너는 없다. 안다. 너를 인간으로 만든 건 나니까. 그렇게 해서 존재함은 아니라고 한 것이니까.) 그러면 끝나지 마라, 계속. 어떤 방식이여도 '네'가 세상에 살아간다고 새겨라. (욕심이다. 인간은 불로불사가 아니니까. 이마를 툭, 기울여서 당신의 이마하고 마주한다. 시야가 가깝다.)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나를 외롭게 두지마....
하지만, 당신은 저의 소망에 응하기 위해 제 손을 잡았으니까요. (사람인 이상 나는 죽는다. 근원에 닿고자 하는 길을 틀어낸 이상, 언젠가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하고 당신이란 개념을 두고 가버리겠지. 알고 있으면서도...) 보티첼리. (네 이름을 부른다. 톡, 마주한 이마에 시선을 올려 네 눈을 마주하다가 목에 팔을 두르고 조금, 가까이 다가간다) 나를 무엇으로 보는 건가요.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 하여도,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당신과 함께 살아갈 거예요. (당신이 더이상 무엇도 잃지 않도록. 눈을 감았다. 웃으면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 질리도록 함께 할테니 나를 믿으세요. 이미 손은 잡은 지 오래니까!

(오만한 발언, 불손하기까지한 발언. 어떻게 그렇게 된단 말인가.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세계가 끝날까지도. ...계속. 그렇다고. 어이가 없는지 헛웃는다. 목에 둘린 팔은 조금 가벼웠던가. 못내 다시 웃곤, 그저 이마를 떼었다가, 당신의 이마 위에 작게 입맞춤했다. 애를 위로하듯, 돌보듯, 넘어가듯... 그러하게.) 하지만 역시 내세에는 남남이면 좋겠군. 너에게 저주를 걸어버린 것만 같아지니까.
(합리적이지 않다. 결과로 도출될 수 없는 값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을 보는 것이 저의 천성이니... 이를 어떡할까. 태연자약하게 웃는 얼굴은 변함이 없고, 중얼거린다.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이상을 보여준다고 했으니까요.) ... 바보, 받는 사람이 저주라고 생각하질 않는데 그게 무슨 저주라고... (위로하듯 내려앉는 입맞춤은 역시 민망한지 살짝 볼을 붉혔지만, 이내 팔에 약하게 힘을 주어 당기고는 저도 네 볼에 짧게 입맞췄다. ... 네가 착용하는 것이 있어 역시 이마까지는 가기 어려웠고, 전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담아서 그거라도 함께.) 당신, 은근 겁쟁이네요.

흥...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썹을 치켜들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때론 삼켜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이 천지 놈은, 그것도 알면서도 꼭 무엇이든 한껏 욕심내라고, 그렇게 요구하는 것만 같다. 판단력은 흐려지지 않는다. 제가 맞다고 여긴다. 그러면서도 거절하는 행태를 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지. 짧게 입이 붙었다 떨어지고, 다시 온기는 식는다. 다정하게 붙어있는가 싶으면 또 그것도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면 몰라, 내세 같은 것에서 꼭 내가 필요한 건 아니잖나. (알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구애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는 안되니까. 그것이 얼마나, 벗어날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지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건가.)
... 왜 또 표정이 그래요? (어디가 또 맘에 안 들어서. 얼굴이 뚱해진채로 괜히 눈썹이나 꾹 눌러보다가 다시 돌아온다. 뒤늦게 제가 한 행동이 쑥스러워지기라도 했는지 시선을 내리깔다가 그냥 폭, 안겨버린다. 따뜻하게, 온기가 닿을 수 있게. 당신이 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면, 당신 또한 욕망할 자유가 있지 않나) 전 제 길 뿐만이 아니라 저 개인에게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내세가 있을지도, 그리고 기억같은 게 유지될지도 미지수지만... ... 결국 비슷한 길을 걸을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것을 말하는 듯한 말투. 내세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있다면 또) 분명 당신을 볼 테니까. (알고 있으니까. 고통스러움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을 더욱 깊게 남기기 위해서, 또 다시 나의 소원을 듣도록...)

(생각만은 자유다. 그것조차도 자유를 누릴 수 없다면, 아마 이곳에 있는 '나'는 자아가 있다기보단, 근원의 대리자에 가까웠겠지. 제가 혐오하고, 싫어하고, 거부하는 그 모습으로... 결국,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저주를 거는 건 누구인가, 아니, 이런 걸 저주라고 해서는 안되었는가.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어리석음에 눈이 먼 것처럼.... 도달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기약하고, 숨을 팔아넘긴다니.) ........ (결국 할 말이란 없는 법이다. 당신은 절 닮아서인지 고집이 강했으니까. 미래에도 나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 자리엔 당신이 없을 것이다. 당연한 전제고, 옳은 생각이다. 그런데도.) ....그렇다면 내 이름을 불러. (조용하게 읊는다, 다시.)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당신이 작은 자유를 가지지 않았다면 나는, 나 또한 그렇게 변해버렸겠지. 그러니까... ... 결국은, 이 숨도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지않나. 제멋대로야,같은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난 것 같으나 무시해버렸다. 이 바보같은 생각도, 감정도... 재앙이라면 받아들여 뒤집어버려야지 어쩌겠나. 눈을 마주친다. 반짝, 그 너머로 당신의 눈이 보이고.) 물론이죠. (답은 늦지 않았다. 앞으로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 따위 없으니 나를 예외로 두라고 당신이라는 인간에게 요구하는 꼴이 퍽 어리석었으나... 그냥, 환하게 웃었다) 금방 갈게요. 뛰어갈테니, 나를 부르며 안아줄 준비나 하세요! (내 홍훠이, 산드로 보티첼리.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당신이 외롭지 않도록.)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길고 긴 세월인가. 별이 흑색으로 타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부르는 것인가. 그야말로 우스운 일이겠지. 인간이라면 절대로 도달하지 않을 일이겠지. 어린애 같은 우스꽝스러운 맹약, 기대, 기도... 하지만 그랬던가. 삶에 닥쳐오는 것은 무릇 재앙처럼 오는지라, 그는 어쩌면 변화하지 않을 삶 속 무엇인가 닥쳐오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래. (느즈막히 대답이 나온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그래, 당신은 그러지 못할 거라는 것. 그러나 단지, 낭만만은- 당신이 이윽고 그것에 도달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고집이 쎄니까. 바보 같으니까. 나를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결국-) 살아있길 잘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나의 마스터! (내 마스키타, 당 헤이화.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나는 처음에 만난 그 모습으로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달라진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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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비싼 몸값은 결국 성유물이잖아요! 바보!! 바보 캐스터!

그 성유물을 만든 게 난데, 왜 느닷없이 또 바보라 부르는 거냐! 너는 천재를 숭상하는 법도 모르는 천지, 그 자체다, 이 녀석아! (머리 누름...)
그,그만 눌러요...! 이러다가 황무지에 묻히면 다 캐스터 탓이라고 할 테니까요?! (푸다닥 떼어내면서) 천재처럼 굴어야 천재라고 하는 거죠!! 저도 천지가 아니라 이,일단은 천재 취급이라고요...!

하하하하! 황무지에 묻힌 새싹과 비슷한 색채인 마스터라, 이거 우스꽝스럽구나. 어디 한번 보여주지 그러냐? (하지만, 묻어주진 않는 듯... 적당히 비켜준다.) 흥, 천재처럼 굴어라?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천재인데, 거기서 뭘 더한단 말이냐?
시, 싫어요! 안 묻힐 거예요...! (괜히 불퉁해져서는 네 머리도 꾸욱 눌러본다) 황무지라면 빠, 빨간색이 더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해요... (뻔뻔하다...) 그러니까... 천재라고 해서 다 존경할 수 있는 게 아닌만큼, 천재라고 하길 바라신다면 그만큼의 성품을 보여주라는 말이죠! ... 일단 마스터를 천지 놈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성품, 성품이라... ....음, 안되겠군. 아니, 들어라? 예술가 놈들 중에서, 너는 성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 녀석이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100? 1000? 내가 생각하기엔 없다. 즉, 예술가란 이상한 녀석이나 하는 거지.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고. (진담인지, 농인지, 슬쩍 웃기만 한다.) 5년 정도 들었으면 익숙해질만도한데, 꿋꿋하구나. 장하다고 해줄까, 천지 놈아?
... 기대도 안 했어요. (모를리가 있나, 그 5년 동안 여기서 마주본 게 누구인데... 눈을 흘기다가 다른 예술가 서번트 분께 다 소문낼 거예요. 이런 말이나 덧붙이고는) 그,그러니까, 천지가 아니라니까요! 아직 캐스터에겐 그렇게 보일지는 몰라도, 머지 않았아요. 그때가 되면 절 천지가 아니라 천재라고 인정하게 되실테니까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어요. ... 천지 놈이라고 부를 수 없을 거라고요!

흥! 어디 한번 해봐라. 내가 그딴 것에 끄덕하나. 내 평판은 이미 생전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이제와서 어떻게 바꾼단 말이냐. (이는, 왠지 저주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건 그때가서 할 뿐이지. 역할이 달라졌다면, 그렇게 칭할 뿐이다. 네가 도달하는 그 점을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부르는 것은 익숙한가, 아닌가, 를 따질 때가 아니지. 네가 그것에 도달한다면, 내가 그것을 이 눈으로 볼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니, 어리석은 레이디께서 바란다면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
불만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다, 당신은 그런 존재로서 좌에 기록된 영령이지만, 판테온에서 인식되는 범위는 그와 같으면서도 다르다고요. (오히려 당신에게 의문이라도 품은 듯이, 생경한 말투로 말했다) 그때가 오면 처,천지 놈이 아니라 바보라고 부를 것 마냥... 나는 알아요, 캐스터. 당신이 증명이잖아요? 언젠가가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조,좋을 거예요. 누구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고요?

...뭐 좋아. 바란다면 해주마. 그게 네 소원이라면, 응하는 것도 서번트의 일이지. 흥, 하지만, 다른 소망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내 일이지. 괄목하도록 해라, 진정한 아름다움을. 네가 도달해야 할 점을, 내가 진정으로 알려주마. 어느 쪽이든, 말이지. 마지막 정도가 되면, 혹시 모르지. 그때에는 제대로, 너를 불러주마, 나의 마스터.
저도 이해해드릴 수 있죠, 어느쪽이든, 달라질 일은 없고. 나와 당신은 시작부터가 다르니, 당신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저의 도달점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 그게 당신이 해야할 일이라면, 당신이라는 서번트가 내리고자 하는 가르침이라면 한 번 행해보세요. 천재는 원래 오만한 법이니, 그, 그정도는 봐줄 수 있답니다. 그게 성공을 가리킬지, 실패를 가리킬지 몰라도. ... (잠깐 입꼬리를 올리고서는) 축하 선물인가요?

(이죽거린다.) 글쎄다? 축하 선물로 보이나? 나를 알고서도, 그렇게 말할 건가? 덧 없는 작은 숙녀여, 네가 그렇게 말하길 바란다면 해주마. 기품있는 태도를 바란다면 해주마. 그러나, 내 혼만은 결국 너의 뜻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러니, 천재로서 오만방자하게 굴마! 가르침을 내리는 건, 귀찮아서 안한다만은... 기회라면 기회겠지, 이 토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캐스터? 덧없는 존재는 한정된 생명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새기는 법이죠. 당신의 호칭은 정말 하,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말은 여전히 불만을 품고있는 듯한 말투지만, 그런 감정은 보이지 않고 되려 차분한 것에 가깝다) 바란다고 하여 이뤄줄 거였다면 제 부름에 당신이 답할 일도 없었겠죠! 됐으니, 그저 캐스터답게 구세요. 저, 이미 그것에 익숙해졌으니... ... 다, 당신은, 어떤 모습이든 똑같이 보이거든요.

똑같아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로도 똑같다. 불변의 천재라는 건 그런 법이지! (언제 침잠했냐는 듯, 평소처럼 돌아와서는.) 흥, 알긴 아는구나, 천지 놈아! 네 그 열망, 이뤄질 일이 없으니 내가 온 거 아니더냐! 그러니, 그저 괄목해라. 나도 어리석은 자의 말로 정도는 봐주마. 그리고, 나름대로 아까의 호칭은 답지 않은 걸 썼다만? 이것도 마음에 안 들면 어쩌냐, 이 녀석아.
흐, 흥. 됐거든요. (꾸욱, 너를 밀어보고는) 답지 않으니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 지금 저를 그렇게 불러봤자 그냥 겉치레밖에 더 되나요?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면 필요 없,없다고요. (흘겨보면서 툭 내뱉는다) 괄목할 생각 없어요! 만약 그러고 싶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제 진리가 흔들릴 정도로 빛나는 것을... 보여주셔야 할 거예요. (그 이상이 아니라면 달라질 일은 없을테니,) ... 또 천지라고 불렀어요, 바보 술고래!

보여줄 거다. 보여주고 말고. 응한 것은 나, 바란 것은 너. 잊지 않았다, 아무것도. 뭐, 네 고집이 억세서 보고도 못본 척 할지도 모른단 가능성 정도는 염두해두고 있다만? (농이다, 아마.) 겉치레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라. 뭐, 이 천외의 천재에게 겉치레라도 받는게 어딘가 싶다만?
그 때엔 정말 환불해버릴테니 가, 각오해두세요. ... 이해할 수 없지만, 됐죠, 결국 쥐는 것은 제가 될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애매하게 말하기는. 유독 까칠한 태도로 대응하다가 한숨이나 한 번 쉬고 평소처럼 돌아왔다) ... 바보한테 겉치레받는 건 사양이거든요!

너에게 환불당할리가? (뜻을 알겠지, 더 말하지도 않는다.) 크크, 이제와서 그러는거냐? 5년동안 동거동락한 파~트너에게 말이야~? 우리 마스터 나리는 매정하시구만.
캐,캐,캐스터가 자꾸 놀리니까 그런 거잖아요! 지금도 놀리고 있으면서! (이런 자신감이 당연하다 여겨지면서도 받아주기 싫어서 더 투덜거리게 되는지) 동거동락~이라고 할거면 일단 태도부터 고치고 오시라고요, 파트너라고 생각은 해,해요? (팔짱끼고는...)

안하면 이러고 있을리가? 이런 계약 같은 건 파기하면 그만이지. 내 명성에 흠집도 나지 않을 것을, 뭣하러 계속 들고있나.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빤히.) 너 외의 다른 녀석에게 계약당할리도 없고. 네가 부른 건 기적을 목도하는 천재란 말이다. 당~연히, 서번트로 소환되는 쪽이 더 이상하겠지?
(... 순순히 인정할 줄은 또 몰라서, 뭐라 대답해야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침묵하다가) ... 천재를 버리면 아무리 당신이 처,천재라도 흠이 날 걸요. 버리지 않았으니까... 저도 지금까지, 5년동안 계속 캐스터랑 계약을 맺고 있는 거고. (선글라스 너머로 하나의 눈이 마주친다.) 당신이기에 소환에 응했을지도 모르네요, 당~연히, 그런 서번트는 흐,흔치 않을테니까요. (네 말투를 따라하듯 해보고는)

하하! 그렇다고 생각하나? 하기사, 이런 오기가 있는 녀석이니까 내가 파트너라고 데리고 있는 거겠지. 삶의 몰락도 모를만큼 오만하거나, 아니면 정말이지 천재거나, 그 둘 중 하나여야, 내 바램에도 응할 수 있지 않겠냐. (흥, 코웃음 치고는.) 어떤 녀석도, 나와 같은 인간은 아직 보지 못했어. 가능성이라면, 있겠지만... ....뭐 됐다. 보지 못할 것은 뻔하지.
그럼요, 이, 만큼 좋은 마스터가 아니라면 다,당신과 5년이나 계약하고 있을 사람은... (... 있을지도. 중간에 말을 멈췄다가) 그 중에, 전자의 가능성은 지워줬으면 좋겠지만... 일단 동의하죠. 당신의 바램에, 그리고... 저의 바램에, 이 패스가 동시에 응한 것이니... ... (마음에 안 든다고도 말했지만, 사실 닮았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럼, 당신은 죽고 나서야 긴, 긴 가능성 끝에서 결과를 볼 수 있겠네요! (뒷 말은 무시한다. 어쩐지, 되려 밝은 기색으로) 조, 조금은 야속하려나요. 그럴지도요.

그러냐. (왠지 시큰둥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당신을 빤히 보는 것 같지만... ...아마, 당신이 익히 아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너, 내가 그 결과를 보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나? 어디 한번 물어보자.
(당신의 태도는 상관 없다는 듯이, 살짝 웃는다. 네가 무언가를 보고 있던, 저 또한 또 다른 것을 보고 있을 것이므로. 네 눈을 바라보며) 이상하네요, 캐스터.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보이고자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분명 제가 그곳을 보았을 때 기뻐해야죠. 저는, 기쁠 거예요. 캐스터...

(단지, 찰나의 순간. '너'는 기뻐하고 사라지겠지. '너'와의 만남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생각한다, 과거를. 기억한다, 말로를. 그 고독감에 미쳐 오염된 자태를. 네가 나의 눈을 보는 듯 싶어도, 너는 나를 통해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는다. '내'가 아니다. 하지만, 너는. ...너의 계약은.) 인간의 종말 또한 목도하는 게 나의 일이라면, 보겠지. 네가 정녕 기뻐하는지, 아닌지. ...그 아름다움, 보고도 죽지 않을만큼, 그것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만큼의 어느 정도의 여과가 필요했다. 그래서 보이고자 한 것이지. (그러니, 그것을 직접 마주한다는 것은, 곧 자신처럼 된다는 것이기에. 기쁘지 않다. 아무것도.)
(그래, 그곳에 닿는 순간 당신이 알고 있던 '나'는 사라지고 미지만 남을 것이다. 당신이 겪었던 것처럼, 그러할 것처럼. 당신이 바라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 그것은 맞물리면서도 절대 맞물릴 수 없으니. 그것을 향한 시기를 잃을 수가 없는 것이다. 느릿하게 눈이 깜빡이다가, 가늘어진다.) 재, 재밌네요. 캐스터. 그렇지 않나요? 나는 기적이라 부르는 경지를 당신은 종말이라 부르니, 그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가늠할 수조차 없잖아요. (당신과 같은 위치에 서서는, 그제서야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워보이세요?

(타오르는 시기는 어디를 향하나, 그것은 역시 세상에 천재가 도래하면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그것이야말로 천재라는 개념의 증명이오니.) 하하, 그럼 내 말로 알 거라 생각하는가? 혼돈 그 자체이자 동시에 진리이기도 한 것을, 그 어찌 단어로 표현하랴, 그 어찌 문장으로 표현하랴. 네가 그곳을 목도하고 감히 말해보거라. 천국인지, 지옥인지. 하. 물론, 너는 내게 말할 수 없겠지만.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은.) 연민한다. 동정한다, 인류여. 그렇기 때문에 무시하고, 경시하겠다, 인간이여.
(불타버릴 것을 알면서도, 녹아내릴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손을 뻗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는다. 인류는, 그리하여 어리석으며 발전한다.) 그냥, 해본 소리였어요. 만약 당신이 그 진리를 표현하여도 제가 용납하지 못하겠죠! 천국인지, 지옥인지, 후후, 저... 분명, 어떤 것이든 그곳을 천국이라 칭할 거예요. '당 헤이화'는 그럴테죠. 보,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참으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시기하는 동시에 동경해요. 지고의 천재여,

(스스로 목도해야만 알 수 있는 곳이다. 말로 표현한다고 한들,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한들, 결코 닿지 않을 어느 유산의 영역. ...나는, 그럼에도 불과하고 재현하고자 했다. 아니, 여전히 그렇다. 그 찰나를 위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은, 분명 본질적 공포가 제거된 '나'라는 것의 말로임이 명백했기에.) 천국인가. 시시하군. 나는 차라리 지옥으로 걸어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만? 천국의 수수께끼며 묘사는 모든 이들이 하지만, 아아, 지옥! 그 이름조차도 부르려 드는 이가 없으니. 그 수수께끼, 내가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네가 도달하는 곳은 천국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과 똑같을 거다. (그 말에는, 오히려, 차갑고 싸늘한 눈빛이 일순간 돌았던가.) 하지마. 더는, 듣고 싶지 않다, 그 말은.
(결국 내가 그곳에 닿는다면 이 계약은 끝. 나 또한 당신을 바란 것이 아닐테고, 당신 또한 나의 부름에 응한 것이 아니게 될 테니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별이다. 만약, 그 지옥에 둘 다 떨어지지 아니한다면야. 똑같지 않나요. 찰나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자 하는 것은.) 아, 그래요. 다, 당신은 지옥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 지옥도, 당신이 들어가면 지독하다고 뱉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지옥일까, 혹은... 그 무엇도 아닌, 저만의 공간일까. 어,어느 곳이 되어도 저는 이름을 남기겠어요, 캐스터. 당신의 눈에, 제 모습을 남기겠어요. (뒤이은 말에는 그저 웃으며 침묵한다. 이성이란 참으로 귀찮은 것이다.)

(목도한 것은 찰나,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아니, 무엇을 진정으로 원했는가, 그것조차 있었다. 다른 무엇을 보았는지조차, 이 몸은 잊어간다. 흐릿한 형상조차도, 저 너머의 추억도 되지 않고, 그저.) .... (어쩐지 점차 흥미라도 잃은 듯, 조용하다. 평소라면 무엇이라도 떠들어댔을 것이다. 좋을 대로 무시하며 원하는 것을 했을 것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그런 것이겠지. 나는 안다. 인간의 미래성을 위해서, 그것을 목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정신이 구애된다, 그 아름다움에. ...내 눈에 담겨진 이상의 인간은 결국 죽었다. 아무도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 지상 위에 남겨질 너도, 그 하늘 위에 있는 '너'도. 모두 지옥에 갇혀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연민하마, 동시에 경시하마. 그러니, 내가 있겠지. 끝내 신의 은총을 받지 않고, 순교자가 되지 않고 죽은 나는, 다시 일어서고 나서야 너 같은 인간과 지옥에 떨어지는구나. 그러고 나서야, 왠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웃기지 않는가, 어리석은 마스터여.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구는 인간과, 살아감을 위해 지상 위에 다시 나타난 이미 죽은 것이라니.
(점점 줄어간다. 가라앉는다. 연민하고, 동시에 경시받는 인류는 그 너머의 몸을 똑바로 직시할 수 없으니,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가려진 허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에게 응한 것은 그 잔해 아닌가? 이 순간에도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눈이 멀 것을 앎에도, 그리고 부,불타버릴 것을 앎에도, 추락해버릴 것을 앎에도, 죽어버릴 것을 앎에도ー 손을 뻗어버리는 자들이니, 이만큼 욕망에 충실한 자들이 어, 어디있겠나요. 그러니, 이 지상 위에 있는 자들은 모두 한 곳에 지옥을 품고 있는 것이겠죠. 인간은, 지옥을 지남으로서 발전해나가요. 그리고, 그 과거가 거름되어 또 다시 사다리를 쌓아가니... 언젠가, 이 지옥은 천국이 될 테죠.(끝내, 근원은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 '당신'에게 전해줄게요.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요. 나는, 처,천재로 이 땅에 자리잡았어요. 라고요. (이쪽은 언제나 웃음이 자리했으므로, 평소와는 정반대였다. 허나 이제는 눈을 감고서) 어리석은 천재, 나는 죽기 위해서 태,태어난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 당신 또한 새로운 시대를 목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것. 그 이외의 이유가 더 있겠나요?

(욕망에 충실해서야, 결국 과함을 일으켜 죽고 만다. 모든 것이 그렇다. 그리고 안다. 네가 나를 보고 있으면, 내가 너의 곁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성을 벗어난 근본적인 바램을 한층 더 끌어오르는 것이다. '잃은 것을 다시 얻어내고 마리라'라고. 혹은 잃은 것만큼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인간의 욕심은 그렇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잃게 되면, 그것을 어떻게든 그러모아서, 다시금.) 아니. 그렇지 않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관측자야말로 나의 자리다, 수긍하지.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목도하기 위함인가, 그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볼 뿐, 나는 그 이상의 것이 되지 않는다. 나의 존재가 파멸적으로 너를 으스러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너를 헤아리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반대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부러, 나는 그쪽을 택하지 않았었는데.) 오만하구나, 인간이여. 그러니 알아가야겠다. 다시 태어남을 위해 살아있다면,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뜻이냐. 너의 인생에, 아무런 뜻이 있는 것이 없었다고? 오직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것만이 있었다고? ... 함께하는 것조차, 없다고 할 셈이냐. 나에게.
역시 천재는 이기적이에요, 오만하고, 최악을 보지 않고자하죠... (조용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은 천재고, 나 또한 천재다. 적어도 자기자신은 그리 생각하므로, 우리는 스스로의 악을 인지하지 않으려 한다. 이 만남의 악성을. 예고된 파멸을. 야속한 운명이라 해야하는 것인가... 과연,) ... 관측자여, 당신은 나의 바램을 듣고 이곳에 발을 내렸어요. 그 높은 곳에서, 다시 몸을 일으켜서 지상에 서,섰죠. 그런데 어째서 그걸 부정하나요? 이 또한, 연민인가요? (입꼬리가 다시 평이해졌다. 제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는, 다시 입을 연다) 르네상스는 끝났으며, 신을 찬미하던 예술은 과거의 것이 되었다. 또한, 선계는 이미 자취를 감췄고, 그를 증명하던 것 또한 전설로서 이어질 뿐이다... 그러니, 이 현대가. 이 시대가... 새,새로운 것이 아니면 무얼 가리키나요? 내가 당신으로 인해 희망을 얻고, 동시에 파멸하는 것이 안타깝다면 동정하지 마세요. 다만, 오만하다 평하세요. 나를, 똑바로 보세요. 캐스터. (시선이 꽂힌다. 선글라스 너머, 그 시선을 향해) 이 근원을 위해 태어났으며, 그 진리를 잡기 위해 세상에 나왔으니... ... 당신은 '이상'을 추구한 예술가면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인생을 지옥이라 평하는군요. 그렇다면, 말해보세요. 근원이 아니라면 사람은 어째서 태어나죠? 나는 그곳에 닿기 위해 이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이 욕심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그러니, 이 또한 저 자신의 목표겠죠. (뒤이어 들리는 말에는 잠시간 침묵한다. 나에게. 나는 ■■■ ■■■■를 인식한다. 그 영기에 새겨진 정보를.) ...... 어차피, 모르잖아요? 당신. 나는 과정이고, 당신은 결과니까요.

(시대는 끝난다, 반드시. 어떤 세계는, 반드시 끝이 난다. 그러면 지금 목도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종말? 이윽고 찾아올 그 종의 종결? 말에 시선을 올린다. '너'를 바라본다. 일그러진 시야는 무엇을 보는가, 결국 '너'가 아닌 그 너머에 목도하였을 진리를 향한다. 여전히 보인다. 아무것도 일그러지지 않은, 어느 누구도 그것을 일그러트릴 수 없는 세계의 진리가. 신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는 원래 들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이긴 하였던가. 나는.) 원해서 태어난 인간이 어디 있겠나. 모두가 누군가의 바램, 그것도 아니라면 이기심으로 인해 탄생한다. 생의 목적을 부여받지 않고 태어난다. 그러해서,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이상을 추구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상에 구애됐다, 인생의 말로까지도. 그 눈부신 빛이, 눈가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근원이라는 것은 세계의 본질이다. 그러나 떨어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근원과 작별하여 홀로 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진다고? 그러하겠지. 그러니, 근원조차도 그와 달리 과거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도달한다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다.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원초적 회귀로다. 그러므로, 네가 존재함에 이유가 될리가 없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과거로의 회귀는 필요하지 않다. (본다, 너를.) 모르니까 묻는거다, 오만한 마스터여. 궁금하지 않나?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알아서... 그 어느쪽이든, 상대의 의견이 꺾어지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오만함을 입증하는 계약인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 나쁘지도 않을텐데?
(만약 내가 당신을 보아도, 당신이 나를 볼 날은 없을텐데. 그러면서 나를 알고자 하는 것은 무슨 의미지? 인간을 바라본다. 인간아닌 자를 바라본다. 무엇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다.) 그 바램과 이기심, 그로 인해 사람이 탄생한다면 그 생의 목적은, 자신이 정하는 거죠. 그렇다면 숙명이란 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바램은 자기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말하는 건가요. 당신이 말하는 것이 그 이유라면, 저는 그 이유를 탄생과 동시에 찾았어요. (태어나면서 이상을 보았다, 혹은 이상을 보고말았다. 결국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높은 그 목표여서, 제 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아뇨, 근원은 어디에나 존재해요, 그러니까, 아무리 시,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거죠. ... 인간은 근원에서부터 비롯되고, 그리고 무로 돌아간다. 그것에 차이가 있을리가 없죠. 순환의 과정 중 하나이며 그리고, ...... (잠깐, 침묵한다. 아, 이런 말에 의미는 있나?) ... 뭐가, 듣고 싶은 건가요. 다,당신이 말하는 것은 마술사들의 규칙을 뒤엎는 말이에요. 마술사는 근원을 목표로 한다, 그것이 당연스러운 사실 아닌가요? 원초로 회귀하기 위해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거라면 그 행동에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가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나요!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 ... 바보같아요. 정말, 뭐, 조, 좋아요. 당신의 그 높은 콧대를 꺾어버릴 수 있다면, 지는 내기는 아니겠죠. (우리가 서로를 아는 그 과정이, 과연 '이해'로 끝날까.)

(...부정하고 싶다, 많은 걸. 너의 삶, 신념일지도 모르는 얄랑한 것, 그 마음가짐을 모두. 미에 대한 진리조차 인간의 인식은 달라진다.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건, 그것을 바라는 인간들의 마음이다. 듣는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듣고 있었다, 당신의 말을. 제 아무리 뿌리 깊게 부정하고 싶은 말이래도, 모두.) 마술사도 아닌 이에게 그 규칙을 기반하여 말하라는 건가? 농담도 심하군. 나의 시야, 그렇게 똑같은 것일리가 없잖나. (당연했다. 다른 것을 보고 있다. 예술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근원을 목표로 잡을 이유도 없다. 이미 목도한 것을 통해 다른 것에 구애되는 삶은, 그것을 바랄리가 없다.) 할 수 있는 일과 헤야만 한다고 정한 일은 다르지. (부정, 부정.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도달할 수 없는 지향점, 도달할 수도 없는 공허한 지향점을 긍정할 리가 없다. 그것 또한 제 몸으로 증명한 것인데, 뭣하러.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아니, 이해할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있다고. 그 외에, 인간이라는 것과 아직 이상을 그릴 수 있는 지향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건가, 나는. 코웃음을 친다.) 너의 지향점을 안다. 그러나 네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른다. 네가 말하지 않은 것을, 나는 모른다. 천재라고 해도 인간,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은 인간인 것이다. (...안다, 알겠다. 너의 그 이상이여, 이미 한번 꺾인 바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집념이 된 것이다. 그것만큼은 나와 닮은 것이다. 한번 꺾인 것이 두번째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자아의 말로조차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너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겠지.)
하하, 당연하죠. 저를 서,설득하려면, 알고자 한다면 적어도 같은 시각을 가져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똑같은 것이 아니라도, 저를 알고자 한다면, 알아야 해요. ... 내가, 당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는 것.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도, 당신을 알고자 하는 그 내기에 응한 것. ...... 부정하고 싶음에도.) 당신은... 결과니까. (또다시 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래, 당신은 그 진리를 보았으니까. 이상을 보고, 그리고 끝없이 이상을 추구하였기에. 내가 잡고자 하는 것을 이미 잡은 자였기에, 나는 결국에 그 욕심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을 놓을 이유도 없죠. (나에게 근원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이며, 천재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이며, 그리고 도달할 수 있을 지향점. 그곳에까지 닿지 못하고, 그냥 스러지는 건. 의미 하나 없다. 눈빛이 가라앉는다) ... 당신은. 나를 무언가와 겹쳐보고 있어. (그저 '인간'? 그것도 아니라면, 또 다른 '이상'? 한숨이 흘러나온다. 이는 절대로, 박제된 조형물이 될 수 없음에도 생각은 참 좋구나.) 그렇다면 말하죠. 계속해서, 말하죠. 당신이 인정할 때까지, 당신이 이해할 때까지. 나는 '그대로'의 인간이라는 것을요. 아직, 인간일 때까지는? (뒤이어 붙인 것은 일부러일 정도로 짓궂은 말. 비꼬는 듯한 말투가 흘러나왔다가 잦아들었다) 나중이 되면 모두 잊어버릴테지만... ... 이 삶의 찰나에서나마, 새겨두시던가요.

(그래, 나는 그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결과물'로서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지 않는 것. 고정되어 있는 것. 결코 바래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식으로 빛나지도 않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그러면 너는 누가 구해주는거지? (의문점이었다, 언제나. 왜냐하면, 나는.) 흥, 안 좋은 것만 가져다 배우는군. 이것도 내 탓이라 할 셈이더냐? (고요히, 조용하게 말한다. 좌에 돌아간다, 아니, 돌아가기도 전에 안다. 고정된 술식과도 닮은 자신은, 무엇 하나 가져갈 수 없다고. 그것은, 저주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그런 방식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눈은- 여전히 당신을 직시한다. '나'는 아직, '너'를 보고 있다.) 내가 잊는다 해서 네가 있었다는 진실이 사라지진 않아. (우리는 이-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서 캐내려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정보는 있다.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도 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이해하려 드는 것은 아니었다. 왜, 이제와서. 라고 한다면. ...때가 되었다, 라고 할 수밖에 없나.)
... 구원이 필요한가요? (고정된 기록을 바라본다. 사라진 이야기를 되찾고 있는, 여전히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영령을. 당신과 나는 시작부터가 달랐는데도, 당신과, 나는.) 저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아요. 마,만약 무언가가 절 구한다면... 그건 제 자신이겠죠. 저의 행동이, 제 의지가... 지옥에 떨어뜨리는 동시에 끌어올릴테니.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이 이상의 실패는, 필요 없다. 그 뿐이다. 이 사례는 성공으로 남을거다. ...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남겨진 것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도달한 나는 그런 하찮은 것,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테니까... ... 불쌍한 사람. 어중간하게 눈을 떠버린 사람...) ... 만약 나중이라면, 당신을 이해하게 될까요... (느릿하게 웃는 꼴이 참 기분나쁘게 보인다. 사라질 것을 알아 확신한다. '나'는 슬퍼하지 않아.) 그, 그럼 누구한테 배우겠나요, 이런 걸. 제 주변에 당신같은 이는 한 사람 뿐인걸요? (나를 기억한다니, 영령이 말하기에는 매우... 우스운 말 아닌가. 긴 시간동안, 제대로 나를 보려 한 적도 없으면서 이제 와 나의 본질을 들여다보려 하는가. 차갑게 식는 듯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 관계에 대한 정의 하나 내릴 수 없는데...) 내기를 한 건 당신과 나니까, 내가 어떤 의미로 남을진 모,모르는 일이죠. 수많은 이들은... 당신을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천재'로 나를 떠올리게 될 텐데.

(진실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는 나를 부를 이유가 없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구원은 필요하다, 누구에나. 그렇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가 있는 거겠지. (신의 존재, 신의 구원. 아니, 그것을 떠나서, 인간은 구원을 바란다. 마음의 구제를 바란다. '너'는 그것을 이윽고 포기해서, 이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여길지 몰라도. ...결국, 나를 소환한 건 네가 아닌가. 신과 예술의 도시의 중점에서 살아가며, 이윽고 최후에 죽어버린 나를 소환한 건,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무엇인가를 미래로 도달하게 하기 위해 생각하고 마는 나를.) 흥, 지옥에서라도- 그때, 그것에 도달해야하지 않았더라고 후회하는 걸 말이냐? (알겠지, 그럴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그것에 도달한 건 그렇다. 괴롭고, 고독하고. ...아무도, 너를 이해해주지 않고, 손을 뻗지도 않고, 계약을 해주지도 않고, 인식을 해주지도 않고, 너조차도 '너'를 인식할 수 없는 세상에 고립되어서, 썩어버릴 뿐인데.) 들어주마, 지옥이라도. (그것만은, 아무래도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것이라서.)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너'라는 인간이 존재했다는 걸, 나만이 알 수 있다면. 내가 기억한다. 모르는 일이 아니다. 그걸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거다. (그야, 네가 나를 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너는 언제나 말한다, 나를 결과라고. 나를- 천재라는 결과로만 본다면, 너는 나를 보지 않는 것과도 똑같아. 아무도 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번야말로 내가 보겠다.)
... 저는, 필요 없어요. 저의 구원은 저의 끝이고, 그 과정에 다른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당신은 그냥, 그냥... 그곳을 증명하기만, 그러고만 있으면 되는데! ... 구원은, 이미 늦었다고요. (부정하지 말아라, 내가 당신을 부른 이유를 되짚지 말아라. 이미 많은 길을 와 버렸기에 되돌아갈 수 없고, 이미 코앞에 있는 빛을 봐버렸기에 몸을 돌릴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준다는 것은 결국 저 자신을 들쑤시는 꼴이 되어 불편함이 턱, 목에 걸린 듯 했다. 구제를 입에 담는 것은 신인가, 인간인가, 혹은 미래인가... 부질없다.) 근원을 위해 존재하는 재능에 혼이 무어 중요한지... (아하하, 들려오는 말에 크게 웃었다. 정말 드물게, 진심으로. 그 속에 감정이라고는 무엇 하나 없었지만) 저는, 끝까지 후회하지 않고 녹아들 거예요! 괴롭고, 고독하고, 나 홀로,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그 세상에서, 아무에게도 손을 뻗을 수 없는, 끝없이 이상만을 떠올리는... ... 그야, 그게 원래 근원이잖아요. 천재라는 것은 그런 거잖아요. 후회하는 건 제가 아니라 저의 허물. 저라는 본질이 떠나가고 남은 껍질이겠죠... (그때가 되면 난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그런 행복이 또 어디 있을지,) 그러니까, 들어주세요. (지옥에서. 내가, 당신이 서있는 지옥에서. 어찌 모를까, 당신이 이 길을 부정하고자 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버리고자 하는 것과 같은 존재니까... 그러니까, 보지 않을래.) 차라리, 기억하지 마세요. 오로지 '천재'를 기억하세요, 캐스터. 난 되돌아 갈 생각이 없어요.

적당히 해라.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조용한가 싶었더니 눈쌀을 찌푸린다. 그러더니- 주먹으로 당신의 얼굴을 힘껏 쥐어박았다. 열이 받아서? 그것도 맞다. 그러나, 다른 것이 더 문제였다. 아마, 조금 아프기만 할 것이다. 내 육신은 고작해야 평범한 사람과 비슷하니까.) 너, 나를 뭐로 생각하든,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너의 마음이지. 그러나, 너. 나에게 그렇게 굴면서, 내가 너를 떠나가는 일만큼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도대체 뭐더냐? 인간아, 인간아. 정말이지- (내가 너를 연민하고 동시에 경시할 수 밖에 없다.) 결과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마모되는 혼을 위해서 예술을 그려온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죽어가는 정신을 위해서, 아름다움을 그려온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 따위는 없다. (찌푸린 얼굴은 무엇을 그리나. 얼마나 허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인가. ...아, 열이 받는다. 살아있는 주제에, 죽음에 도달하려 하는가. 그것이 얼마나 고통밖에 없는, 구애되는 삶인 줄도 알면서.) '너'를 먼저 알았는데, 천재를 어찌 먼저 기억하는가. 웃기지 마라. 싫다. 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그러면 알 때까지 패주마. (...이상이라는 건 결국, 타인과 이상을 논하며, 살아있는 채로- 혼의 증명과 함께 지상 위에서 발을 딛고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러나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인가. ...너는 또, 내게서 기회를 뺏는거냐. 나는 이미, 내 이상의 인간을 잃었는데.)
... 아, (얼굴이 얼얼하다. ... 무슨 일이 있었지. 꽉 쥔 주먹, 밀려나는 바람에 흐트러진 밴드. 그리고, 네 얼굴빛. ... 맞았네. 육신은 평범한 사람과 비슷하다지만, 그래도 서번트인 것은 마찬가지라 아픔은 확연히 느껴졌다. 맞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는 고개를 숙였지) ... 그렇게 굴면, (느릿한 말이 멈춘다. 목이 메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럼, 왜 나한테 불렸죠? 왜 나를 버리지 않았죠! 차,차라리. 그럴거라면 내가 원하는 답을 주었어야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당신은 이상을 보이기만 해요! 당신이 보이는 그,그곳에, 욕심내는 나를 경시하고, 나를 연민해요. 이기적이야. 당신은, 당신은 이기적이에요... (차라리 포기하도록 하지, 가능성을 보여줘놓고 이제 와 나를 잘못됐다 하는 건 무엇인가.)  ... 당신은, 다, 당신은 날 떠나가서는 안돼요. 그거야, 그 눈에, 한 번 그 진리를 보았던 그 눈에! 나를 새겨넣어야 하니까요! 다시 한번, 같이 이상을 보자고... (고통받는 삶이어도, 후는 상관하지 않는다. 주먹을 꽉 쥐고는 당신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전 천,천재로서 기억되어야해요. 내가 못할 이유가 없어.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데. ....... 당신에게, 내가 뭔데. 이상보다 중요해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는데 여기서 돌이킬 순 없다. 이상이란 결국, '이름'이 남는 경지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어서 만약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이상을 통해 실력을 증명한다. 이상은...) ...... 이젠, 싫나보죠. (심심풀이도.)

(그 말을 듣고, 더-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재능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지!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아, 그래. 너의 시선은 그런 것이지. 네가 보는 '천재'는 그런 것이겠지. 그 단어에 얽매이는 이상, 네가 나를 다른 것으로 볼리가 없다고.) 떠나가서는 안된다 논하면서 내게 너를 버리라 말하는 마음은 당최 모르겠구나. 그러길 바라나? 아, 이제 재미있지도 않으니 상관이 없다? 웃기는 소리. (인상을 찌푸린다. 한숨을 내뱉듯, 숨을 내뱉는다.) 눈을 뜨는 것부터, 정신이 드는 것부터, 살아있는 것처럼 숨을 쉬는 것도 전부, 내게는 생존투쟁이나 다름 없다. 눈에 들러붙어서 사라지지도 않는 그 잔재가, 영구할 정도로 내게 그런 고통만을 안겨준단 말이다. (혼이 죽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기에. 혼은 고양감을 얻는다. 그러므로- 정신만은 계속해서, 고통만이 누적될뿐이다. 언제나 필시, 각성 상태에 가깝고, 그 외의 것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육체로 변모한다. 그것 하나를 목도하고 있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이 팔아넘겨진 것이다. -그 진리 하나만을 위해서!) ...하. (그러더니, 이윽고- '변질되지 않은' 쪽의 눈에서만 눈물 한줄기가 내렸다. 신경쓰지 않는다면 모를 것이다, 아무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싶다. 내가 드디어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런 기회가 마침내 왔다고 여기고 싶다. 모르나? 정말 모르나? '그런 존재'인 내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왜- 사람의 소망을 따라 소환되지? (그럴리가 없다. 아름다움을 목도한 뒤로, 그것을 전해야만 한다는 의무에 시달린 나는.) 네가 이러는 게, 나는 싫다. 그러나 너를 싫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생각해, 생각하라고. (그 후를 생각하지 않을 거면, 인간으로서 포기하고- 이 지옥에 도달하는 거다.)
(본심을 말해, 그는 '닿은 후'의 일 따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 진리에 닿는다는 행위, 누구보다도 뛰어난 신비를 손에 넣는다는 행위, 과거에 지지 않을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행위. ... 그저, 천재로서 사라지고 남을 것만을 생각하였다.) ... 당신과 나의 이상은, 다르니까... (감정이 엎치락뒤치락 움직인다. 당신을 향한 동경이, 그리고 시기가, 양면적인 것들이 얼굴을 뒤흔든다.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는 과정이고, 당신은 결과였음에. 아, 이상은 같을 수 없었음에... ... 이건, 절망인가? 아니, 부정이다. 인정이다. ... 연두색의 눈이 당신을 응시한다. 그제서야, 천재가 아닌 '너'를.) 잃어도 상관없었어요. ... 달라져도, 상관없었어요. 내가 죽고 다시 태어나도 상관없었어요.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니까. 죽을 때까지 고통받아도, 죽고 나서도 벗어나지 못해도. 그 행위가 나를 증명시켜주니까... (지금도 두려움은 없다. 자신이 망가져 평생, 모든 걸 빼앗기더라도, 그 후에 남는 것은 '내'가 아닐테니 상관없다. 만약 내 숨 하나하나가 고통 그 자체가 된다 하여도 괜찮다. 자신이 이룩하고자 한 크나큰 '대의'는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하나'를 위해 사는 몸을 받아들일 것이다.) ... (그런데, 왜 망설임이 올라오는가. 손에 들어갔던 힘은 풀린지 오래고, 이내 힘없이 들어 손을 뻗는다. '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쓸어내고서야 자신은 깨닫는 것이다) 당신은 또 다시 봐버리겠구나, 또, 잃는 것을 보겠구나. (그리하여 나를 경시하고, 연민하였는가. 누군가와 함께 도달하고 싶었다. 모두가 기뻐할 '대의'였다. 하지만, ... 당신이 우는데 의미가 있나? 손이 멈춘다. 떨리고, 떨리는 목소리가. 이거, 어쩐지 즐겁지 않은데.) ..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몰라요. '나'를 보는 것도, 멈추는 법도, 나아가는 것도. ... ー하지만, 당신이란 사람을 보고 싶어. 지금은 그것밖에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만약, 당신을 보더라도 나는 이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싫지 않아.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 ... 나는.

(이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인간이니까. 그러나 너는- 보편적인 진리를 쫒고자 하는가. 세계에 진실로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 그 근원이라는 것이 있다고, 닿고자 한다고 논하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이상은 어째서 존재하는가. 우리는 결국 불완전하기에, 완전함을 추구하면서도, 그 '추구함' 자체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완전한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네'가 '나'를 그제서야 본다면.) 무신경하구나, 나의 마스터야. 네가 어떻게 되는 상관이 없다며 말하는 것은, 결국 너를 귀애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이라고. (그래, 알고 있었겠지. 그러나 잊었다. 필요없다고 여겨서- 버리고 말았겠지. 눈가를 당신이 쓸면, 왠지 쓰리게 웃었다. 그런 웃음밖에, 이제는 나오지 않았다.) 싫지 않다면 나를 봐라. (손을 잡진 않는다. 내밀지는 않는다. 단지.) 모르고 있더라면 나를 봐라. 네가 나를 결과라 논한다면, 나는 너에게 알려주마. 그걸 위해서, '내'가 소환된 거다. 그것만을 위해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거다. (이기적, 경시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러나.) 잃지마. 잃지 마라. 네 인생을 강탈당하게 두지 말아라. 생존권조차도 팔아넘기지 마라. 네 숨이 붙어있는한, 내가 그렇게 말하마. (그래, 잃는 것은- 정말이지 지독한 일이다. 처음으로, '나'를 잃었고, 둘째로, '이상'을 잃고, 셋째로- 그것까지 도달한다면, 나는 이제 더이상 무엇이든 논할 수 없다.)
(불완전하기에 완전을 바라며 함께 살아간다. 이상을 추구한다. 그 인생에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 왜 그게 그렇게 이어지는 걸까요. 이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발전일터인데... (나를 귀애하는 자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죽는 것은 아닌데 왜 그게 마음을 다치는 결과가 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떤 의미가 되든 자신은 이 세상에 존재할텐데. 자신에겐 스스로조차 하나의 자원이라서. ... 하지만 당신이 나를 '마스터'라 부르며 마주 보았으니, 내기에 따라 외면하지 않았다.)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아요. 미련을 가지지 않아요. 몇 번이고 실패를 반복할 때도... 조금씩 발전함이 보이면, 저의 앞길을 믿기만 했죠. 그렇기에 모두가 바라는 '대의'라는 것인데, 잘못되었다는 건가요? 저,저를... 제 실력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둔한 미련이라는 건가. 쓰리게 웃는 것이 참 어울리지 않아 미간을 살짝 좁혔다가 네 선글라스를 벗겨내었다. 그러고는, 눈가를 쓸던 손을 살짝 내려 입을 꾹 누르더니 손을 뗀다) ...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저는, 실패자가 되는 거군요... (당신을 본다. 천재가 아닌, 사람을 바라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말들을 듣고 만다. 당신은 나의 목표를 증명하는 동시에 결과를 증명하고, 말한다. 나는 당신에게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서 얼굴이 울듯이 일그러지는 동시에, 입꼬리가 올리간다. 의식적으로.) ...망가지는 것이 이상을 온존할 방법이라니, 정말 웃기네요... 정말,로. ... 당신은, 나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 소환됐겠죠. 나에게, 잃지말라는 말을 하,하기 위해 응한 거겠죠. ...그러니까, '내'가 사라지면 '당신'도 또 다시 사라지겠죠. ... 어쩔 수 없네요...... ...어쩔 수,없네요. (하지만, 도달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은 대체 무엇이 되는가. 삶의, 목표조차 없는 것 같다. 결국 무언가를 잃게 되는구나.)

(그런 환경 속에서, 그렇게 자란 인간은 결국 그러한 것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상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숙명이라고 부여받음과 같을 것인가. 아이러니 하구나. 혈연으로 이어져, 고일대로 고이는 마술사의 가계는 이윽고 저주와도 같아, 모두가 똑같은 이상을 가지려고 한다는 게. 개개인의 개성이라곤 말살되어 죽어갔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도 이기적인가.)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버려두어라.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여기고, 네가 나를 버려두어라. 못하겠나. (...아마, 알아서. 알고 말아서,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입에 닿았던 손이 떨어지면 차가운 공기 기운이 괜히 더 느껴졌다. 꿈뻑, 눈을 깜빡이는 그 눈은- 하나는, 이제는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너머의 것을 바라볼 뿐이다. 일그러진 시야가, 그 앞에 존재할 뿐이다.) 우린 꽤 오래 만났지. (그래, 자그마치 5년이다. 5년의 세월이면, 제자가 스승의 밑에서 독립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네'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나'는 너의 곁에 있겠지. ...그것만은, 한 없이 사실이라 여겨져. ...이봐, 마스터. 나의 마스터여. (너는 결과가 아니다. 나직히 중얼거린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지 않았을 시선이, 이제는 당신과 시선을 맞추고, 다시금 중얼거린다.) 뜻을 찾길 바란다면 내가 도와주마. 내가 네 옆에 있잖나. 이제는,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는 내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네 옆에.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다른 시야를 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그런 기회만큼은 줄 수 있을 거라고. 내게 어느날 부여된, 그 숙명이. 이제는 아무도 망가트리지 않을 수 있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바보. 캐스터는, 정말 바보에요. ... 천재라고 부르지 말걸. 정말, 정말 이렇게 바보인데... ... 알면서도, 묻다니요. (이렇게까지 된 이상 버린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도 않고,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있던 것은 오직 잔재한 마술사로서의 이상이었으니 그게 부정된 지금은 길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어서, 그게 또 억울해서, 분해서.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이해하고, 추구했던 것을 부정해야하는 이 상황이 싫어서 본능적으로 울음이 새어나왔다. 소리없이, 당신과는 달리 두 눈에서. 그러면서도 그 하나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고 되려 힘을 준 채로 노려보며 네 손을, 제가 먼저 꽉 잡았다) 오래도 지냈다니 이, 이제와서요! 아직 한참 남았어요. '제'가 존재한다면, '당신'도 여전히 곁에 존재할거라 한 이상!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5년 동안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시간은 지금부터 세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냐는 고집같은 선언이었다. 목표를 송두리채 바꿔놨다면 달라질 것을 함께 찾아줘야 해. 당신이, 달라지지 않을 당신이. 이제는 무엇도 잃지 않고자 한다면 날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해.) 캐스터, 옆에 있어요. 보이지 않는다면 알려줘요. 알지 못한다면 말해줘요. 그러면, 그,러면. 나는, 답할테니까... 망가지지 않을테니까. (당신도 망가지지 말아라. 진리와 다른 이상을, 그저 발전을. 그럴 수 있다면.)

...흥. 인간적인 부분에서, 내가 천재일리가 없잖나. (그래, 그것이 맞다. 세상에 선보인 재능만이, 그가 천재라는 걸 알려줄 뿐이고.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닳고 닳아서, 혹은 전혀 새로운 것이 되어서, 아무것도 대단하지 않았다. 그건, 필시 너도 그랬을 거다. 손이 잡히면, 남은 손으로는 결국 너의 눈가를 쓸었다. 울지말라, 일까. 그것도 아니면, 별 의미도 없을지도 모르는 위로였을까.) 크크, 욕심이 있구나, 마스터, 마스터야. 잊지 말아라, 그거를. 그게 인간으로서 욕심을 낸다는 거다. (하필 그것이 자신인가... 싶긴 하지만. 그래, 운명이라고 하나. 그런 것이겠다. 네가 다른 것을, 다른 인간을 곁에 있길 바라는 그 마음, 그 욕심, 결국 '너'처럼 잃은 적이 있는 '나'였기에.) 네 옆에 있으마. 네 시야가 되어주마, 이제는 반절밖에 없는 것이지만. 알지 못하겠다면, 내가 너에게 이윽고 정답이 아닌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걸 보여주마. 그래, 그렇게 살아가라, 마스터.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 말아라, 너는 지금, 영구히 불변하지 않을 것을 먼저 손에 쥐고 다시 일어섰으니까.
... 흥, 저,전부 바보에요. (제 눈가를 쓸어내리는 손길에 꾹 눈을 감았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려 거칠게 소매로 제 눈을 비비더니 뚱하게 표정을 굳혔다. 노려보던 것도 멈추고는 울음을 멈추려 잠깐 심호흡했고) 요,욕심없는 게 장점이었는데, 다 망쳤어요... 아,앞으로는 더 긴장하라고요. 술도 못 먹게 할거고, 그, 그리고 연구에도 더 협력하게 할거고, 그리고... 저번처럼 뭐라 그러면 확 때려버릴 거니까!! (하는 꼴이 애나 다름없다... 제 것에 욕심내는 것이 이런 건가, 다른 것이 제 곁에 있길 바란다는 게. 별 말을 다 늘어놓고는) ... 당신은 내 캐스터니까. 나는, 당신의 마스터고... (결국 그거다. 계약으로 맺혔다는 것, 서로에게 응했다는 것. 그렇기에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거여서)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은 내가 보고. 제,제가 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보는 거예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건 거,거기에 가치가 있는 거니까... 보여주겠다고요.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내가. 새롭게 찾아서!

...아아, 그래. 내가 잘못했다. (손을 내린다. 끼던 장갑이 눈물이 묻던 말던, 그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네 인생을 망쳤다 이거냐? (그러고는 결국 유쾌하게 웃고 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그런 식으로 도달하지 않았을 영향력이. 그림이 아니라 말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구나. 죽고 나서야,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게.) ...좀 봐주지 그러나. 나름 이유는, 있다? 애당초 내 이름, 알면서도 술을 못 먹게 할건가? (이거는 진심으로 어이없는지, 당신을 조금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줘야지. ...마스터, 나의 마스터. 그리고 나는 너의 캐스터. 마술을 읊진 않아도, 기적에 도달하려 들지 않아도, 내가 스펠로 너에게 닿았다는 것만은 사실이겠지. 기대하마, 마스터. 내게 새로운 걸, 다른 시야를 보여줘.
... 비, 비슷하단 거라고요. 26년동안, 계속 걸어왔던 게 뒤집어졌으니까... (유쾌한 웃음에 눈을 흘기다가도, 쓰게 웃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 멈췄다. 역시 이런 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 그거, 다,당신이 멋대로 한 거 아닌가요... 흥, 적정량만 봐줄 거라고요. (어이없다는 눈빛을 되려 퉁명스럽게 받아친다. 다시 선글라스를 돌려주고, 잠시 하늘색 눈을 제 손으로 가렸다가 다시 떼어내고) 이상을 뛰어넘을, 이상을 기대하세요. 저는 천재니까, 그정도는 누,눈 감고도 해낼 수 있으니까요. ... 기적이 아니어도 되니까, 나의 캐스터. 이곳에 계속, 같이 가요. (내가 당신을 잡았으니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 지금도, 미래에도.)

에라이. ...그건 나름대로 가족한테 들은, 사람한테 들은 별명이란 말이다. 그리고- 내 이름이기도 하고. ...불러봐라. 내가 이 자리에 제대로 있다고 증명해줄테니까. (웃는다, 웃는다. 그는 역시 그런 식으로 웃었다. 유쾌하게, 진절머리나게. 목도할 것은 기적은 아닌가, 그러나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인간은 늘 그래왔다. 완전한 존재에게 애당초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때나 평탄한 것이기에.) 그래, 같이. (어색하다, 그 울림은.) 네가 만들 그 이상, 나에게 보여다오. 내가 보지 못할 그 이상, 내게 알려다오, 마스터. 물론, 눈을 감으면... 안 보이니,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거잖아요, ... 결국 그, 그 이름 대로 행동한 건 캐스터고... (참 까탈스럽게도 반박하다가 순간 멈췄다. 머뭇거리더니, 너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어) ー보티첼리, 산드로 보티첼리. 나의 캐스터. ... 짓궂기는. (못 살겠다는 듯 눈썹이 팔자를 그린다. 허나 입꼬리는 가볍게 올라가있다. 손을 펼쳐 당신에게 내밀고는) 이제 당신도 나를 부르는 게 공평하겠죠. 같이, 갈거니까요. (드물게도 참 자신감에 차보인다. 손을 잡을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을 부를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 흥, 감을리가 어,없잖아요. 당신에게 알려주죠, 당신에게 보여주죠. '진리'에도 뒤쳐지지 않을, 인간의 경지라는 것을요! 천재에게 소환된 것을 자랑으로 여,여겨도 좋아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눈을 떼지 말아요. 당신을 고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선언하였다. 그런 고통따위)

그래, 예술가의 혼을 가진 내가 부름에 응하였다지. 흥, 뭘 기대한거냐, 고즈넉한 친절함? (오만하게, 더욱 오만하게 지껄이는 것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러니 결국 당신에게 말하라 하는 것은, 그때와도 같은 계약의 부름. 내민 손을 잡는다. 그것 외에는 이유가 없다. 그것 외에는 하지 않는다.) 서번트, 캐스터. 진명은 산드로- 보티첼리. '너'의 소망에 응하여 소환됐다. 그러므로 어디까지든 가자, 나의 마스터. (웃으며, 그 천재의 오만한 말을 듣는다.) 헤이화. (말한다, 그 이름을.) 떼지 않길 바란다면 꽤나 힘써야할테다. 너를 옮아매고 있는 저주보다 독한 것이니까.
설마요. ... 그 때의 예술가들은 정말, 다 이런 괴,괴짜인 걸까요. (오만하기는. 하지만, 그러니 나에게 응한 것이겠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이상을 가진 서번트고, 그리고 그곳까지 함께 도달할 자이니.) ー그러므로 어디까지든, '당신'에게 새로운 기록을. (고정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 허나, 당신은 나의 손을 잡았기에.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가볍게 당긴다) 유,유감이네요, 독한 것에는 지지 않는 편이라서요. 각오하는 게 좋을걸요? (오만하게도 웃는다. 당당하게, 처음으로)

물음이더냐? 당연한 소리를! 괴짜가 아니고서야 예술을 찬미하겠나. 신을 그리는 행동을 하겠나. (당기면, 당겨진다. 어쩌면, 부러 움직였을 수도 있다.) 혹은 인간의 인생 그 모든 자태를 부정하고도 살라고 하겠는가. 오만한 행동이지, 알고말고. (그럼에도 불과하고 하는 것이라. 5년이다, 그만큼의 세월, 자신을 결국 고개 돌리게 하는 것은 가능했을 것이다. 서번트로 소환된다는 건, 결국 죽은 뒤의 새로운 삶일테다.) 흥, 그 얼굴. ...안 어울리는구나. 바보 같이 삐질거리는 표정이 더 봐줄만 한 것을.
... 정말이지, 당신의 마,말을 듣다보면 예술에 대해 이상한 인상이 생기는 것 같다니까요. (이렇게 물들어가는 것일지도. 당겨지고, 다가가고. 그렇게 5년, 그 이상으로. 당신이 내 목표를 부정한 것처럼 나도 당신의 기록을 부정하리라. ... 결국 내기에서 진 건 이쪽인지, 저쪽인지. 아니면 둘 다...) 오만한 사람 같으니! 전 평생 예술같은 건 이해 모,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멋대로 굴어버려야지. (그리 말하고는 눈을 흘겼다.) ...... 이, 이정도는 부담하라고요. 그쪽이 자초한 일이니까요?

진담이다만은... ....내 주위에 예술가 놈들이 죄다 그랬던 걸 내 탓이라고 할 거냐? (참고로.... 이 캐스터도 그 '예술가 놈들' 중에 하나다.) 이해 못한다고 하는 것 치고는 가끔 잘 묻잖나. 애당초 예술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거다. 강한 감상을 머리로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 ...제멋대로 구는 건, 뭐, 그래 좋아. 네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은 봐줘야지. (흥, 역시나 또, 오만하게 웃었다.) 그래. 알고 있다. 내가 바란 일, 감당하지 않을 순 없지. (죽은 뒤에야, 바래서 얻어낸 일이라. 기이하기도 하구나.)
... 네에, 예술가 놈... (...) 이젠 와,완전 평소처럼 돌아왔네요. 동요하는 것도 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 무언가를 느끼고자, 담고자 하는 의미를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도 바뀌지 않으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죠. (객관적인 심미성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어깨를 으쓱이면서) 영광이라는 말은 안 할래요. 이제부터 매번 그,그런 말을 하기엔 지칠테고? ...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다면 이번엔 후회같은 거 하지마요. 그러면, 제,제 서번트 실격이니까요. (만약 후회할 길로 가더라도, 내가 그 길보다 멋진 것을 보여줄테지만. 아, 문득.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걸 떠올린다)

쯧..... .... .... ..... ...다른 녀석한텐 말하지 마라? (신경... 신경 쓰인다... 그런 듯 눈동자를 굴린다.) 후회는 할 거다. 가는 길이라는 건 그런 법이니까. 더 나은 쪽이 없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될 거다. 내가 끌여들인다, 네가 왔다. 그러므로 당연한 이치다. 다만- (머쓱한 듯, 숨을 내쉬다가.) 다른 것을 볼 기회가 있다면, 무시하고 싶지 않다. 두번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일테니까. 뭣보다... 이제와서 서번트 실격이라 들으면, 체면이 안 서.
아하하! 저,정말 웃겨요... ... 다른 사람한테는 예술가 놈,이라고 까진 아,안 말할테니까 걱정 말아요. (놀리는 것이 왜 재미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래요. 당신이 나를 끌어당겼고, 제가 이곳에 왔어요. ... 그러니까, 여긴 이제부터 당신과 나의 협업공간이 되기도 해요. 이 끝에, 분명한 이상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선택한 것을 다시, 되돌릴 생각은 없다. 그러니,) ... 다음에 소환되더라도 저만큼의 마스터는 어,없을 거라고 생각하라고요. (그렇게, 간단히 끝낸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을테니)

어디로 가든 은근히 내 이야기 하고 다니지 않나? 나는 타당한 고민을 얘기한 거 같은데? (빤히...) 다음에 소환될 일도 없다. (늘 그렇듯, 그건 단호한 말이었다.) 이번 기록을 읽겠지, 그리고 만일 실패했다- 라면, 두번은 뛰어들 이유가 없어. ...뭐, 아닐 수도 있다만. 5년이면 인간이라면 변하는 법이라지. 그건 나라고는 할 수 없을거다. 아마도, 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느끼고 만다.) 뭐, 지금부터 실패니 성공이니 따지는 건 성급하군. 나는 성공하는 것 밖에 보지 않아. 애당초, 협업의 형식이 된 이상- 내 인생에서 제일 다른 일이 될 테니까.
... 제 캐스터니까요. (이런 말로 적당히 넘기려고...) 어,어쨌든요. 비밀 얘기라고하면 굳이 떠,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 (눈을 깜빡이다가) ... 그럼 마지막 마스터한테 더 잘 하기, 결국 제가 바뀌는 것은 당신이 바뀌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아무리 고정된 것이더라도, 내 옆에 있는 당신은 영혼을 지니고 있으니까. ... 나 또한, 당신이 마지막이에요. (어떻게 되어도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다. 또, 잃는 것은.) 예,예의상 한 말이었다고요. 시행착오는 있어도 실패는 없을테니, ... 저, 독 먹여도 화 안 낼거죠...?
은근슬쩍 소유명칭... 은근슬쩍 넘어가기... 그렇게 말하면 좋다고 넘어가줄줄 알았나...? (빤히...) 뭐, 말해도 믿을 거 같진 않구만... 내 페이스가 너한테 밀렸다던가 말이지? (...아니, 진짜 아무도 안 믿을 거 같네?) 혼이라, 글쎄. 나는 지니고 있는가? 의문이군.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이 자리에 있다면. 분명히 달라지겠지. 혼만큼은 인간이 어쩌할 도리 없으며, 동시에 인간에 의해 바뀌는 것이니. (으으으음.....) ....너 이미 한두번도 아니고 손가락으로 꼽을 수도 없을만큼 먹여두고 그런 말을... 나한테 해당하는 말이었다? 나는 이웃집 사람도 딱히 안 좋아하는데? 협업가를 부른 거다? ......맛은 좀 바꿔라. 슬슬 맛이 없다는 게 너무 느껴지니까...
...... 내, 내 캐스터, 내 보티첼리, 내 홍훠이... (빤히 보는 시선을 은근히 흘리면서 나열한다. ... 안 되나?) ... 아, 안 좋아요? 안 넘어가줘요? (... 안 되나? 이번엔 자기가 되려 빤히 본다) ... 좀 부,분하네요. 그걸 믿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앞으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겠어요. (아자, 다짐하다가 입을 삐죽이고는) 그럼 저를 끌어들인 건 귀,귀신이게요? 의사가 있다면 혼도 있는 것이고, 후회가 있다면 혼도 있는 것이죠. 이제와서 고민하지 말라고요, 바보. (없다고해도 우길 기세다. 금색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홱 치운다) ... 마, 맛은 개량할테니까요... 협업가는 조,좀 좋아해보시죠?! 아무튼! 다음엔 다,달콤한 독약으로 드릴테니까요! 알고 계세요! (...이상한 말이다)

이 녀석 보게, 뻔뻔한 건 알았는데 욕심도 가득해졌구나.... (빤히... 시선이 닿으면, 결국 슬쩍 눈길을 다른 곳으로 둔다.) 그래, 그래. 마음대로 해라. 어디가서 내 얘길 그렇게 하고 다니겠나.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재밌다는 듯이 꺼내는지 원... (중얼거림에 가깝다.) 정신과 혼은 다른 것이니까? 혼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정신은 존재할 수도 있지. 뭐... 그야말로, 두번째 생은 존재하지 않을 탄생이지만.... (음... 아마 이런 답을 원하는 건 아니겠군... 졌다는 듯, 양손을 올린다.) 여기서 더 좋아해보라고? 난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는 중이다만?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 그래. 마음대로 해. 네 파트너에게 독을 먹이는 게 그렇게 원하는 일이라면 말이지.
... 부정도 안 하면서 그렇게 말해봤자... (싫으면 그만둘까요? 하고 흘끔, 시선을 보내나 돌아간 눈길을 보자마자 저도 고개를 움직여 되려 눈을 마주치려고 한다) 하는 수 없잖아요, 보,보티첼리랑 있는 시간이 길었으니까... 그만큼, 쉽게 나올 수밖에 없는걸요. 당신은 뭐, 제, 제 얘기 별로 안 하나 봐요. (저번에 뭔갈 들었던 것 같은데. 중얼거리는 말에 굳이 대답하고선) ... 눈치 빠르네요. (양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곤 작은 웃음을 흘리고) 그럼 이것도 불가능에서 태어난 가능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천재란 그,그런 법 아니겠나요, (그럼 최선의 2배를 더해서 좋아해보세요, 하고 뻔뻔한 소리를 하며 너한테 기댄다) ... 제,제가 먹을 수 없는 것만 부탁하는.. 거니까요. ... 죽이려 드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세요... (은근히 걸려 중얼중얼거린다)

(왠지 가깝다... 마지 못해서 당신을 다시 본다. 왠지 떨떠름한 표정.) 남한테 네 얘기를 해서 어디다 쓰나. 남이 너에게 가진 감상은 본인만의 것이니까... 네 인상을 다른 걸로 미리 만들어두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싫지 않아, 단지, 음... .... 아니다. 됐어, 됐어. 마음대로 해라. (흘기듯 눈이나 굴린다.) 하긴, 죽이려 들면 이렇게 하진 않겠지... ... (바보. 왠지 툭 튀어나온 말이다.) 최선의 2배, 의뢰인거냐? 이렇게 각박하게 신청해서야 할 마음이 나겠나... (웃는다.)
(왜 그런 표정이람,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일단 멀어지고서) 그 정도 마,말하는 건 괜찮지 않나요. 친구...이야기나 가족 이야기처럼, 흔하게 다들 하잖아요. (엄청 나쁘게 말하는 것만 아니라면야. 가볍게 웃고는 옆에 섰다) 단지, 뭐요? 주,중간에 끊으면 더 궁금해진다고요. ... 부끄럽다면, 솔직히 말하면 참아주고요. (장난스럽게 던지고는) ... 그러면... 저,저도 그, ...최선을 다해 좋아해볼테니까요. 등가교환이라고요, 등가교환, ...바보.

친구나 가족 이야기. ...그런가? (골똘히 생각하듯, 잠시 가만히 침묵을 유지했다.) 아니, 그다지. 누군가 자랑스럽다, 라거나... 생각이 나서 이야기할 만큼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확실히,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나. 왠지 모르게 너에 대해서는 남들이 먼저 말한다만? (정정하듯, 굳이 붙인다.) 최선의 2배야, 이 마스키타야. 어디 애정을 등가교환으로 넘기나 싶지만, 이것도 의뢰라면 어쩔 수 없겠지. (농담처럼 웃는다.)
그...렇죠? (사실 이쪽도 그래본 적이 딱히 없다... 말 끝을 흐리면서) 다,당신이 자꾸 사고를 치니까 마스터인 제가 끌려나오는 건 아니고요? ... 그런 게 아니면, 이,이왕 이런 천재 마스터도 생겼으니까... 자랑 정도는 하고 다니라고요. (빤히 바라보더니...) 연금술의 기본은 등가교환이니까요. 바보 홍 훠이, 균형을 맞추는 거니까 가,감수하세요!

사고는 커녕 나는 왠지 남의 인생 상담이나 들어주고 있는 거 같은데... 진짜로 이럴거냐? (좀 억울하다는 듯이 본다...) 흥... ...자랑? 뭘 자랑하라고. (진짜 모르겠다는 듯 멀뚱히 본다.) 애정을 어떻게 등가교환으로 하냐? 주는만큼 받고, 받는만큼 주는 게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원래 등가교환이 안되는게 정상적이란 말이다.
.. 당신이요? 보티첼리가요? 홍 훠이가...?! (인생 상담을...?!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 예상외로 열심히 하,하고 있나보네요... ... 근데 왜 제 얘기를 듣죠? (고개를 기울였다...) 자,자랑할 거 없...어요? ... 아닐텐데... (힐끔...힐끔...) 그럼 지금 바,받는 것보다 더 받고 싶다는 얘기인가요. 전 애정공식같은 건 모른다고요...

네 인생 상담을 내가 들어주고 있으니까, 말괄량이야? (빈정 상한 듯... 빤히 봄....)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절호의 기회니까. 뭐, 이런 영역까지는 내 전문이 전~혀 아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니. (왠지 가벼운 말투다...) ....그만 쳐다봐라. 어떻게 자랑하라고 그러나. 네가 내 누이나 딸도 아니고, 스스로 큰 존재를 자랑하고 다니는 건 좀... (시선을 슬쩍 피한다... 슬쩍...) 아니, 그냥... 네 생각보다, 내가 애정을 더 많이 주는 편이라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완전한 등가교환은 아닐지도 모른다, 라는 얘기지.
아니 그건 인생 상담이 아니라 그냥 싸움 아닌가요. (손 절레절레 내저어보인다...) ... 다른 사람 인생 상담도 해주고 이,있는 건가요? 의도는 별로지만... ... 뭐, 그,그게 좋다면 그걸로 된거겠죠... (신기하네... 뚱해진다) ... 왜요! 치,칭찬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요... 네? 큰 존재? (...?? 빤히 본다. 빤히...) 당신... 다,당신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데요, ... 제가 당신을 생각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으면 어쩔려고요. (꽤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손을 슬쩍 잡고는) ... 봐요, ...애정의 크,크기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고요.

너... 나와의 진실한 (다소 주먹질도 있었던) 대화를 싸움으로 퉁칠 셈이냐? (흥... 하고 조금 빈정 상함...) 아니, 왜인지 말하니까... 듣고 있게 된다... 무시할 순 없잖냐? (...왜 뚱해지지? 어이 없다...) 장성한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도 아니고... 그리고 자랑보단 그냥 너한테 가서 네 칭찬이나 해주는 게 맞지 않나? 자랑해주는 게 좋은 건가? (그러고는, 잡힌 손을 보다가... 큼, 괜히 기침한다.) 그러게, 어쩔까... ...애정은 알 수 없구만, 정말이지. 눈으로 확신할 수 없는 걸, 어떻게 여기면 좋을지 고민이라도 해야할까.
... 뭐, 대,대화도 맞지만 싸운 것도 맞잖아요. (맞기까지 했는데... 얼굴 문질거리면서 눈 가늘게 뜸) 객관적으로 심도있는 대,대화였던 건 동의하지만... 억울해요? (왜 빈정상한거람...) 그렇구나... ... 저,정말 간도 큰 분들이네요... 아니면 재능이 있는 거 아니에요? (예술가한테 인생상담이라...... 고개를 기울였다가) 다,당연히 둘다 해야죠! 다른 사람한테 전해듣는 것과 본인에게 듣는 것은 아주 크,큰 차이가 있다고요. 직접 칭찬도 하고 자,자랑도 해줘요! (뻔뻔하다... 너를 곁눈질로 보다가 우물쭈물, 불확실성을 고정할 수는 없으니까...라며 중얼거리다가 잡은 손을 그대로 들어올려 손등에 짧게 입맞춘다) ... 해,행동으로 하면 좀 느껴져요? 이거... 그, 가,감사의 표시라고 하던데. ... 당신도 그쪽 계열이죠? 비,비슷한 문화죠...? (해놓고서 자기가 민망해하고 있다...)

그 정도는 딱히 싸운 것도 아니다만... 별로 칼부림이 있던 것도 아니고, 모가지가 날아간 놈이 있는 것도 아니잖나... (농담...일까? 그래도 나름 억울하긴 한지 빤히 본다...) 그래, 억울해. 내가 얼마나 (주먹질 한 건 둘째 치고) 열심히 너와 진솔한 대화를 했는데. (코웃음 같은 것을 치다가... 이내, 당신의 행동을 보고는 조금 눈을 굴린다. 아마 처음에는 조금 부정하는 행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이런건 숙녀에게 신사가, 하는 느낌이지만... 으으음....? 으으음...? 그러니까, 그 입맞춤은 보통 말이지? 의식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건, 아닌데 말이지... 누구에게 들은 거냐? (...상대의 반응을 보고 괜히 이쪽도 무안해졌다. 뭐냐 이게!)
당신 예술가 맞죠...? 왜 그런 무림같은 생각을... ... 흥, 뭐, 그,그말대로 독이 오간 것도 아니니까 봐드릴게요. (억울한 표정에 헛기침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팔짱끼고는) ... 결국 주먹질 한 건 맞지만요? (굳이 또 걸고 넘어간다. 네 눈치를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후다닥 손을 놓고 물러나서는) 가,감사를 표하는 것에 숙녀와 신사는 상관없잖아요! 당신이 해줄 마음이 있다면, 모를까... ... 근데 일상에서 자주 쓰,쓰는 게 아니라고 역시...! (... 손 등 뒤로 숨긴다. 왜...?) 소,소피아한테 받은 적 있단 말이에요! 제,제가 돌려줬을때도 별 말 안했는데...!

예술가 맞다? 너보다 힘도 허약한? 예술가? (빤히... 빤히....) ... ....말로 해서 안 듣는데 어찌하라고. 물론 신사 실격이긴 하다만, 내게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겠지? (손등을 뒤로 숨기니까, 오히려 어이없는지 눈을 가늘게 뜬다.) 아, 그 사람... ....다소 당돌한데다가 고집도 쎄고, 또 뭐라고 해야할지... ... 은근히 자기 마음대로라서 말이다, 아마 그렇게 생각한 뒤로 딱히 정정해본 적이 없는 게 아닐지. 보통 행사나 종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행동이다만... 현대에는 연인 사이에나 쓰지 않나? 내 시대에도 신사가 레이디에게 바치는 행동에 가까웠고 말이지. (언제까지 숨길거지...? 왜...? 황망하게 좀 바라본다...)
네... 저보다 힘도 허약한 예술가... (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하다... 예술가 아니었으면 맞았을 때 아팠겠지...라는 생각이나 라고 있다) ... 아뇨, 그,그런 상황에서 강경책을 쓰는 게 잘못됐다고 말한 건 아니고... ... 이건 그냥! (등 뒤에서 손 꼼질거리다가...) ... 소피아는 서,성실한 분이세요. 그냥 수단을 가리지 않을뿐이지... 네?! 여,연인...?! 그그그그런건가요?! 그,그럼 취소, 취소에요! 여,연인도 아니면서 연인이 하는 행동을 하는 건 파렴치하니까요...! (펄쩍 뛰는 듯한 이미지... 머리털이 쭈뼛선다. 황망한 듯한 눈빛에 머뭇거리다가 다시 손 앞으로 꺼낸다...)

(이 녀석... 왠지 뼈 아픈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눈 가늘게 뜨고서 빤히 본다...) 어이, 성실한, 다음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을 붙이면 당연히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황당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가.) 뭘 취소하나!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부끄러워 할 거라면 용기를 왜 낸 것인지, 아직도 천지 놈처럼 굴 거냐! (심통난 듯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돌아온다. 가볍게 당신의 손을 잡고는, 그 위로 짧게 입맞춤한다. 익숙한 행동, 또한 어쩌면- 거룩한 의식에 가까운 행동으로 보였을테다.) 자, 이렇게 하는 거다, 마스키타야. 알겠나?
(... 시선을 피한다. 이 말을 그대로 하면 역시 혼날 것 같으니까... 감 좋은 홍 훠이같으니...!) 어,어쨌든 목표에 성실한 것은 맞잖아요. 그리고 소피아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고... ... 어느정도 맞지 않나요? (...) 당연히 부,부끄럽죠!! 연인같다는 건 제,제가, 저희가, (천지 아니라고요! 완전히 얼굴이 새빨개졌으면서도 그 말은 또 덧붙인다. 네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가, 잡히지 않은 손으로 제 입가를 가리고는 고개를 사선으로 움직였다. 익숙해보이기도하고, 의식같은 그 태도가 갑자기 낯설어서.) ...... 알,겠어요. ... 다른 사람한텐, 역시, 안 할래요...... (이걸 어떻게 해! 눈을 꾹 감았다)

너... 똑바로 알려주는 내 앞에서 그 녀석 편드는 거냐? (어이없음!) 딱히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구만, 뭐가. 그만큼 겉보기에 잘 어울린다는 거 아닌가? 저번처럼 동생인가요? 소리 듣는 것 보단 나은 거 같은데? (이죽거린다. 부끄러운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사람한텐? 그럼 나한텐 할 거냐? (히죽히죽.) 뭐, 물론 너는 하는 쪽보다는 받는 쪽에 가깝긴 하겠다만...
저,저는 맞는 말을 했을 뿐... ... 인데, 혹시 편 안 들어줘서 삐,삐졌나요? (흘끔, 장난스럽게 바라보다가 아프지 않게 툭 친다) 그러니까아! 저,전제부터가 다르다는 거잖아요! 당신때문에 연인 안 생기면 책임 지,질거냐고요! (어차피 생길 것 같지도 않지만! 괜히 투덜거리다가 히죽거리는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속으로 심호흡 한 번 하고... 보란듯이 느릿하게, 다시 네 손을 잡아올려 이번엔 손 끝에나 잠깐 입맞춰보고...) ... 봐요, 제대로 할 수 있죠? 자꾸 놀리면 아,안 참는다고요. (당당한 표정...!)

그래! 세상 천지에 자기는 자랑하고 칭찬해달라며, 내가 자기 꺼라고 애처럼 굴면서 반대로는 안해주는 놈이 어디있나! 나도 편 들어라! 네가 내 편 안 들면 누가 들어주느냐! (진짜 어이없음!) 어차피 생길 거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는구만, 내가 책임지긴 뭘? 너야말로 한참이나 연상인 남자에게 시집이라도 오고 싶나? (이건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이다...) 혹시나 다른 놈이 그래도 나이는 봐야한다, 마스터? 정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진짜 심각한 표정이다... 그러다가도, 당신의 행동에 잠깐 눈을 깜빡였다가,) 이~ 고집불통. 그럼 나한테만 해라. 어디가서 딴 녀석한테 보는 건 마음에 안 드니까. (뭐가 잘났다고 요구함!)
(생각해보니 그렇다... 눈 데굴데굴 굴리다가) ... 개,객관적인 사실을 말했을 뿐이잖아요! 제 실력도 객관적인 칭찬이고! 그리고, 그, 저도 당신 실력은 인정하고 있으니까... ... 아무튼 칭찬해줄테니까 뚱해지지 말라고요! 그,그럼 저도 당신거라 하시던가...! (파트너 관계면 이미 그런 거 아냐?!라고 생각하지만 말로 하지는 않는다... 뒤이은 말에 어이없다는 듯 보면서) ...... 다,다른 늙어빠진 사람한테 시집을 가겠어요? 애초에 당신은 서번트라 실제 나이랑 외관 나이는 사,상관 없어서 같이 있으면 그다지 차이 없어 보인다고요. 당신 정도면 연인이라 치고 시집갈 수 있을... (...말이 이상해지는데? 입을 꾹 다물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다가) 아무튼 갑자기 보호자처럼 굴지 말아요! 바보, 이,이런 건 연인한테 하는 거라면서요. 제 마음대로거든요? (이쪽도 고집불통이다)

네가 말하는 것과 내가 말하는 것의 무게감은 천지 차이라....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어른이 남을 내 꺼라고 호칭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진담이다...) 아, 뭐. 하긴 그렇겠군. 전성기를 따지면 30대에 가깝긴 한데... 지금은 20대에 가까운 모습이니까 말이지? 아니, 아니아니... 들어봐라. 가끔 이상한 것에 눈 멀어서 그러는 녀석들이 있단 말이야. 신신당부해서 나쁠 것도 없고? 넌 꽤 순진한 구석이 있으니까 말이지? (이것도 진담인듯...) 흐음. 헤에... 시집갈 수 있을? (놀리듯 말한다.) 이 녀석 봐라, 보호자처럼, 이 아니라, 맞긴 하잖나! 철부지, 웬수 같은 천지 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리 사이에 그렇게 각박하게 굴거냐?
... 뭐 어때요. 보,본인이 괜찮다고 했는데... ... 잠깐, 저도 다 큰 어른이거든요...?! (꽤 연장자인데... 중얼거리면서 불만을 토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제가 그런 머,멍청한 선택을 할리 없잖아요.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재앙같은 사랑에 빠져버리면 모를까, ... 그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저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마냥 취급하지 마,말라구요. (자기 손을 입을 막았다가) ... 조용히 하세요 바보!! 지,진짜 책임질 거 아니면!! (되려 성질낸다... 민망함 숨기려고 애쓰는 중...) 흥, 우리 사이가 뭔데 그래요? 술고래, 괴짜! 저도 제 앞가림 자,잘 하거든요. 공동체라고요, 평등한! ...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왜 싫은데요? 다,당신도 저 빼고 하지 않는다고 하면 약속해줄수도 있고...!

흥, 샛파랗게 젊은 놈이 연장자긴 무슨. (이럴 때만 나이 먹은 티 내나...)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사랑이니까, 그러는 거겠지. 넌 물가에 내놓은 애가 맞고? (그 말에도 꼼짝도 안하고, 고집 부리듯 말한다. 어느 쪽이든, 자기 마음엔 확고한 것처럼...) 책임져주랴? 네 마음은 어떤데? (빤히... 눈 가늘게 뜨고 본다.)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농담이고, 우선순위가 바뀌는 게 싫어서다. 네가 네 편 들어달라고 했듯이, 나도 권리 주장할 거다! (유치...) ....흥. 교황 성하는 제외해주면 안되나?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는데...
이제와서 늙은 소리 하지 말라고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전 오히려 당신이 새로운 사랑 찾았다고 가버릴 가능성이나 새,생각하고 있거든요. 물가에 내놓은 화가... (네 말을 따라한다. 어차피 당신이 있으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될텐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흘끔 피하다가 손을 뻗어 네 얼굴을 가린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서는) ... 제가 왜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하지 않은 건 안 말해요. 그렇게 속삭이고는 떨어진다. 당신은 어떠냐는 듯, 느릿하게 손을 내리면서 바라보고) ... 바보, 만약 그럴 일이 생겨도 위치가 바뀌는 일은 없을텐데... 마, 마음대로 하시죠. 그정도는 봐드릴테니까... (유치한 모습에 결국 웃어버리곤) 교황 성하는 못 만나게 할래요!

쓰읍.... ....이게 무슨 소리지? (결국 입으로 내뱉는다.) 새로운 사랑, 이라 말하는 느낌은 연인에 가까운 감상인 듯 한데... 애당초 내 생전에 결혼도 안했고, 뮤즈라곤 일생에 한명뿐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자신없나? (스스로 호기롭게 천재라 말하는 이 치곤 꽤 겁쟁이처럼 구는 게 결국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신분 증명도 안되는 사람 하나가 그렇게 원하면 못할 것도 없다만. 손해인지 계산해볼테냐? (놀리듯 말한다.) 혹시 모르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이쪽은 오히려 호기롭게 말도 못하겠다?
.. 왜. 왜 또 그런 말을... (눈 데굴 굴렸다가) ... 가능성을 언제나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처음이고, 당신은 경험해본 사람이니까. ...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전 제 연구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 것뿐이지 만능은 아니라고요.. 자꾸 당신이 놀리는 것처럼 말하니까 더 그런 거 아니에요!  (... 사랑은 비합리적인 거라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계산해볼 필요도 없어요. 적어도, 이걸로 후회하겠다는 생각은 안 드니까... ... 흥, 뭐가 어쨌다고 말도 못해요?

그래서, 호기롭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떠난 예술가... 와 남겨진 그의 뮤즈... 흠? (다른 곳으로 생각이 떠나간다....) 꽤 흥미로운 소재긴하다만, 네가 원한 의뢰는 이뤄지는 사랑이라고 했으니 영. 다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의뢰자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도 무례겠지... (자기만의 세상으로 떠난다...) 그으래. 뭐가 어쨌다고 말도 못하겠다.
... 바람둥이!!!! (빽! 볼 꼬집어서 이쪽으로 의식 돌리고는) 가,가능성을 꺼내지 말라고요 가능성을! 이럴 땐 잠자코 부정해주면 되는 거니까! ... 제가 어,어쩌다가 이렇게 바보같은 짓을... (으으...! 머리를 쥐었다가) ... 전, 마,말할만큼 말했다고요. 의뢰자로서 도망가는 건 요,용서 못해요.

(꾸와악... 볼 꼬집힘....) 아프다 인마야.... 흥, 나도 모르게 예술의 세계로 떠났나.... (고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도망이라니? 작품 완성을 못하고 죽는 건 두 번은 사절이다. 어떻게든 완성하겠지... 구상안이 되려 많아서 고민이군.... (여전히 안 듣는다....)
다,당신은 좀 혼나봐야해요! (그러니까 누가 그런 말을 하래... 거기다가 고치지도 않아...! 진짜 뚱해져서는 꼬집던 것도 그만두고 몸을 돌린다) ...... 그 구상안이나 평생 생각하고 있던가요. 제가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말했으면 어,어떡하려고...

어떡하기는. 의뢰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어야... (조잘조잘... 거리다가 가만 당신을 본다... 눈치를 보는 건 아니지만 토라진 건 또 알은지...) ...설마 내가 진짜로 널 두고 다른 게 마음에 들었다고 가버릴 거라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오히려 이런 가정 자체가 어이 없다는 듯 눈썹이 살짝 움찔한다...)
.. 흐응... 의뢰자의 의견... 흐음...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리다가 움찔한다) ...... 아니, 그,그렇지만요. 솔직히 당신은 경험자고 저는 처,처음인데 걱정될만 하지 않나요...?! ... 저만 쩔쩔매는 것 같고! (결국 이게 본심이다... 자존심 참 강하다...)

내가 뭐... 연애나 결혼이라도 했으면 맞는 말이긴 하지... 싶다만... 아니, 안했더라도 네가 쩔쩔매는 게 맞긴 하다만.... (입은 안죽는다... 이 녀석도 가지가지한다....) 나는 처음부터 너의 소망에 응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거다. 그런데도 걱정이 된다고? (욕심도 많긴.... 빤히 본다.)
.. 뭐가 당연하다는 거예요! (거기엔 또 뚱해져서 반박한다... 아무튼 맞다고 꿍얼거리다가) ... 사람은, 욕심많은 존재니까요. 그리고... ... 그,그렇잖아요. 하나 원하는 게 있으면 그 이상을 원하게 되는 것이,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니까... ... 틀려요? (알고있어도 욕심이 나고 마는 거예요. 눈을 피하지 않고는) 소원 그 이상을 바라면 어떡하려고요?

...아니, 틀리진 않아. 단지 욕심 내지 않던 녀석이 너무 화끈하게 바뀐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눈을 게슴츠레 뜨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 이상은 존재하지 않아, 이 아가씨야. 소망이라는 건 원래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 나는 그것에 응한다고 했다. 답이 됐나?
... 그,그러니까 각오하라고 했잖아요. ... 애초에, 저는 바라는 것이면 원래부터... 끝없이 욕심내는 사람이었다고요. 전에는 이쪽으로 가지 않던 것을 당신이 틀어냈으니까 이제야 느껴지는 거고... (눈치보다가) ... 잊을 때쯤 되면 다시 물을거예요. (계속, 확인받듯이. 이런 것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알지만... 그냥, 나는 당신의 처음부터 알지 못하니까 부리는 심술이다)

바보 같기는... (결국에는 입으로 담는다. 어느 쪽이 겁쟁이인지 모르겠다. 그래, 그 말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이라는 걸 추구한다, 그건 간단하기도 한 일이다. 인간이라면 이상을 추구할테니! 반면에 눈앞에 있는 자는 정도를 몰랐다. 끝의 끝자락에 몰려서까지도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고 드는 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잊지 않으니까, 그냥 물어도 된다. (그래, 잊을리가 없으니까.) ....근데 소원 그 이상으로 바라는 게 생기나? 여기서 더 욕심을 내는 걸 문장으로 표현할만큼 확고한게? (결국 관심이고 흥미다.)
당신이요? (가볍게 말한다. 웃음이 나와서, 참지 않고 작게 내뱉고는 옷자락을 살짝 잡아) 제가 그런 사람인 걸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 바보, 고,공동책임이에요. (바라는 것이 달라져도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 법이라, 나는 결국 빛을 이상을 좇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망설임은 하나도 없어서,) ... 그럼, 눈을 돌리지도 마요. (불가능할 것을 괜히 입에 담는 것은 어떤 감정 때문인지. 하지만, 그렇지만, 그곳의 한켠만에라도 지금을 잊지 않기를 생각하다가 뒤이은 말에 눈을 깜빡였다) 지금은 자,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더 생길수도 있죠. 당장은 당신을 끌고 나가는게 목표고... (뻔뻔)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눈을 돌리고 있지 않아도 돌린 것이나 다름 없나. 어려운 것을 시키는군. 가볍게 툴툴대다가.) 판테온의 바깥이나 가보려고? 그럼 피렌체나 다녀오시지. (어투가 가볍다...)
(언젠 안 그랬다고... 옆구리 쿡 찌른다)... 뜬금없네요. 아니, 당신답다고 해야하나... (피렌체... 가도 되려나? 눈을 데굴 굴리다가) 가서 관광이라도 하려고요?

내가 누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당연히 달라졌겠지.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너보단 가이드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빙글빙글.. 웃으며 볼 찌름...) 보고 싶어졌다. 고향이니까.
... 그렇다면 뭐, 마,맡겨볼게요. 같이 간다는 조건 하에서만지만요. (흘깃,) 고향을 소개할거라면 제대로 하겠죠? ...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제대로 알려줘요. 저도 나중에... 제 곳을, 보여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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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조_바보논쟁

어이, 안 그래도 알아서 하고 있다고. (쳇!)
그래도 다,다음엔 줄 테니까... (쓰다듬고 감...)

...줄거냐? (왠지 훌쩍...)
............. 우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스터의 단말마)

........ 인마야. 말 취소하지마라. 줄거냐? 줄테지?
주, 줄테니까 울지 마요... 서운했나요... 저,저만 자라서... (어휴... 마구 쓰다듬음)

...........그래 좀 많이? 억울하다? (울...적함.....)
아,아유.아유...아, 알겠어요 정말... 처,천재가 왜 이런 걸로 삐지고... 유치해 증말... (볼 말랑말랑...... 해줌...)

............흥. .. .......... ......................... (울적... 울적... 울적... 진짜 울적한 듯.... 선글라스도 울적한듯.....)
아유...아유... 아이고... (애같아서는... 이걸 어떻게 달랜다...하는 얼굴로 안타깝게 보면서 얼굴 주물주물 반죽함...)

...............너 내 얼굴 좋아하나? ................. (뭘 이렇게 만지는 녀석이 있어야........ 반죽됌..............) 마스터....... 내가아무리좀귀찮아도모른채하고적당히아무데다내버려두면안된다...알겠느냐... (숨도 안쉬고 말한다.....)
어... 개...객관적으로는 자,잘생김에 속하는 얼굴 아닌지...? (영령은 대체적으로 다 그렇고... 그래도 좀 풀린 것 같아서 놓으려다가 어휴...하면서 다시 볼 콱 잡음) 네네... 아,알겠으니까 그런 장화신은 고양이같이 굴지 마세요... 그런 걸 잘 하니까 지금까지 파트너했겠죠...

......................... .............. .........그래... 하지만.......... .......... 나 없어도 재밌으면 그냥 거기서 살아라......... 네가 어디가서 더 재밌고 그렇겠냐.....
오는 길에 선물 사올게요.......

...................집에 돌아와라........기다리마........

천외조_바보논쟁2

아... 아...웃겨... 저,저희 캐스터 사실 미...미켈란젤로에요... (웃음못참고 쓰러진채로 헛소리함...)

너도 조각상으로 만들어주랴?
........풉

미켈란젤로에게 조각상으로 만들어지고, 영광이겠구나, 망할 마스터야.
헤...헤헤............................ 요,요즘은 그런 거 만들면 안 된대요. (근거 없음)

그럼 네가 만들어서 매달마다 헌상하는 척 나를 죽이려 드는 독극물은 뭐냐?
음... 낙성의 아처 씨가 말하기를 먹는 건 버리면 아,안 된다고 했어요. 제,제 정성과 마음이 들어간 거니까...

그게 네 정성과 마음이냐? 나를 너무 사랑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치겠는 마음이라도 되는거냐?
고도로 발달된 애정은 살의래요... (수줍...)

너 뭐 잘못 먹었느냐? 솔직하게 말해보거라.
아까 마력조각으로 실험하다가 조합식을 잘못한 것 같기는 해요... 마,많이 티나나요?

에라이.
이번 달 극독은 2배...

인마가 캐스터를 죽이려드네. 나는 그냥 좌로 돌아갈련다.
......갈 건가요....(울적...)

왜 우울해지는 거냐... 여기서는 맘대로 하던지 말던지 하세요 이 술고래 같은 대사가 나올 타이밍 아니냐? ..... ...... ...... (쓰... 쓰다듬어줌...) 울지마라....
...바보... 다른 마스터가 더 좋다는 거죠... (울적...울적...울적... 더듬이도 울적해서 시들시들...) ..........바보술고래...

아이고, 이 녀석아. 꼬마도 아니고 이게 뭐더냐. 그만 시들거려라.... .... (시들시들한거 쓰다듬어줌....) 내 그런 말 한 적 없다. 뭘 들은 거냐?
...... 다른 마스터 찾으러 좌로 가버린다고 했어요... ... 나,나름 신경써서 조절하고 알맞게 용량을 조절해서 주는건데... 항상! (웃...!) .........바보.

아니, 그냥 좌로 돌아가서 칩거 생활한단 뜻이다만? ....... ........ 그만 우울해해라... 알았으니까..... ..... ...... 근데 줄 때마다 맛이 더럽게 없는 건 어떻게 못하나?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맛도 없어야 하나? ...........
...... 결국 절 이 특이점에 버리고! 서번트도 없는 마스터로 만들고! 호,혼자! 두고 간다는 소리잖아요! 나쁜 캐스터...! (...... 훌쩍) ...... 다,다음엔 체리맛으로 줄까요...?

......... ......... 그래 알았다고... 그만 울어라... 혼자 안 둘테니까.... ..... ....(왜 하필 체리맛인가? 싶지만 일단 고개는 끄덕인다.......)
바보... 주,죽을 때까지 기,기억할 거예요... (훌쩍... ...... 캐스터는 체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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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조_이별

(버려둔다. 손에 있던 것이 사라진다. 감촉이 불쾌하다. 불쾌하기만 하다. 죄책감 같은 것은, 일절 없었다. 그러므로, 당신을 버려두고서 달려갔다. 다리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어느 수준인지 알았다. 못 걷게 될까,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찼을 때, 어벤저의 앞에 선다.)
(――――뜨겁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원망이 솟아오른다. 한번 타들었던 피부가 녹아내릴 적에도, 이 속이 들끓게 되더라도.
그것들은 이미 불꽃의 장작되어 타오르고 있다. 이 몸을 보호해주는 것은 없다. 생전처럼, 신비도 무엇도 없는 만들어진 마녀의 몸은 허탈할만큼 쉽게 붉게 물들어버린다. 이 불꽃들은, 악으로 만들어진 이 그릇조차 불태우고 있다. 불타는 시야 사이로 하나의 빛이 보였다. 음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 뿐. 이미 불길에 먹혀버린 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다만, ... 떠올렸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그런 예감이 스쳐지나간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일이 없었으므로, 그는 직감한다. 승리를 가져다 줄 수는 없겠다. 증기가 물이 되어 눈 밑에 남은 자국을 따라 흘러내린다. 그것이, 잃어버린 체념을 담는 것과 같다.)

삶은 불합리해. 누구나 마찬가지야. 뭐든 온전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어. ... 안식은. 없어.

(알아, 알고 있다. 이것은 죽음이, 그 찰나의 원한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삶을 논할 자격은 없다, 이것이 용납하지 않는다, 괴롭다. 잔인한 것들아, 나를 기억하는 것들아, 어찌하여 나였나. ... 어디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듣는지조차 모르면서, 말한다. 메말라버린 입이 움직인다.)

――――그러니, 마스터. 들어.

(듣지 않아도 상관없어. 사실, 이것은 결국 자기만족이다. '엘자 플라이나허'를 끌어내던 이에게 보내고 싶었던 말이다. 처음으로 그 호칭을 입에 담는다. 잇새사이로 제가 내뱉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머릿속을 질척한 목소리가 채운다. 죽이라 속삭이는 목소리다. 당신의 태도가 싫었다. 난 살고싶었으나 죽었고, 이젠 사랑하는 이 조차 남지 않아서,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죽어서도 그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릇이나 되어 있지도 않은 분노를 불태우고 있는데, 내가 죽을때까지 원했던 삶을 가지고 그리 행동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그 또한 사랑이라서.)

난 저들처럼, 저 별을 담은 인간마냥, 그럼에도 연주하는 재정자마냥 숭고한 목적이나 말 같은 건 없어. 죽음이 만든 망령이고, 존재다! 온갖 불온함이 담겼고, 부정이 담긴, 한낱 마녀인 여인이다. ... 내가 말할 건 하나뿐이야. 삶을 받았으면 살아. 호오를 만들어, 추억을 기리되 얽매이지 마. 또, 다시 사랑을 해. 웅장한 삶은 옛스런 영웅들이나 하라지, 인간은 별거 없어서, 하찮은 일 안에서 미워하고, 원망하고, 또 애정을 보내. 그런 거라도 없으면 못 살아먹으니까.

(그래, 이것은 비겁한 사람이다. 질투로 똘똘 뭉쳐서, 너 하나 제대로 긍정하지 못하는 망종이다. 짧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울컥, 피가 튀어나온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이뤄지지 않을 것을, 또 미련을 가졌다가. 잠시 녹색이 시야 한켠을 스쳐 지나갔을까, 눈을 접는다.)

――――그러니, 인간답게 살거라면,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

(남겨져 살아가라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것을 아는지. 흩어져가는 영기, 그에 맞게 녹아내리는 증오 속에서 속삭인다. 손을 뻗는다. 제 앞에 섰으리라, 그리 느껴지는 네 손을 불꽃에 담겼던 손이 잡는다. 령주가 있었을 그 자리를 쓸었다가, 작게 웃는다. 남은 것은 당신이 줬던 부츠, 그것 하나일 것이겠지. 용케도, 모두 불타지 않았던. ... 불태우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쇳소리에 소리가 먹힌다. 불꽃이 사그라진다. 사랑을 본질로 둔 자 결코 이기지 못하니, 나의, 우리의 끝은 여기로구나. 몸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불들조차도 두렵지 않은 듯 먼 시야를 가진 당신을 안았다. 타지 않는다. 봐라, 타지 않는다! 나는, 나는, 마녀구나. 나는 마녀구나.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악만을 태우는 불길이 자신을 태우지 않는다는 것, 결국 자신이 인간이라는 반증이 되어서. 눈물이 타고 흐르다가, 불에 그을려져서 증기가 되어 자국만이 남는다. 그런가, 그렇구나, 나는.) ...거봐, 내가 잘 어울릴거라고 했잖아.

―――고마워, 너를 무척 사랑했어. 나의 증오, 나의 종말.
(웃는다. 사람이 웃는다. 인간이 웃는다. 타들어가지 않는 나의 나무여, 영원히 안녕.)
멍청이.....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네 손을 만지던 손이 네 얼굴까지 올라간다. 당신은 지금 웃고 있어? 나의 마지막 사람은, 웃고 있을까. 울고 있지는 않을까. 인간이 웃었던가. 흘러나오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말이지만, 미약한 다정이 깃들어져있다. 이 원념이, 불길이 너까지 삼키지 않길 바랄뿐이다. 더듬는 손길이 느려진다. 불꽃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두 볼을 잡아 내려, 이마를 맞댄다. 최대한, 눈을 뜬다. 이번엔 제가 이렇게 떠나버리는구나.)

역시, 당신은 그런 정도가 잘 어울려요. ... 안녕히, 나의 생명.

(사랑한다는 말은 담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지, 나는... 너를 분명, 귀애하였어. 사랑하고 말았을거야... 마지막 불꽃이 튀며 타닥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내, 불꽃과 함께 녹아 사라진다.)